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명함으로 불리는 ‘MB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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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명함으로 불리는 ‘MBTI’
  • 임주은 연구원 (문화선교연구원)
  • 승인 2022.02.09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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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은주 연구원의 ‘요즘 뜨는 MZ트렌드’①
임주은 연구원(문화선교연구원)
임주은 연구원(문화선교연구원)

MZ세대는 요즘, MBTI를 통해 자신의 성격을 파악하고, 소개하며, 또 상대방을 이해한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거나, 직장에서 함께 일을 해야 한다거나, 혹은 친구나 연인과의 관계에서 갈등을 겪을 때 MBTI를 알아두는 것은 큰 도움이 된다. 그래서 오늘날 MBTI는 ‘요즘 명함’으로 불리기도 한다.

오랜 역사를 가진 MBTI가 갑자기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게 된 것은, 2020년 여름에 방영된 MBC 예능 프로 <놀면 뭐하니?: ‘싹쓰리’>를 통해서였다. MBTI를 통해 ‘나조차도 다 알 수 없었던 나’를 들여다볼 수 있고, 나를 타인에게 간단히 설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실제로, 책 <트렌드 코리아 2022>에 의하면, 최근 2년간 소셜미디어 내 MBTI 언급량이 4배 가까이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여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는데, 크게 2가지 시대적 이유를 찾아볼 수 있다. 디지털 격변기와 글로벌 시대 속에서 태어났으며, 경제난·구직난이라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살아가는 요즘 청년들은, 유난히 “네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라는 질문을 많이 받은 세대라고 한다.
그런데 갑작스레 닥친 코로나19 상황은, 이들로 하여금 ‘진짜 나’를 찾는 여정을 가로막아버렸다. 한창 공동체 안에서 타인과의 접촉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받아야 하는 청소년·청년들에게, 이러한 고립 상황은 정체성을 찾고 관계를 형성하는 데 어려움을 안겨준 것이다.

이런 상황 가운데 MBTI는, 적은 시간을 들여, 소소한 즐거움과 함께, 나를 증명할 수 있는 도구가 되어주었다. 심리학적 토대를 갖추고 있어 신뢰하기도 좋으니 말이다. MZ세대는 이 도구를 이용해 ‘작고 소중한 나의 성격 유형’을 찾으며, 또한 이 도구를 통해 ‘나와 너’를 이해하고 소통하고, 일하고 즐기며, 소비하기도 한다. 불확실한 삶 속에서 아주 약간의 확실성을 맛보며 말이다.

그렇다면 교회의 공간에 MBTI를 적용해보면 어떨까. 교회라는 곳은 다양한 성향을 가진 사람들을 모두 아우르는 곳이다. 하지만 교회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 보면, ‘더 잘 수용되는’ 성향이 한정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소위 “외향적이고, 언변이 좋으며, 타인에게 친절한 데다가 타인의 정서에 큰 관심을 보이는” 성품을 가진 이들은 교회 안에서 ‘신앙심이 좋다’는 평가를 받기 쉽다. 반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 교회는 때로 어려운 곳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

사람은 각자 고유한 성격에 따라, 그 신앙의 모습에도 크고 작은 차이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교회에 모인 모든 성도들이 하나님을 인식하고, 예전에 참여하고, 성도와 교제하는 방식과 속도가 다르다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인정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인식은 교회학교의 신앙교육 과정에서도 중요하다.
아이들에게 교육자 주관적인 특정 신앙 성품을 강요하기보다, 하나님 안에서 다양한 성격 유형들을 긍정하고 수용해 줄 수 있어야 한다. 다른 질문, 다른 고민, 다른 신앙 표현을 한다고 해서, 혹은 표현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틀린’것은 아니다. ‘믿음 안에서 하나가 되는 것’을 ‘천편일률적인 신앙인’을 길러내는 것으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이는 다양한 특성, 다양한 신앙의 색채를 가진 이들이 하나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단순히 온라인 놀이문화를 넘어, 소비와 대중문화의 콘텐츠가 된 MBTI. MZ세대는 왜 이토록 ‘진짜 나’를 찾고자 하고, 이를 통해 소통하고 싶어할까? 이러한 오늘날 사회 현상에 대해 교회가 조금 더 관심을 기울이고, 시대를 읽어내며, 교회 안 청년들 혹은 성도들의 필요를 채워줄 수 있기를 소망한다.

*임주은 연구원 (문화선교연구원)

장로회신학대학교 학사(기독교교육과) 졸업, 신학대학원 졸업 후, 석사(기독교와 문화과) 논문학기 중에 있다. 지금은 교회에서 파트 사역으로 섬기고 있으며, 문화선교연구원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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