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승교수<서울신대 구약학>
아이성 전투와 관련한 성경의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이성 전투의 실패에는 아간의 범죄와 더불어 여호수아가 저지른 실수가 크게 작용했음을 알 수 있다. 아간의 범죄로 인해 이스라엘이 아이성 점령에 실패한 것은 사실이지만, 패배의 실제적 원인은 여호수아의 잘못된 전략 때문이었다. 근본적 원인이 아간에게 있었다면, 실제적 원인은 여호수아에게 있었던 셈이다.
여호수아의 실수는 우선 아간의 잘못으로 인해 여호수아에게 끼쳐진 부정적 영향력이다. 성경은 개인의 위치가 전체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강조한다. 이간이라는 한 개인의 잘못 때문에 전체 이스라엘이 예상치 못한 패배를 겪어야 했고, 또한 한 개인 때문에 가족 전체가 죽임을 당해야 했다. 이와 같이 아간의 범죄는 보이지 않게 이스라엘의 지도자인 여호수아에게 영향을 끼쳐 그의 영적 판단력을 흐리게 만들었다.
여호수아의 영적 판단력이 흐려졌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의 영적 긴장감과 집중력을 유지하지 못한 것과 관련있다. 여리고성 점령에 전력을 기울였던 여호수아는 그 후에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때로 우리들에게도 일과 일 사이에 잠시 동안의 휴식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이 너무 지나쳐 긴장이 풀어지고 영적 집중력이 떨어지는 결과를 가져온다면 여호수아와 같은 지도자에게는 큰 문제다.
아이성 전투에 임하는 여호수아에게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점에서 그런 영적인 해이가 나타났다.
첫째는, 하나님의 지시나 허락을 받지 낳고 전쟁에 나섰다는 점이다. 이것은 여호와의 전쟁이라는 속성을 잠시 잊은 처사로 하나님께 드릴 기도가 부족했음을 보여준다. 후에 여호수아는 하나님의 허락과 지시를 받은 다음에 아이성 공격에 나섰다(수 8:1).
두번째는, 자신은 참여하지 않고 부하들만 전쟁에 내보냈다는 점이다. 그는 전쟁의 지휘관은 자신이 아니라 하나님이시라는 사실을 잊었다. 하나님께서 전쟁의 지휘관으로 참전하신다면, 병사에 불과한 자신이 뒤에 남아 있을 수 없다. 후에 여호수아는 아이성을 재차 공략하면서 최선봉에 서서 전쟁을 직접 지휘했다(수 8:3).
세번째는, 자만심이다. 여호수아는 부하 장군의 조언에 따라 직접 전쟁에 나서지 않았을 뿐 아니라 삼천 명 정도의 병사들만 내보냈다. 자신감과 자긍심은 필수 요소지만, 자만심은 철저하게 배격해야할 경계 대상이다. 후에 여호수아는 삼만 명의 군대를 이끌고 전쟁에 나섰다(수 8:3).
네번째는, 작은 성이라고 얕잡아 보고 특별한 전략을 세우지 않고 무작정 올라갔던 점이다. 전쟁에 임하면서 최선을 다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후에 여호수아는 주도면밀한 작전 계획을 세워 전쟁에 임했다. 특히 패하는 척하면서 도주하는 연막작전과 함께 군사들을 매복시켜 놓는 작전을 병행하여 효율적인 기습공격을 감행했다.
아이성 전투와 관련하여 여호수아가 보여준 실수와 그의 변화된 모습은 올바른 신앙인의 자세가 무엇인지를 잘 설명해 준다.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것이 신앙의 가장 기본적 자세이며 덕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