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순절 신학자 프랑크 마키아(Frank D. Macchia)는 ‘성령 세례와 코이노니아’를 연결시켜서 예수 그리스도와 교회의 교제에 대해 “성령은 교제의 영이다. 성령 세례는 교제를 내포한다. 그러므로 성령 세례는 주님과 교회 사이의 하나됨의 관계를 내포한다. 그런데 이 하나됨은 근본적으로 정체성의 하나됨을 의미하기 보다는 오히려 교제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여기서 칼빈이 말하는 예수 그리스도와 성도의 하나됨과 프랑크 마키아가 말하는 ‘주님과 교회 사이의 하나됨’ 사이에 유사성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즉, 두 신학자 모두 예수 그리스도와 성도 또한 교회 사이의 긴밀한 영적인 교제를 강조하지만, 예수 그리스도와 성도가 혼합되는 신비주의적인 사고를 배제한다는 것이다.

칼빈과 오순절 신학과의 차이는 우선 완전한 하나됨에 관한 견해에서 드러난다. 오순절 신학자 프랑크 마키아는 예수 그리스도와의 완전한 하나됨에 대해서 말하고 있지 않으나 칼빈은 예수 그리스도와의 완전한 하나됨까지 가능함을 분명히 한다.

칼빈의 성례전론의 주요 특징 중의 하나는 바로 성례에 있어서 성령을 강조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와 동시에 칼빈은 성례전의 의미를 ‘예수 그리스도와의 하나됨’과 연결해 설명한다.

프랑크 마키아는 성령론에 관한 그의 저서에서 성찬과 성례의 관계를 설명하는데 있어서 칼빈의 기독교강요를 인용했다. 이것은 오순절신학이 칼빈신학을 수용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일부 학자들이 보는 것처럼 오순절신학은 칼빈신학을 배척하지 않는다. 오히려 성경 중심의 신학인 칼빈신학으로부터 좋은 점들을 배우고 수용하려고 하는 것이 마키아와 같은 저명한 오순절신학자들의 태도이다.

칼빈이 성례에 있어서 하나님의 말씀의 역할을 강조하듯이 마키아도 기독교강요를 인용하면서 성례에 있어서 하나님의 말씀이 중요한 역할을 감당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차이점이 있다면 칼빈은 성령이 직접 일하신다는 것을 강조하는 반면, 마키아는 성령보다는 성령으로부터 나오는 권능을 더 강조하는 것 같다. 성령의 인격적인 측면은 마키아보다도 오히려 조용기목사가 더 성령의 인격성을 그의 목회와 신학에서 강조하고 있다.

이와 같이 ‘예수 그리스도와의 연합’, ‘성례’ 이외에도 ‘사랑’, ‘하나님의 나라’, ‘기도’ 등에서도 칼빈신학과 오순절신학은 차이가 있다. 하지만 두 신학의 결정적인 차이는 용어의 차이라 볼 수 있다.

이 다섯 가지 주제에 대한 칼빈신학과 오순절신학의 차이는 다음과 같다. 첫째, ‘예수 그리스도와의 하나됨’에 있어서 오순절신학은 칼빈처럼 ‘완전한 하나됨’이라는 측면이 고려되지 않는다. 둘째, ‘성례’에 있어서 오순절신학이 칼빈신학을 거의 수용하는 측면이 강하다. 그러나 성례에 있어서는 칼빈신학이 오순절신학보다 성령의 인격성이 더 잘 표현되었다.

셋째, ‘사랑’에 있어서 칼빈신학과 오순절신학 모두 성령의 사역에 의해 사랑이 성도의 마음에 새겨진 것이 강조된다. 사랑에 있어서는 특별한 차이점이 발견되지 않는다. 넷째, ‘하나님의 나라’에 있어서 칼빈신학과 오순절신학 모두 성령의 사역이 강조된다. 다섯째, ‘기도’에 있어서 칼빈신학과 오순절신학과의 결정적인 차이는 기도를 통한 성령과의 교제에 관한 것이다.

칼빈신학에 있어서 성령은 예수님과의 교제, 또는 하나님과의 교제를 돕는 역할만 강조되나 성도와 성령과의 직접적인 교제는 거의 발견되지 않는다. 그러나 오순절신학은 성부와 성자와의 교제뿐만 아니라 성령과의 과제도 중요시된다. 그러나 기도를 통한 성령의 충만을 구하는 것은 칼빈신학과 오순절신학과의 공통점이라 볼 수 있다.

오순절신학이 상대적으로 역사가 짧아서 칼빈의 신학적 전통에서 배울 것이 많다. 그렇지만 학문적 교류에 있어서는 서로의 신학을 돕고, 대화를 통해 오해나 부족한 부분은 보완해 나갈 때에 좋은 에큐메니칼 교류가 있으리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