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 “그래도 희망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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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현장 - “그래도 희망은 있다”
  • 승인 2004.09.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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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장 최초의 여성총무 후보로 나선 정보영목사는 그가 걸어온 이력으로나 내건 정책으로나 모든 면에서 타 후보에 비해 손색이 없었다. 총회를 앞두고 지난 2일 마련한 토론회에서는 정목사의 자질이 눈에 띠게 돋보였다.

그러나 막상 선거에서 그가 얻은 표는 42표. 남자후보들만의 경선에서 최처 득표수가 백여표에 달하는 것과 비교할 때 턱없이 적은 숫자였다. 한달반동안 원칙을 고수하며 펼친 그의 선거운동은 여러가지 한계에 부딪혔다. “사람은 나무랄데 없지만 될 사람을 밀어주는 것이 낫지 않겠냐”는 논리가 정목사의 표를 깎아 먹은 것이다.

이번 총회는 교회에 아직도 여성이 넘기에는 높은 벽이 있음을 새삼 깨닫게 하는 시간이었다. 아무리 정책이나 인물면에서 자격을 갖췄다 하더라도 여성후보가 남성후보들과 동등한 대결을 벌이긴 어려운 구조라는 모순이 드러났다. 또 예상대로 예장 합동정통이 보수적 논리를 내세워 여성안수를 부결시켰고 각 교단 총회에서 여성정책들은 그저 한번 훑고 지나가는 것으로도 예의를 갖췄다는 총대들의 자찬이 오갔다.

예장 통합이 여성안수를 얻어내기까지 걸린 시간은 60년. 그래도 희망은 보였다. 3분2는 못얻었지만 과반수를 넘긴 합동정통의 여성안수 표결과 실무를 담당하는 총무직에 당당히 출마한 여성후보의 탄생, 그리고 예장 통합이 역사상 처음으로 부회록서기와 기획국장 등 4명의 임원을 배출한 것은 과거에 비해 진일보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아직 보수적인 전통속에서 늦게나마 여성을 존중하고 격려하는 한국교회의 의식 변화는 주의깊게 지켜볼만하다. 새로운 세대가 주도할 미래의 한국교회는 지금보다 더 희망적일 것이라고 교회여성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이현주기자(lhj@uc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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