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보도 : 이명박 서울시장 ‘서울시 봉헌’ 파문 일파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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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보도 : 이명박 서울시장 ‘서울시 봉헌’ 파문 일파만파
  • 승인 2004.07.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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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서울시장이 지난 5월 말 한 기독교단체가 주관한 모임에서 “수도 서울을 하나님께 바친다”는 내용의 봉헌서를 낭독한 것이 사회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 1일 인터넷 신문 ‘오마이뉴스’에 의해 이명박 시장의 봉헌서낭독 사실이 알려지자 사회단체 및 불교계, 정계 등은 이명박 서울시장의 당시 봉헌발언을 공직자로서 부적절한 표현이라고 유감을 표시하며 거세게 항의했다. 이 항의에는 기독교계 단체도 일부 포함돼 있다.

이에대해 이명박 서울시장은 “서울시장 자격이 아니라 개인적 종교신앙에 의해 이루어진 간단한 행사였다”며 직접진화에 나섰으나, 시민들과 네티즌의 항의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을 분위기다.

◆ 서울시 봉헌서 낭독사건 개요

이 시장이 참석한 행사는 지난 5월30일 오후9시부터 이튿날 새벽4시까지 열린 ‘서울의 부흥을 꿈꾸는 청년연합’주최의 청년 학생 연합기도회였다. 사랑의교회 명성교회, 온누리교회 등 서울지역 대형교회 청년학생들이 참석한 이날 연합기도회는 우리나라 성령운동이 시작된 1907년의 100주년을 기념한 오는 2007년에 ‘대한민국을 하나님께 바친다’는 원대한 포부를 밝히며 경배와 찬양, 기도회 순으로 시종 진지하게 진행됐다.

이같은 순서 중 소망교회 장로인 이명박 서울시장이 참석했고, 이 집회의 성격과 맞게 작성된 ‘서울시를 하나님께 바친다’는 내용의 봉헌서를 낭독하게 된 것이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청년들이나 교계 관계자들은 “성적으로 타락하고 물질주의 찌들었으며 이기심이 팽배한 도시를 하나님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순결하고 정화되도록 기원하는 사례는 우리나라 뿐 아니라 외국 교회에서도 흔한 일”이라며 “이같은 순수한 신앙적 결단이 서울시장 같은 공직자라고해서 예외일 수는 없다”는 반응이다.

◆ 정계 불교계 기독교계 반응

인터넷을 탄 이명박 서울시장의 ‘서울시 봉헌낭독’은 네티즌들을 삽시간에 난상토론으로 몰아넣으며 종교간 갈등국면으로 이어갔다.

50여 불교시민단체로 구성된 ‘대한불교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위원장:손안식)는 긴급 성명을 내고 “서울시를 대표하는 시장신분으로 집회 참가자들의 목적달성을 위해 최선봉에 서서 다짐한 것은 양식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특정세력을 정치적 목적으로 끌어 들이기 위한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항의했다.

가장 거센 항의는 아무래도 정치계에서 나타났다. 열린우리당은 “대권에 눈이 멀어 신성한 종교까지 이용하느냐”고 비판을 시작했다. 부대변인을 통해 발표된 성명에서 열린우리당은 “우리는 하나님께서 수도 서울의 과밀과 서민대중의 고통만 염려하실 뿐 이 시장의 대권욕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면서 “이명박 시장은 더욱 열심히 기도하고 회개하라”고 지적했다.

기독교계에서도 유감표명이 나왔다. 진보계열을 주도하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총무:백도웅목사)는 적절치 못한 언행을 비판하며 더욱 성숙한 기독교인으로 성장할 것을 요청했다.

교회협은 “다양한 종교가 공존하는 우리 사회에서 공직자가 특정한 종교의 확장에 편승하는 듯한 일은 사려깊지 못한 처사”라며 공정한 처신을 요청했다. 교회협은 또 “성장제일주의라는 구태를 벗어나 시대에 걸맞는 성숙한 교회로 거듭날 것”을 한국교회에 촉구했다.

이외에도 시민단체들이 성명을 내고 이명박 시장은 자신의 직위를 담보로 서울을 예물로 바쳤다고 비판하고 주최측은 2007년에 대한민국을 하나님께 바치겠다고 했는데 실로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도시(국가)봉헌 사례

한 도시나 국가를 하나님께 바친다는 선언은 창조적 세계관을 가진 기독교에서만 가능한 결단이다. 즉, 순수와 조화, 협력과 사랑만이 존재하던 창조세계가 부패한 인간의 등장으로 말미암아 죄악이 관영하는 도성(都城)으로 변질됐다는 참회의 신앙고백에서 출발한다. 창조주 하나님께 죄악의 도시를 다시 되돌림으로 그의 강력한 기름부음 과정을 거쳐 순수와 성결이라는 새로운 도시로 거듭날 것임을 봉헌서 낭독으로 선언한 것이다.

21세기를 앞둔 지난 1999년 12월, 아프리카 우간다 대통령 내외가 우간다를 하나님께 바친다고 선언한 것은 우리에게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얘기다. 또 최근 셀 사역의 모델 중심지로 각광을 받고 있는 콜롬비아 보고타 역시 ‘하나님의 도성’으로 이미 수많은 기독교인이 하나님께 봉헌한 도시로 기록돼 있다. 필리핀의 경우는 1,500여 교회가 하나님께 나라를 바친다고 고백한 이후 기독교계의 성장이 무려 7만여 교회로 성장한 경험을 갖고 있다.

뿐만 아니다. 지난 2001년 8월23일 러시아 북서쪽 솔로베츠키 수도원을 방문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기독교없이, 그리스정교회의 신앙과 문화없이 러시아는 한 나라로서 존재하기 어렵다”고까지 말했다. 1991년 고르바초프 당시 대통령에 의해 시작된 소련연방 붕괴 10주년을 맞은 기념식에서 밝힌 것이라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명박 시장의 봉헌파문을 접하며 우려되는 부분은, 공직자면서 신우회 활동을 하는 기독인들이 앞으로 어떻게 활동할 것인지에 대한 걱정이다. 활동을 개인적인 차원에서만 할 것인지 영역을 확대해서 공식적 비공식적 자리에서도 할 것인지 딜레마에 빠질 우려가 있다는 말이다. 이 문제는 기업체 신우회도 마찬가지 입장일 것 같다.

이번 파문을 계기로 사회일선에서 땀 흘리며 사역하는 직장선교사들이 행여 위축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윤영호기자(yyho@uc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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