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핵실험, 기독교구호단체 대북지원 '재검토'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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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핵실험, 기독교구호단체 대북지원 '재검토'숙고
  • 윤영호
  • 승인 2006.10.12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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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시아 대결구도 해소 위한 `교회역할론` 부상

북한 핵실험이 강행된 지난 9일, 기독교계도 당혹과 분노가 교차하는 가운데 교단과 단체마다 향후 사태를 조심스럽게 전망하느라 분주했다. 특히 북한지역의 식량난 해소를 위해 벌여왔던 인도주의 대북지원에 악영향을 끼칠까 우려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들 기독교 인도주의 대북지원단체들은 한꺼번에 대북지원을 멈추는 일이 현실로 나타났다는 불안감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정부와 한반도 주변 강국 및 유엔 안보리의 입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대북기독교 단체 실무진들은 “그동안 기독교 대북지원이 정부의 햇볕정책이라는 큰 틀 안에서 비교적 원활하게 진행됐던 것이 사실”이라며 “지난날 서해교전을 비롯 북한과 빚은 일부 무력충돌에도 불구하고 대북지원은 꾸준히 진행돼 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북한의 핵실험 강행에 따른 여파로 기존의 이같은 분위기는 그리 오래 유지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 실무진들의 공통적인 전망이다. 대북지원의 폭이 매우 협소하게 축소될 것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남북나눔운동의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 이렇다할 정부의 지침은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하면서 “하지만 통일부가 그동안 허가해 준 대북지원 물자교류의 폭과 일정 등을 대폭 축소할 가능성은 있으며 우리 단체는 정부가 허가하는 범위 안에서 교류할 예정”이라고 말해 향후 정부정책에 좌우될 것임을 시사했다.

일단 내년 평양대부흥100주년을 맞아 추진되는 북한관련 기독교집회가 상당부분 위축되거나 취소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우리민족교류협회(이사장:송기학)와 단체들이 추진하는 ‘2007평양국제성회’의 성사 불투명을 들 수 있다. 성회 관계자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질 ‘평양복음심장병원’착공식 역시 성사될지 미지수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다음 달에 평양에서 착공식을 가져야 하지만 현재 정세로서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지난 10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긴급모임을 가진 평양국제성회 관계자들은 “원칙적으로 내년 5월 성회개최 실현을 위해 실무작업을 계속해서 진행한다”는데 입장을 정리하고 “한반도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극한 상황 해소에 교회들이 중추적인 역할을 하도록 노력한다”고 다짐했다.

또 오는 25일 봉수교회 상량식을 가질 예정이었던 예장 통합측으로서도 향후전망이 불투명해진 상태다. 봉수교회 재건축을 지원하고 있는 통합측 남선교회전국연합회는 “상량식이 가능하다는 통지를 지난 6일 받은 상황에서 핵실험이 벌어졌다”고 우려하면서 “앞으로 일정을 위해 정부와 북한측의 협의를 번갈아가며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함께 북한에 이미 세워진 의료시설 및 복지시설, 빵 공장의 운영에 대한 본격적인 재검토가 이루어질 공산도 크다. 이번 달 말 평양에서 완공식을 갖기로 예정된 심장병원을 포함해 예장 합동총회가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평양 빵공장 등 시설이 그것들이다.

합동총회는 정기적으로 중국에서 빵 제조에 필요한 밀가루 등 재료를 구입해 꾸준히 제공해왔는데 이번 핵실험 강행으로 재료제공 일정에 차질을 빚을 공산이 크다. 고아원과 유치원에 제공됐던 빵이 생산에 차질을 빚는다는 것이다.

합동측은 실무진으로서는 북한구호를 계속할 예정이지만, 교단 내 보수입장을 견지해온 그룹의 압력이 거세질 것으로 보여 당분간 빵공장 지원은 불투명할 전망이다.

평양신학원 운영비를 책임져온 감리교 서부연회 역시 교계의 이같은 경색분위기에 따라 운영비지원에 대한 재고가 예상되고 있다. 신학생 교육비 및 생활비, 도서구입비, 교수진 연구비 등을 책임져온 감리교서부연회로서는 이번 북핵실험이 매우 험악한 상황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당분간 신학원 지원을 보류한다는 입장을 정했다.

서부연회 관계자는 “북한의 최근 상황은 농사도 망쳐 수확물이 바닥난 상태여서 국제구호 물자로 연명해왔다”고 전하고 “따라서 이번 핵 실험은 궁지에 몰린 북한이 취할 수 있는 최대의 방법으로 우리는 심각한 사태까지 예상하고 있지만 교회입장에서는 북한을 국제사회로 나오도록 하는 중재역할의 책임을 지고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핵실험을 통해 교계는 정부의 대북정책 변화를 우선적으로 수용한다는 공통된 입장을 나타내고 있으나, 교계의 대북지원이 정치적인 갈등에 혼선을 빚으면 않된다는 판단이 작용하면서 기독교정체성을 살리는 방향으로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한다는 설명이다.

교계지도자들은, 기독교는 정치단체나 안보단체가 아니라는 점을 재확인하며 남북대결 혹은 북미대결 국면으로 이어지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는 화해프로그램 진행에 교회가 적극 나서야 할 것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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