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기독교정당 창당설로 몸살 앓는 교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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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기독교정당 창당설로 몸살 앓는 교계
  • 이현주
  • 승인 2008.01.09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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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정당 사회적 지지 얻기 어렵다” 교계 반대 거세
 

전광훈목사의 ‘사랑실천당’ 대다수 목회자 외면

기민당 4월 총선 도전 선언하며 정치 참여 재시도


지난 17대 대선과정에서 유례없이 많은 선거법위반사례를 남긴 기독교계가 이번에는 총선을 앞두고 기독교정당 창당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달 27일 창당 예비모임을 갖고 기독교정당으로 4월 총선 출마를 선언한 ‘사랑실천당’의 진위여부에 대해 논란이 뜨겁다. 사랑실천당 창당을 선언한 청교도영성훈련원장 전광훈목사는 “300만 생명공동체를 기반으로 100명의 의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치며 이 정당에 TV부흥강사로 인기를 끌고 있는 대전중문교회 장경동목사와 예수마을교회 장학일목사 등이 참여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장경동목사는 “정치에 참여할 뜻이 없고 사랑실천당 창당은 모르는 일”이라고 해명했다.

 
이명박 당선자를 지지하고 전형적은 극우보수로 알려진 금란교회 김홍도목사도 이번 사랑실천당 창당은 자신과 상관없는 일임을 분명히 확인했다.
 
 

김홍도목사는 지난 8일자 국민일보에 광고를 게재하고 “사랑실천당뿐 아니라 기독정당 창당에도 반대 입장이며 지난 4일자로 청교도영성훈련원 총재직도 사임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오해가 일어난 것은 전광훈목사가 언론사에 돌린 창당취지문에 특정 부흥사들의 참여를 게재했고 이어 1월 5일 국민일보에 창당에 대한 전면광고를 내며 하단부에 오는 21일부터 23일까지 열리는 무료말씀학교 광고를 덧붙임으로써 마치 강사들이 모두 정당에 관여하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특강강사로 사진까지 나온 광고에는 연동교회 이성희목사와 새문안교회 이수영목사, 대전중문교회 장경동목사, 포도원교회 김문훈목사, 예수마을교회 장학일목사의 사진과 이름이 실려있다.

 
또 창당광고에는 243 지구당 국회의원 출마자와 56석 전국구 출마자 신청을 받는다고 나와있어 실제로 총선에 도전할 것임을 시사했다.
 
 

전광훈목사의 정당 창당 전략에는 비례대표 의석 확보가 깔려 있다. 지난 2004년부터 정당투표제가 실시됐고 기독교인들이 기독교정당에 표를 몰아주면 의석확보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특이하게도 전목사는 자신의 정치진출은 거부했다. 다만 “장로들이 정치할 수 있는 장을 만들겠다”는 것.

 
문제는 총선을 앞두고 활동을 준비하는 기독교정당이 사랑실천당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 총선에서 1.1%의 참담한 지지율을 얻어 패배한 한국기독당이 ‘기독교민주복지당’이라는 이름으로 새출발을 준비하고 있다. 여기에 대선에서 고배를 마신 정근모장로 중심의 참주인연합도 명예회복을 다짐하고 있다.
 
 

기민당은 지난 총선때처럼 다시 목회자들을 후보로 내세울 계획을 안고 있다. 지난 4년간 와신상담한 것으로 알려진 당대표 최수환장로는 “정권이 교체되고 장로가 당선된 것은 기독교국가로 가기 위해 하나님이 주신 기회”라는 이유를 밝혔다.

 
정치참여의 이유도 “국가 정체성 확립과 사회병리문제 해결”로 사랑실천당과 크게 다르지 않다. 두 당이 하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들의 총선 참여 선언의 배경에는 이명박 장로대통령의 배출에 자신들이 크게 기여했다는 자부심과 이에 편승해 기독교의 영향력, 혹은 목회자 자신의 영향력과 이미지를 부각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기독교정당의 잇따른 창당 소식을 접한 교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교회에 대한 사회적인 신뢰가 실추된 상황에서 여기저기 현실정치를 희망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에 대해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특히 이명박 당선자가 아직 대통령으로 취임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기독교의 승리에 도취된 것은 타종교와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기독교에 대한 사회적 반감을 키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칼빈대학교 길자연총장은 “기독교계가 유달리 장로대통령이 됐다는 도취에 빠져 있는데 오만함으로 버리고 대가를 바라는 일은 삼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명성교회 김삼환목사도 최근 설교에서 “목회자들은 정치에서 한 걸음 물러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목회자를 비롯해 기독교인들이 정치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현상을 지적한 것이다.
 
 

한국복음주의협의회장 김명혁목사도 “한국교회가 지나치게 정치에 야합하는 것은 문제”라며 “교회는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 순수한 영성을 회복하고 기도하는 일에만 힘써야 한다”고 밝히며 기독교정당 창당에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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