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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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
  • 운영자
  • 승인 2005.03.08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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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이 자기가 지고가는 십자가가 너무나 무섭고 다른 사람이 지고 가는 십자가보다 더 큰 것같아 하느님께 불만을 터트렸다.

"하느님, 왜 저에게만 이렇게 무거운 십자가를 지게 하십니까? 다른 사람의 십자가를 보십시오. 얼마나 작고 가벼워 보입니까"
그 말을 듣고 하느님께선 입가에 빙그레 미소를 띄며, "그래? 그렇다면 네 십자가를 바꾸어주마, 마음에 드는 다른 십자가를 하나 골라보아라"하고 말했다.

그 사람은 수많은 십자가가 쌓여있는 창고에 가서 가장 가볍고 편해 보이는 십자가를 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좀처럼 자신이 원하는 십자가를 찾을 수가 없었다. 좀 가벼워 보여 들어보면 무겁고, 좀 작다 싶어 들어보면 그것 역시 불편하고 무거웠다. 그렇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하루종일 십자가를 들어보았다가 내려놓기를 되풀이했다. 그러다가 이거다 싶은 십자가 하나를 골라 얼른 하느님 앞으로 나아갔다.

"하느님, 드디어 마음에 드는 것을 하나 골랐습니다."
"그래, 마음에 드느냐?"
"예, 흡족합니다. 가벼운 십자가로 바꿀 수 있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는 기쁨에 넘친 얼굴을 하고 하느님께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하느님이 한참동안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자세히 보아라. 그 십자가는 본시 네가 지녔던 십자가다."


                                                                          - 정호승의 "위안"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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