복음의 본질 상실하면 개혁의 동력도 잃는 것
상태바
복음의 본질 상실하면 개혁의 동력도 잃는 것
  • 운영자
  • 승인 2009.09.09 16: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안인섭교수<총신대 역사신학>


1959년은 한국의 장로교회에서 합동과 통합의 분리된 해이다. 공교롭게도 양 교단이 분열한 이 해는 칼빈이 태어난 지 450년이 되는 뜻 깊은 해였다. 장로교회의 뿌리가 되는 칼빈은 교회 분리와 연합에 대해 어떤 관점을 가지고 있었는지 조명해 보고자 한다.

보편적인 하나의 교회가 분열한 대표적인 역사적 사건은 16세기 유럽에서 일어난 종교개혁이라고 할 수 있다. 종교개혁은 15세기와 16세기 초의 유럽 교회가 성경에서 제시하는 원칙에서 벗어나 마치 강력한 관료체제처럼 변질되어 있을 때, “근원으로(ad fontes)” 돌아가자는 기치하에 오직 성경(sola scriptura), 오직 믿음(sola fide), 오직 은총(sola gratia)의 정신을 가지고 성경적이고 초대교회의 전통을 살리는 교회를 세우려는 내적인 동기 하에 이루어진 운동이다.

종교개혁의 발생으로 16세기 유럽의 교회 안에는 다양한 스펙트럼 형성되었다. 가장 우파로서 로마 가톨릭 교회가 있었으며, 좌측에는 급진적인 종교개혁주의자들이 위치하고 있었다. 이때 칼빈이 맡고 있었던 신학적 과제는 양면적인 것이었다. 그것은 한편으로는 종교개혁 교회가 교회분열운동이 아니라 역사적 교회와 신학적 연속성을 갖고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었다. 또 다른 한편으로 칼빈은 종교개혁의 교회가 개혁을 급진적으로 추진하면서 교부들의 시대 이래로 전래되어 오는 신학적 전통을 간과하고 있는 급진 종교개혁과는 차별되는 개혁운동이라는 것을 보여주어야만 했다.

칼빈은 어거스틴을 비롯한 교부들을 사용하여 신학적인 반대편인 로마 가톨릭과 급진 개혁 세력을 비판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다른 한편으로 칼빈은 16세기에 가장 널리 존중되고 있는 교부였던 어거스틴을 사용함으로서, 칼빈 자신의 신학이 당시에 광범위하게 포진하고 있었던 다양한 종교개혁 운동들과 동일한 신학적 토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변증하려고 했다. 칼빈은 어거스틴을 사용하여 당시의 종교개혁의 여러 전통들과 자신이 공통의 신학적 기반 위에 서 있다는 것을 설득했던 것이다.

요약해 보면, 칼빈은 어거스틴과 교부들을 폭넓게 활용하여 밖으로는 좌, 우로 양극화된 로마 가톨릭과 급진 재세례파를 반대했으며, 안으로는 종교개혁 운동에 참여하는 세력의 연합을 추구했다. 충분히 있을 만한 상황이지만, 종교개혁 운동의 내부에서 다양한 신학적 경향이 대두되었을 때, 칼빈은 어거스틴을 중심으로 하는 교부들의 신학적 전통을 매개로 종교개혁 그룹의 연합을 추구하였던 것이다.

오늘날 교회의 분열과 연합을 생각할 때 우리가 살펴본 칼빈의 교회론은 매우 소중한 통찰력을 제공해 준다. 지금의 한국 교회가, 마치 16세기 유럽의 로마 가톨릭 교회와 같이, 성경과 복음의 본질적인 정신은 상실한 채 관료주의와 같이 변질되고 권위주의화 되며 전통 속에 갇혀서 자기 개혁의 동력을 상실하게 된다면, 그 교회는 개혁의 대상이 되고 말 것이다.

그렇지만 교회의 순결을 주장하면서 전통적인 신학을 간과하며 보편적인 교회로부터 이탈하는 혁명주의는, 16세기 급진적 종교개혁운동과 같이 분리주의에 불과할 뿐이다. 칼빈은 재세례파들의 입장은 도나티스트 운동의 경향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어거스틴을 따랐던 것이다.

결국 칼빈은 16세기 종교개혁의 교회가 초대교회와 연결되어 있고, 따라서 종교개혁의 교회는 하나의 참된 교회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 어거스틴을 사용했으며, 이런 방법론을 가지고,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않는 성경적이고 역사적 교회와 굳건하게 연결된 교회를 세울 수 있었던 것이다.

한국 교회의 장로교의 분열과 연합의 문제도 마찬가지고 생각한다. 신학적 전통성과 역사성을 중심축으로 하면서, 그 안에서는 서로 존중하고 연합하는 자세가 중요할 것이다. 즉 한국 장로교회의 연합의 문제는 다양성 안에서의 연합(Unity in Diversity)이 중요하다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