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성공과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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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성공과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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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07.29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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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돈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요즘 아이의 성공조건이라는 유머가 나돌고 있다. 그 다섯 가지를 보면 첫째 할아버지의 재력이다. 아버지의 재력으로는 감당이 안 되는 학원비 때문일 것이다. 둘째는 엄마의 정보력이다. 어느 학원이 좋은지,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가 그 만큼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셋째는 아이의 체력이다. 이 많은 학원을 쫓아다니려니 체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넷째는 아빠의 무관심이다. 교육에 문외한(?)인 아빠가 자꾸 끼어들거나, 아이에게 놀러가자고 바람이나 넣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다섯째는 도우미 아줌마의 충성심이란다. 엄마 대신 가사 일을 담당해 주어야하니 필요할 것이다.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이러한 우스갯소리가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뭐라 반박하고 싶지만 현실이 그렇다 보니 할 말을 못 찾는다. 특히 아빠의 무관심이라니, 가정은 어디가고 산업 전사를 만들어내는 훈련소의 재정담당 직원 같은 느낌이다. 오늘날 교육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하게 만드는 이야기다.

교육이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청소년들이 개인적으로 미래에 필요한 사람이 되고, 성공하기 위해서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넓게 생각해 보면 이 사회의 발전을 위한 기성세대의 투자라고 할 수 있다. 그 사회의 발전에는 경제적 성장뿐만 아니라 이 사회가 정말 인간다운 삶이 가능한 곳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 속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보면 분명 교육은 사회적 과제이고 공공영역에 속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공교육은 그 권위를 잃어버린 지 오래다. 학교에서 하는 공부를 착실히 따라가면 이 사회가 요구하는 인간이 될 수 있고, 그것으로 이 사회에서 인간다운 삶이 가능할 것이라고 아무도 믿지 않는다. 공부는 학원에서 하고 학교는 인격도야나 공동체생활을 익히는 장소로 전락한지 오래다. 물론 정부에서나 공공단체들이 학교 교육의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내 아이 만큼은 남들보다 좀 더 앞에서 출발시켜 보고자 하는 부모들이 있는 한 그러한 노력들이 결실을 맺기는 어려울 것이다.

즉 교육을 사적인 영역으로 끌어내리고 있는 그 부모들의 욕심을 자제시키지 못하는 한 교육의 문제는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교육의 문제가 결국은 사회문제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사람에게는 몇 가지 근본적인 ‘한’이 있다. 가장 근본적인 것은 ‘못 먹는 한’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 한국사회에서 가장 큰 한은 ‘못 배운 한’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어른 세대에게 물어보면 배워야할 때 배우지 못한 한이 있다. 집안이 가난해서 본인은 똑똑하고 더 배울 마음도 있었는데 더 배우지 못한 것이 마음에 응어리로 남아있는 것이다.

이 응어리가 교육의 열정으로 나타났고, 이 열정이 오늘날에는 지나쳐서 과열로 나타나게 된 것이다. 오늘 우리 사회의 중요한 문제는 바로 이 한을 풀어주는 것이다. 학교를 못가서 남는 한이 아니라 학원 한 번 못 다녀 본 한 말이다. 영어 학원 하나만 다녔어도 내가 좋은 대학에 갈 수 있었다는 말이 안 나오도록 해 주는 것이 오늘 이 사회의 큰 과제 중에 하나이다. 아니 어쩌면 아이들의 마음에는 학원도 못 다니는 주제가 되지 않으려는 그런 응어리가 있을 수도 있다. 그들의 마음을 풀어주는 것 역시 이 사회의 문제라고 본다.

이러한 부분에 있어서는 교회들이 할 일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적지 않은 교회들이 공부방을 운영하면서 아이들의 교육을 보충해 주기도 한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에서는 ‘대한민국교육봉사단’의 이름으로 영세한 지역의 학교에서 교회와 더불어 교육봉사를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러한 노력들이 약자들에 대해 항상 마음을 가지고 있는 하나님의 심정을 헤아리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이 땅에서 못 배운 한을 지니고 있는 이 아이들에게 그 응어리를 풀어주고 다른 아이들과 함께 동일한 출발선에서 출발할 수 있도록 돕는 귀한 주의 사역들이 나타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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