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복음서(67) 육에 대한 영의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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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복음서(67) 육에 대한 영의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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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12.29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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겟세마네의 기도

김경진 교수<천안대 기독신학대학원>


예루살렘에서 유월절을 지킨 자들은 밤새 그곳에 머물러야 한다. 그런데 당시에 순례객들이 너무 많았던 까닭에 예루살렘 지경은 확장되어 감람산 서쪽 편까지 포함하였다고 한다(마 26:30). 감람산으로 나아가며 제자들이 찬미하였다고 했는데, 당시의 관습에 따른다면 유월절 만찬과 관련된 시편 114-118편이 불리어졌을 것이다.

그 때에 주님은 이전에는 많은 사람들이 시험에 빠지리라 말씀했으나(마 24:10), 이제는 스가랴 13:7을 인용하며 제자들 모두가 자신을 버릴 것을 예언하신다(마 26:31). 이후 주님은 관헌들의 손에 잡혀 십자가에 달려 죽을 것이지만, 다시 살아나 그들을 갈릴리로 인도하실 것을 말씀하신다(마 26:32).

우리 말 성경에 “(내가) 너희보다 먼저 갈릴리로 가리라”는 말은 사실 ‘목자와 같이 내가 너희를 인도할 것이라’는 뜻이다(참고, 요 10:4). 그 때 수제자격인 베드로는 자신만은 결코 주님을 버리지 않을 것이라 선언한다(33절). 그런데 마 26:33의 문자적 해석은, ‘모든 사람들이 당신 때문에 실족하게 될 것이지만, 나는 결코 실족하게 되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여기서 ‘당신 때문에’란 말은 마가복음에는 없는 것으로 여기에 추가된 것이다(막 14:29). 그렇다면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은 사실 그를 메시아로 고백하고 따랐던 사람들에게 적지 않은 실망을 안겨주었을 것이고, 그로 인해 많은 이들이 주님을 떠나게 된 것에 대한 설명으로 이해된다.

특히 유대인들이 다수였고 또 회당과 대립적 위치에 있던 마태의 공동체에게 이 문구는 의미 있는 표현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장담과는 달리 베드로는, 주님의 예언대로, 닭 울기 전에 세 번이나 주님을 부인하고 말았다(마 26:34, 69-75).

이후 주님과 제자들은 겟세마네 동산으로 가게 된다. 이 장면은 주님이 제자들과 자리하는 마지막 장면인데, 그 마지막에는 모든 제자들이 주님을 버리고 도망쳤다고 기록되어 있다(마 26:56). 마 28: 16에 가서야 그들은 다시 주님을 만나게 된다. 겟세마네란 단어의 뜻은 기름이나 포도주를 짠다는 말이다.

거기서 주님은 누가복음의 기록에 따르면, 땀방울이 핏방울이 될 때까지 기도하셨다고 한다(눅 22:44). 즉 주님은 인류의 죄악 때문에 기름 대신에 자신의 피를 짜신 것이다. 그 때 주님은 세 특별 제자, 베드로, 야고보, 요한을 데리고 좀 더 나아가서 기도하시되, 그들에게 주님과 함께 깨어 있도록 당부하였으나, 그들은 모두 잠에 빠져버렸다.

주님의 뜻에 불순종하게 되자 결국 그들은 주님을 버리고 도망치는 잘못을 저지르고 말았다. 반면에 주님은 아버지의 뜻에 순종하심으로써 인류 구원의 대역사를 완성하였다.

이것을 달리 표현하면, 영혼과 육체의 갈등으로 풀이할 수도 있겠다(마 26:41). 주님이 십자가를 져야하는 그 무서운 시험을 기꺼이 용납한 것은 육(肉)에 대한 영(靈)의 승리라고 말할 수 있겠다.

반면에 제자들이 잠이 들게 되어 결국 시험에 빠져 주님을 배신한 것은 오히려 영이 육에 진 경우라고 말할 수 있겠다. 요컨대 말씀에 불순종함으로써 제자들은 육에 지고 말았으나, 주님은 하나님의 뜻에 순종함으로써 육을 이기고 승리하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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