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장로교의 날’ 무엇을 남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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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장로교의 날’ 무엇을 남겼나?
  • 공종은
  • 승인 2009.07.1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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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로교 일치 의지 확인 ‘교단-기구적 통합’은 아직 요원

장로교단들의 연합과 일치 의지를 확인한 ‘장로교의 날’은 일단 성공적으로 평가된다. 한국장로교총연합회(대표회장:김요셉 목사. 이하 한장연) 소속 26개 교단들이 모인 장로교의 날은, 지난 1981년 5개 교단으로 출발했던 한장연과 장로교단들의 성장을 확인한 자리였고, 좀처럼 모이기 힘든 산하 교단들의 목회자와 성도들이 한 자리에서 성찬을 함께 나누었다는 점에서도 귀중한 의미를 가진다.

한장연 출범 당시 참여했던 교단은 예장합동과 통합, 고신과 기장, 대신 등 5개 교단. ‘한국장로교협의회’라는 이름이었다. 28년이 지난 현재 26개 교단, 3만4천2백여 교회, 8백만 성도의 교세를 자랑하는 부흥과 성장을 이루었다.

한장연은 이러한 성장에 대해 감사하는 한편 칼빈의 생일인 7월 10일을 ‘장로교회의 날’로 선포, 한국의 장로교인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장로교의 날에는 26개 교단의 목회자와 성도 5천여 명이 참석했고, 사분오열된 한국 장로교회가 하나님 중심 사상을 강조한 칼빈의 뜻을 따라 장로교 정체성을 회복하고 성령이 하나되게 하신 것을 힘써 지켜나가자는 의지를 확인했다.

장로교의 날의 핵심은 ‘연합’. 장로교단들의 연합이 교회의 연합이 되고, 교회의 연합이 사회의 갈등을 치유하고 결국 남북통일을 이룰 수 있게 할 것이라는 믿음에서였다. 한장연은 장로교단들의 연합을 위해 우선 그리스도의 몸을 찢고 분열시킨 죄를 회개했다. 그리고 “서로의 차이를 넘어 함께 할 수 있는 공통점을 찾아가며 화합으로 서로를 사랑하는 첫걸음을 내딛자”고 제안했다.

대표회장 김요셉 목사도 “한국 교회와 사회 앞에 책임감을 느끼는 것은 수많은 분열을 가져왔다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이 점에 대해 반성하며 칼빈이 기독교강요에서 수없이 강조한 연합과 일치를 이루어 나갈 것을 강조했다. 김삼환 목사(명성교회)도 설교를 통해 하나됨은 이미 하나님께서 이루신 것이라면서 “성령이 하나되게 하신 것을 힘써 지켜야 한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이번 대회에서의 하이라이트는 ‘성만찬’. 지난해 9월 제주도에 모인 예장합동과 통합, 고신과 합신총회가 제주선교 백주년을 기념해 연합으로 예배를 드리고 성찬식을 갖기로 했지만, 일부 교단의 반발로 무산된 적이 있어 이날 성찬식은 그 의미를 더했다. 성만찬은 “많은 양보와 이해가 있었다”는 한장연의 설명이 아니더라도, 하나의 신앙을 고백하는 26개 장로교단들이 예수의 살과 피를 기념하며 성찬을 나누었다는 점에서 하나됨의 의지를 확인한 중요한 의미로 해석된다.

하지만 장로교단들의 연합과 일치를 위한 장로교의 날이었지만, 교단 간의 실질적인 통합과 예장연과의 기구 통합을 이끌어 내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로 보인다. 한장연은 장로교의 날과 관련한 지난 3일 기자회견에서 장로교단들의 연합문제를 거론하면서 “장로교단들이 하나 되는 것보다는 남북통일이 먼저 될 것”이라고 언급함으로써 교단 간 또는 기구적 통합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었다. “서로 화합하고 복음을 증거하는 일에 하나가 되는 공통분모를 찾아 연합해 나갈 것”이라고 말한 데서 그 방향성을 읽을 수 있다.

하지만 12년 전인 지난 1997년 7월, 한장협(한국장로교협의회)과 예장협(대한예수교장로회협의회)이 기구적 통합을 단행, 현재의 한장연이 탄생한 점을 생각한다면 교단 통합과 기구적 통합이 그리 어려운 문제만은 아니다.

준비위원장 이종윤 목사가 인사말을 통해 “2012년 장로교 백주년을 맞이할 때는 어떤 형태의 연합을 하도록 지금부터 힘쓸 것”이라고 언급하기는 했지만 구체적인 계획들은 아직 내놓지 않았다. 대표회장 김요셉 목사도 예장연과의 통합에 대해 “장로교회의 정통성만 갖고 있다면 어디든 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연합과 교류를 위한 공적인 만남과 기구적 통합에 대한 제안은 실질적으로 없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목사는 또한 “물리적으로 하나를 이루는 것은 아니다. 각 교파의 특성을 존중하고 나가면 언젠가는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하고 “구조적 연합으로만 이해하면 어렵다. 닮은꼴 연합도 있다. 성경이 말하는 연합은 영적 연합이다. 결코 하나를 만든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양성 속에서 일치를 이루자는 것이다”고 말해 기구적 일치보다는 교류를 통한 일치 분위기 조성에 주안점을 두었다.

“한국 교회가 세상과 민족에 희망을 주기 위해서는 우선 교회가 하나가 돼야 한다”는 한장연의 선언은 결국 장로교의 하나됨이라는 숙제로 남겨지게 됐다. 또한 민족의 희망이 되기 위해 한장연이 선택한 것은 교회의 하나됨이다. 장로교의 하나됨을 기치로 걸었던 한장연이 어떻게 교회의 일치와 연합을 이끌어 나갈지 교계와 사회는 관심어린 눈길로 한장연을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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