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복음서(47) 성전 청결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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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복음서(47) 성전 청결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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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10.12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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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야로서의 신분·권세 현시
 

주님이 메시야로서 예루살렘에 입성하자마자 행한 일은 바로 성전을 청결케 하는 사건이다(마 21:12-17, 막 11:15-19, 눅 19:45-48). 이것이 예루살렘에 입성하여 주님이 첫 번째 행한 일이라는 사실은 이 사건이 갖는 의미가 각별하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면 주님이 성전에 들어가서 상행위를 하는 자들을 모두 내어 쫓은 그 행동에는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누가복음에 따르면 주님은 이미 12살 때 예루살렘에 올라갔고(눅 2:41-50), 그 때 이미 성전의 부패하고 타락한 모습을 명백히 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 때는 아직 메시야로서의 사역을 시작하지 않았을 때여서 이 문제에 대해 간과하였을 것이지만, 이제 메시야로서 예루살렘에 입성한 것이니만큼 이번에는 절대로 그러한 모습을 묵과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한편 요한복음에 의하면, 주님은 공관복음과는 달리 공생애 중 예루살렘에 유월절을 지키러 세 번 올라가는데, 첫 번째 방문 때 성전 정화 사건이 발생한다(요 2:13-16). 공관복음에는 주님의 사역의 마지막 무렵에 이 사건이 발생하는 데 반해, 요한복음에서는 오히려 사역 초기에 이 사건이 발생한다는 것은 비평학자들 사이에 논란의 여지가 되었다.

이에 대하여 어떤 이들은 이 두 사건이 전혀 다른 사건이며, 따라서 두 번 발생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많은 이들은 이러한 극적인 사건이 두 번씩이나 발생했을 것으로 보지 않고, 이를 유대교와의 단절을 강조하려는 요한의 신학적 해석으로 받아들인다.

그렇다면 결국 복음서 기자 모두는 주님이 처음 예루살렘에 입성한 후 우선적으로 하신 일이 바로 성전 정화임을 강조하고자 하였음이 드러난다. 이것은 무엇보다도 본연의 기능을 상실한 성전을 청결하게 하는 일이 곧 참 성전이신 주님의 죽으심을 준비하는 하나의 과정임을 암시하는 것으로 이해된다(참고, 요 2:21).

그러나 주님의 의분(義憤)으로 한 번 깨끗하게 된 성전은 또다시 더렵혀질 수밖에 없었고, 따라서 주님은 성전의 멸망을 예언하였다(마 24:2, 23:38). 그리고 그 후에는 더 이상 보이는 성전을 의지할 것이 아니라 참 성전이신 주님을 믿도록 만들고자 하였다.

마가는 성전 정화 사건을 예루살렘 입성 다음 날 발생한 것으로 기록하는 데 반해(막 11:12), 마태는 입성 후 즉시 성전에 들어가서 상행위를 하는 자들을 내어 쫓는 것으로 기록하고 있다(마 21:10).

이것은 다윗의 자손이며 메시야 왕이신 주님이 예루살렘에서 해야 할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일이 바로 유대교 신앙의 중심인 성전의 정화였다는 것을 가리킨다. 그리고 성전에서 벌어지는 허다한 상행위에 대한 주님의 분노는 유대교의 실패를 폭로하는 것이며, 아울러 메시야로서 주님 자신의 신분과 권세를 보여주는 사건이기도 한 것이다.

“기록된 바 내 집은 기도하는 집이라 일컬음을 받으리라 하였거늘 너희는 강도의 굴혈을 만드는도다 하시니라”(요 21:13).


/교수·천안대 기독신학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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