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연변르포(3) - 선조들의 흔적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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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연변르포(3) - 선조들의 흔적을 찾아서
  • 승인 2001.09.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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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천지 바라보며 북한 복음화 기원

“남은 자는 예루살렘에서부터 나올 것이요 피하는 자는 시온산에서부터 나오리니 여호와의 열심이 이 일을 이루리라 하셨나이다.”

청나라 말기 함경도·평안도 하층민들이 이주해 땅을 개간하고 정착한 연변. 일제 때 땅을 빼앗긴 조선인들이 처자식을 먹여 살리기 위해 두만강을 건너 처음 등짐을 풀었던 곳이었으며 일본군에게 쫓긴 독립운동가들의 피신처이자 집결지이기도 했던 이곳은 지금도 배고픔을 못 이겨 넘어오는 탈북자들을 품에 안아 주고 있으며 진정한 통일을 기원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담아 말없이 북한을 바라보고 있다.

단기선교 다섯째 날, 비전 동북아팀은 민족의 애환이 담긴 연변에 새겨진 선조들의 기도의 숨결을 밟아 가기로 했다. 비전 동북아팀이 제일 먼저 다다른 곳은 민족 시인 윤동주 생가였다. 입구에 윤동주 생가임을 알리는 커다란 기암이 우뚝 솟아 있는 것과 달리 생가는 도로보다도 낮은 곳에 위치해 있었으며 주위에는 몇 채 안 되는 집들 뿐 외로이 북풍을 받는 자리에 지어져 있었다.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자신의 고백처럼 하나님 앞에 항상 홀로 서 회개하며 민족을 품었던 시인의 모습을 보는듯 했다. 돌아보니 큰 채와 별채로 이뤄진 기와집도 단정한 형태로 서 있었다. 민족의 가슴에 칼을 꽂은 일본을 용서하기 위해 거룩한 하나님의 자녀로 부단한 인내와 절제를 보여준 그의 삶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오던 길을 되돌아 ‘선구자’ 노래로 유명한 비암산 꼭대기의 일송정(一松亭) 정자에 올랐다. 일송정은 우리 민족이 연변에 처음 모여 농사를 짓고 학교를 세우며 살기 시작한 마을 ‘용정’을 유유히 굽어보고 있었다. 본래 이곳에 있어 용정마을 어린이들의 놀이터로, 독립운동가들의 모임장소로 쓰였다던 큰 소나무는 일본의 시기로 뿌리에 쇠말뚝이 박혀 말라죽었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일송정 아래쪽에는 일송정 공원이 만들어져 있어 관광객들의 아쉬움을 달래고 있었다. 일송정 기념비와 좌우에 ‘선구자’와 ‘고향의 봄’ 가사가 새겨진 노래비가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조국을 찾겠노라 맹세하던 선구자”

비전 동북아팀은 일송정과 해란강, 용정을 차례로 보며 선구자 노래를 힘차게 불렀다. 마지막 절에 이르자 가슴이 뭉클해져왔다. 이역 땅에서도 조국을 생각하며 조국을 위해 기도하기를 그치지 않았을 그들… 이곳에 잠시 머무는 후손들이 그냥 지나칠 수 없게끔 선조들의 바램은 한구절의 노래가 되어 우리의 발을 붙잡고 있었다.

그리고 이·삼십대의 청년들이었을 독립투사들이 쌓아온 기도의 씨가 열매로 맺힐 그날을 하루 빨리 볼 수 있기를 소망하게 됐다. 고개를 숙여 조국과 선조들을 위해 묵념하는 시간을 가졌다. 나라를 빼앗긴 민족의 회복과 부흥을 갈망하던 선조들이 남한과 조선족 청년으로 다시 태어나 북한 땅에서 복음을 전하는 모습이 떠올랐다.

다음날 이른 새벽 비전 동북아팀은 차에 나눠타고 백두산으로 향했다. 단기선교에 대한 특별한 기름부으심이 있기 때문일까. 적지 않은 사람들을 백두산으로 안내해왔다는 운전사는 백두산 입구를 지나며 어떻게 알았는지 저기 보이는 곳이 천지니 어서 기도하라고 권해 팀원들을 놀라게 했다. 작년 남한의 목사님을 태우고 가다 달리는 차안에서 하나님을 영접했으니 괜찮다고 우리를 안심시켰다.

저 건너편 끝까지 선명하게 보이는 천지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광경이었다. 웅장하고 장엄한 모습에 하나님의 순결함마저 녹아있는 것처럼 보였다. 민족의 영산, 민족 정기의 근원이라는 말이 이해될 듯했다. 우리 민족에게 주신 하나님의 특별한 선물이라는 생각에 감사하다는 고백이 절로 터져 나왔다.

“백두산 천지의 정결한 아름다움과 깊음, 그 고귀함은 우리 아버지 마음 같아요.”

천지를 향한 한 자매의 표현에 공감했지만 한편으론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우리 땅이 아닌 중국을 통해서 밖에 올 수 없는 현실, 맑은 수면 건너 보이는 북한은 닫혀 있고 보는 것 만으로 만족해야 하는 분단의 현실이 안타까웠다. 언젠가는 북한 쪽에서 지금 이곳을 보리라는 바램을 가슴에 묻어두어야만 했다. 그리고 하나님은 당신의 아름다움을 말없이 보여주시며 저 밑에서 갈라져 서로 싸우고 다투고 있는 우리의 어리석음을 조용히 꾸짖고 계셨다.

비전 동북아팀은 천지를 바라보며 하나님의 솜씨를 찬양하고 또 한번 통일을 위해 북한의 복음화를 위해 마음모아 기도했다. 얼마전 천지에서 종교집회를 열다 공안에게 연행돼 갔다는 소식에 작은 입술로 조용히 기도할 수밖에 없었다. 단기선교의 중간을 지나고 있는 시점에서 팀원들은 여행을 통해 배운 하나님의 마음을 한국에 돌아가서 삶 가운데 어떻게 적용하며 살 것인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구자천기자(jckoo@uc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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