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교자, 어떻게 규정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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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교자, 어떻게 규정하나
  • 승인 2004.07.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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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선일씨에 대한 순교자 추대 움직임이 일면서 순교의 의미를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한국교회의 경우 ‘순교’나 ‘순교자’에 대한 명문화된 규정을 갖고 있는 교단은 없다. 대체적으로 순교의 의미를 ‘신앙을 증거하기 위해 죽음을 당하는 일’이라고 정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기에는 ▲실제로 죽음을 당해야 하고, ▲그 죽음이 그리스도교의 신앙과 진리를 증오하는 자에 의해 초래돼야 하며, ▲그 죽음을 그리스도교의 신앙과 진리를 옹호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3가지 요소가 포함된다.

예장통합총회 순교자기념선교회 총무 이응삼목사는 “순교자에 대한 기준이 정확히 마련돼 있지는 않지만 ‘복음을 증거하다가 복음에 반하는 세력에 의해서 목숨을 잃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그리고 순교자로 지정할 경우 “해당 교단의 검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그 과정을 설명했다. 현재 복음주의권에서 고 김선일씨에 대한 순교자 추대 움직임과 관련해서는 “개인적인 의견으로 본다”고 말하고, “김씨의 경우 외견상으로는 비즈니스였지만 아랍권 선교에 대한 비전과 각종 행적 등으로 인해 그 죽음이 다르게 평가되기도 한다”며 조심스런 해석을 덧붙였다.

교계는 또 한편으로 “순교의 개념을 성급하게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김명혁목사(한국복음주의협의회 회장, 강변교회)는 “고 김선일씨의 이력을 잘 모르기 때문에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김씨의 죽음을 순교로 단정짓는 것은 지나치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더불어 “죽음의 원인을 냉정하게 분석해야 된다”고 지적했다.

문제가 되는 것은 공산권이나 회교권 등 공식적인 선교활동이 불가능한 국가에 선교를 위해 파송되는 경우. 이런 경우 선교사들은 선교사 신분이 아닌 비즈니스로 입국, 선교의 목적을 행하게 되고, 이런 형태가 대부분의 선교회들이 채택하고 있는 방식. 이 경우 ‘선교’와 ‘신앙적 박해와 도전’에 대한 행위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만큼 불의의 사고로 인해 목숨을 잃을 경우 이를 순교로 봐야 하느냐, 아니면 단순 사고로 봐야 하느냐는 문제가 생긴다. 그리고 한 사람이 파송될 경우 공식 선교기관을 통한 파송과 비즈니스를 주목적으로 간 경우도 선교의 범주에 포함시켜야 하느냐가 또 다른 문제로 남는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른바 분위기나 몇몇 사람에 의해 순교자로 지정되는 것. 이를 경우 “그 분위기가 쇠퇴하거나 일정 기간이 흐를 경우 순교라는 의미는 물론 순교자 또한 성도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는 경우가 대부분인만큼 손양원목사, 주기철목사 등과 같이 한국교회가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과정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공종은기자(jekong@uc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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