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전 구수영을 살린 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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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전 구수영을 살린 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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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2.23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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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창 교수<천안대학교>

옛날 연산군 때 구수영(具壽永)이라는 무신이 있었다. 그는 연산군에게 갖은 아첨을 다해 연산군이 유흥에 빠지도록 나쁘게 인도한 장본인이었다. 그런데 그런 연산군을 몰아낸다는 소식이 들려오니 구수영은 꼼짝없이 죽게 되었다.

중종 반정이 일어난 9월 2일 밤이었다. 군사들이 반정을 도모하려고 광화문 앞에 집결했다는 말이 들려왔다. 구수영의 집안은 온통 울음바다가 되었다. 그 때 그 집 종 하나가 안주인 앞에 나아가 말하였다.

“마님, 쇤네의 어리석은 생각으로는 사람의 목숨은 하늘에 달려 있는 것이오니 이리 우시고만 계실 게 아니라 계책을 마련해 보심이 옳을 듯 하나이다.”

구수영의 부인이 물에 빠진 사람 지푸라기라도 잡는다고 하찮은 종에게 어찌하면 좋겠느냐고 묻자, “마님! 시간이 없사오니 급히 서두르시어 되도록 많은 술과 음식을 마련해 주시면 쇤네가 어찌 해보겠나이다.”

그리하여 급히 서둘러 많은 술과 음식이 마련되자 구수영의 종은 하인들을 동원해 마차에 가득 싣고 군사들이 집결해 있는 광화문 앞으로 가서 우선 세 대장에게 먼저 나누어주고 다음 군사들에게 술과 음식을 권했다. 그러니까 하루 종일 제대로 먹지 못하고 굶주렸던 군사들인지라 정신없이 먹고 마셨다.

이렇게 먹고 마시는 것이 끝날 즈음 대장이 구수영의 종에게 “그래, 이 술과 음식은 뉘댁에서 보내신 것이더냐?” 하고 물었다.

그러자 구수영의 종이 나서서, “예. 이 술과 음식은 쇤네의 주인이신 구판의금부사께서 이 큰 일에 배가 고프시면 성사시키기 어렵다고 해서 보내신 것이옵니다”라고 대답하는 것이 아닌가.

난처해진 것은 세 대장이었다.

“아니 이 일을 어쩐담! 죽이기로 되어 있는 구수영의 혜택을 입어놨으니?”라고 뇌까리는 것이었다.

그러자 능소능대한 이 종이 좋은 말로 유도해 일단 구수영을 살려주기로 언약을 받았을 뿐 아니라, 반정이 성사된 후에는 이 공이 인정되어 공신 반열에까지 오르게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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