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4개교단 연합예배 '소리없는' 기득권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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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4개교단 연합예배 '소리없는' 기득권 싸움
  • 이현주
  • 승인 2008.09.09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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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보름 전까지 개최 이외에 아무 합의도 못해
 


제주선교 100주년을 맞아 오는 24일 장로교단 총회 기간 중 열리는 4개 교단 연합예배가 예배 설교자 자리를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지난 8일 총무단 회동에서도 순서 조율에 실패했다.

 
24일 5시경 식전 만찬으로 시작되는 연합예배는 1부와 2부로 계획됐다. 당초 설교를 통합측이 맡을 것이라는 추측과 달리 장소를 내어준 합동측이 강도 높게 자신들의 권한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4개 교단 연합예배 성사를 주도해온 통합은 회의 석상에서 1부 예배 설교자로 김삼환목사를 추천했으며 메인 스피커를 맡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열리는 2부 예배는 합동측에서 설교를 맡지만 1부 설교자와 같은 시간을 배정하지 않았다. 대신 통합은 합동을 달래기 위해 총회 전인 17일 명성교회에서 준비기도회를 개최키로 하고 합동 김용실 총회장을 단상에 세우겠다고 제안했다.

 
통합과 합동의 강단교류 차원에서도 바람직한 것으로 보이지만 합동측의 입장을 강경하다. 총회를 앞두고 바쁜 상황에서 굳이 17일에 준비기도회를 할 필요도 없는데 제주설교를 통합이 따내기 위해 일부러 만들어낸 행사라며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8일 회의에서도 아무런 가닥을 잡지 못한 4개 교단은 다시 회의로 모여 순서를 조율키로 했다. 하지만 통합과 합동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 어느 한 쪽이 먼저 ‘희생’을 감내하기 전에는 사실상 조율이 어려울 전망이다.

 
통합과 합동이 서로 강단을 놓고 줄다리기를 벌이는 것은 양교단으로서는 장로교단의 장자권을 유지하는 것과 같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 치도 양보할 수 없는 통합은 ‘제주선교’에 있어서는 타교단과 비교할 수 없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 장로교단 분열 당시 제주지역 교회가 전부 통합측에 가입했고 그 전통이 이어지면서 제주지역 360여 교회 중에 120여 교회가 예장 통합에 속해 있고 4만 성도 중 3만여 명 정도가 통합 교인이다. 반면 합동은 제주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39교회 3000여 성도가 전부로 합동측 전체 교세와 비교할 때 제주도는 선교 취약지로 꼽힌다.
 

하지만 합동측이 메인 설교를 주장하는 것은 1만 교세의 장자교단으로 이번 기회를 통해 제주도에 합동의 입지를 굳히겠다는 속뜻을 품고 있다. 또 컨벤션센터를 제공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달리 장소를 찾을 수 없는 나머지 3교단으로서는 어떻게든 합동을 품고 가야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자칫 합동측의 비위를 건드릴 경우, 총회 막바지에 장소도 잃고 4개 교단 연합예배라는 의미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 연합예배까지 시간은 남아 있지만 이번 주내에 일정 부분 합의를 이뤄내지 못할 경우, 자칫 성급한 준비로 4개 교단 연합예배가 졸속으로 치러질 우려를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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