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 합동정통-“진보교단 될 수 없다”며 여성안수 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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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장 합동정통-“진보교단 될 수 없다”며 여성안수 부결
  • 승인 2004.09.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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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목사 안수 통과 여부로 교계의 관심을 모은 예장합동정통 총회는 결국 무기명 비밀투표까지 가는 결과 찬성 213표, 반대 212표, 기권 9표로 2/3에 50여 표가 못미쳐 부결되는 안타까움을 초래했다.

반대를 주장한 사람들은 “여성 안수를 허락하는 교단은 진보 계열의 교단이기에 정통 보수를 주장하는 우리도 진보 교단으로 낙인찍힌다”면서 절대 불가를 주장했다. 반면 찬성측 발언을 연이어 원로 목사들이 나서서 하자 이를 지켜본 외부 방청객들은 “이 교단은 어찌된 것이 나이든 분들이 찬성을 하고 젊은 사람들이 반대하는지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반응했다.

그러나 반대가 훨씬 많았던 지난 해에 비해 찬성표가 많았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고무적인 일로 “1~2년 내에는 통과되지 않겠느냐”는 총대들의 이야기를 엿보아도 분위기는 한층 무르익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성 안수가 통과되기 위해서는 보다 구체적인 전략과 참신하고 건실한 여교역자들의 적극적인 동참이 선행돼야 한다는 전제가 요구되고 있다. 즉, 일방적으로 총대들에게 여성 안수를 당부하는 차원이 아니라 계속적인 공청회로 여성 안수에 대한 타당성을 알리면서 단독 목회를 건실하게 하는 동문들을 끌어들여 실질적인 어려움과 유익을 꾸준히 홍보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여성 안수 부결과 함께 이번에 또 한가지 안타까운 결과는 유지재단 설립의 부결이라고 할 수 있다.

수원노회 유만석목사를 제안자로 당석 헌의안으로 올린 유지재단 의무 가입의 건은 “수년 전부터 총회장들이 공약 사항으로 내세운 것이지만 실현되지 못한 것을 볼 때 적어도 부총회장 입후보자는 의무적으로 유지재단에 가입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총대들의 분위기는 찬성하는 쪽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러나 제안자가 “유지재단에 가입할 수 없다면 다른 대안으로 그에 상응하는 발전 기금을 내놓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분위기가 돌변. 급기야 본질이 흐려진 가운데 대부분의 총대들은 “그렇다면 돈 없는 목사는 총회장이 될 수 없다는 얘기냐”면서 목소리를 높이기까지 했다.

또한 투표 결과 과반수는 훨씬 넘었으나 3분의 2가 안돼 가결과 부결을 오고 간 유지재단 시행은 3천 교회를 눈 앞에 두고 5천 교회를 바라본다고 하는 합동정통의 위상 문제를 생각해 볼 때도 분명 한 두 교회라도 모범적으로 나서 법인을 먼저 설립하고 유지재단을 운영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3년 전부터 개회 시간을 오후 3시로 앞당겨 회의를 원활하게 진행키로 한 총회는 금년 역시 첫날 임원 선거도 못하고 개회예배와 성찬식에 이어 회원 점명과 절차를 보고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그때 시간은 고작 오후 6시 30분이었다.

이같은 상황은 셋째날까지 계속됐다. 이튿날 역시 오전과 오후를 임원 선거와 임원 교체식으로 보낸 총회는 헌의안 보고를 정치국과 헌법위원회, 규칙국으로 보내고는 다시 정회했다. 그때 시각은 오후 5시20분이었다. 셋째날은 오전에 각 국과 위원회별 모임으로 오전을 보내고 오후에 여성 안수 건으로 많은 시간을 보낸 후 수요예배 시간인 4시30분이 되자 정회를 선언한 것.

결국 마지막 날 당석 헌의안으로 올라온 회기 조정에 대한 건과 유지재단 설립에 대한 건으로 많은 시간을 보낸 총회는 오후 6시 넘어서자 정작 중요한 헌법과 규칙 개정안은 다루지 못하고 규칙개정은 실행위원회로 넘기고 헌법 개정은 수개정위원을 선정해 다시 연구하기로 하고 마무리 지은 상태에서 기타 안건으로 호남신학교 인준, 캐나다노회 신설 등을 급히 다룬 후 저녁 7시에 폐회 예배를 드리고 총회를 마쳤다.

대부분의 다른 총회들은 저녁 식사 후에도 회의를 속회해 보다 세밀하게 회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을 볼 때 마지막날 급하게 안건을 제대로 다루지 못한 이번 총회는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어느 교단의 경우 첫날 임원 선거를 마무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함에 따라 밤 11시, 12시가 되더라도 임원 선거를 마무리 짓는 것을 거울 삼아 첫날 임원 선거라도 끝내면 이튿날부터는 본격적인 안건 처리에 들어가서 심도있는 회의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회의 석상에서도 일부 극소수의 사람들만 발언대를 잡고 분위기를 주도하는 모습은 아직도 회의 문화가 정착되지 않은 모습을 나타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회의 속회 때마다 총대들의 출석을 점검함으로써 마지막 날까지 총대들의 참석률이 그 어느 해보다 높았던 사실은 앞으로 성숙한 총회를 기대하게 하고 있다.

이석훈부장(shlee@uc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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