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말씀의 명료성과 신실성에 관하여(152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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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말씀의 명료성과 신실성에 관하여(1522년)
  • 주도홍 교수
  • 승인 2018.06.25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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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도홍 교수의 츠빙글리 팩트 종교개혁사⑥

1522년 9월 6일 세상에 발표된 이 글은 본래 츠빙글리가 적대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취리히 외텐바흐에 위치한 수녀원에서 행한 설교이다. 그렇다고 수도자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았으며, 취리히 시의회 지도자들을 향한 개혁의 요청이었다.

무엇보다 츠빙글리가 주목한 것은 도미니쿠스 수도규칙에 얽매어 하나님의 말씀을 바로 듣지 못하는 영적 굶주림이었다. 수도원의 규칙을 고수하려는 자들에 맞서 폐지하려는 츠빙글리는 성경만이 신학과 신앙생활의 확실하고 명료한 기초라고 주장한다. 하나님의 말씀은 진실하며 믿는 자들을 결코 속이지 않기에, 그 말씀 위에 교회는 모든 것을 세워야 한다.

특히 츠빙글리는 이 글의 제목에 “선한 마음으로” 주목할 것을 요청한다. 1522년에 제시된 글의 제목은 나중에 발간된 글의 제목과는 다른데, “하나님의 말씀의 명료성과 확실성 또는 속이지 않음에 관하여”(Von Clarheit vund gewuesse oder vnbetrogliche des worts gottes)이다.

츠빙글리는 교부 아우구스티누스의 입장에 서서, 성경해석은 인간의 자의적 판단에 맡길 수 없고, 우리 안에 하나님의 형상의 회복으로 인해, 성령의 조명으로 우리의 눈을 열어줄 때이며, 성경을 바로 깨닫지 못하는 것은 성령께서 그 뜻을 알려주지 않을 때이다. 하나님의 말씀은 믿는 자에게는 생명을 주지만, 믿지 않는 자들에게는 죽음을 가져다주는 양 날의 칼과 같다. 

하나님의 말씀은 인간적인 가르침이나 지시 없이 완전히 이해할 수 있는데, 오직 성령의 빛 하나님의 말씀을 깨닫게 하고 말씀 속에서 역사하는 성령만이 가능하게 만들기 때문이다.(요1:4; 시36:10) 츠빙글리는 우리가 받은 것, 이해하는 모든 것이 하늘에서 오는 것이라면 그 어떤 사람도 우리에게 아무 것도 줄 수도 이해시킬 수도 없다고 말하며, 하나님의 가르침을 이해하고 깨닫는 것은 오직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이라 한다.

우리가 가진 인간의 약점으로는 하늘의 진리를 깨달을 수 없다. 하나님의 말씀은 성령의 역사로 그 어떤 인간적인 조작이나 덧붙임 없이 ‘분명하고’, ‘확실하게’ 그리고 ‘정확하게’ 가르친다. 그런데, 그 이해가 인간적인 증명이나 확증에 의한 것이었다면, 이는 더 이상 하나님의 가르침이 아니라, 사람의 가르침이 된다. 곧 요6:65의 말씀대로, 아버지께서 허락하여 주신 사람이 아니고는 그 누구도 아버지께로 올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츠빙글리는 성경에 나오지 않은 교황제도 곧 ‘베드로의 의자’를 단호히 부정하는데, 그들은 단지 성경 밖 증인들과 교부들의 말을 인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하나님의 은사를 성령을 통해서 알게 되는 것이지, 유창한 인간의 말이나 지혜로 깨닫게 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츠빙글리는 성령께서 우리의 눈을 열어 가르칠 수 있도록 골방에서 조용한 가운데 기도할 것을 강조한다.

스콜라주의가 강조하는 철학 대신, 기도를 통한 성령의 역사가 츠빙글리의 말씀이해에 결정적이다. “철학이 끝나는 곳에서 신학은 시작됩니다. 사람들은 ‘사람의 지식을 잘 배운 사람이 하나님의 교리를 훨씬 더 잘 판단할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말하고 싶어 합니다. 그것은 마치 우리의 인간적인 이성의 빛이 하나님의 명확성을 압도하고 밝혀낼 수 있다고 믿는 것입니다.”(츠빙글리, ‘하나님의 말씀의 명료성과 신실성에 관하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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