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별된 청년 양육 못하는 기독교는 망한 것"

학복협, 2017 한국대학생의 의식과 생활에 대한 조사 연구 결과 발표(상) 손동준 기자l승인2017.10.30 23:13:08l수정2017.11.07 09:50l14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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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학원을 차리고 20년간 가르쳤는데 안 다닌 아이들과 실력차이가 전혀 나지 않는다면 이 학원은 문을 닫아야 한다. 마찬가지다. 기독교인 청년과 비기독교인 청년의 차이가 거의 없다. 기독교는 적어도 양육이라는 면에서 완전히 망했다.”

학원복음화협의회(상임대표:장근성 목사, 이하 학복협)가 지난 2006년과 2009년, 2012년에 이어 올해 네 번째 ‘한국대학생의 의식과 생활에 대한 조사 연구’를 실시했다. 학복협은 30일 성복중앙교회(담임:길성운 목사)에서 ‘제1회 캠퍼스 선교단체 간사 전국대회’를 열고 그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전국의 대학생 1000명과 개신교인 대학생 200명, 선교단체 소속 대학생 99명 등 총 1299명을 대상으로 지난 7월 20일부터 8월 16일까지 28일간 온라인을 통해 진행됐다. 일반 대학생과 개신교 대학생은 지역별 대학생 수를 비례 할당한 뒤 무작위로 추출했으며, 선교단체 소속 대학생에 대해서는 편의추출했다. 표본오차는 95%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조사 설계에는 목회사회학연구소가 참여했으며, (주)지앤컴리서치가 조사의 실무를 맡아서 진행했다.

낯 뜨거운 차이

20여 년간 청년사역을 이어오다 현재는 구로동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이재환 목사는 이날 조사결과를 토대로 ‘청년대학부, 청년을 어떻게 섬겨야 하는가’라는 제목으로 발제했다. 이 목사는 먼저 “지난 조사에서도 개신교인들과 비개신교인들 사이에 차이가 거의 없다는 점에 큰 충격을 받은바 있다”며 “2017 의식조사 결과지를 받고 지난번보다 조금이나마 뚜렷한 차별점이 나타나길 기대했지만, 현실은 차별점이 더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 목사는 ‘하루 평균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대표적인 예로 꼽으면서 “개신교인의 하루 평균 스마트폰 사용 시간은 5시간으로, 비개신교인의 4.8시간과 거의 차이가 없었다”고 밝혔다. 이밖에 개신교인 가운데 ‘거의 하루 종일 슬프거나 짜증난다’, ‘자살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 본적이 있다’고 응답한 이들이 각각 20.3%, 21.7%로 비개신교인의 24.8%(슬픔‧짜증), 24.1%(자살)와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가장 친한 친구와 최근에 만났을 때 음주와 흡연을 했다’는 응답 역시 개신교인은 42%, 비개신교인은 51.8%로 그 차이가 10%에도 미치지 못했고, 혼전 출산(개신교인:60%, 비개신교인:51.8%)이나 성 경험(개신교인:39.1%, 비개신교인:41.3%)을 묻는 질문에도 두 집단 간에 큰 차이가 없었다.

이 목사는 “2012년 의식조사 때는 뚜렷한 차이가 났던 항목 중 일부는 그 차이가 줄어들거나 거의 없어졌다”며 “음주흡연에 대한 차이가 절반 가까이 줄었고, 성 경험에 있어서도 10.4%포인트였던 차이가 2.2%포인트로 크게 줄었다”고 밝혔다.

그나마 몇몇 항목에서는 차이가 발생했지만 대부분이 종교생활과 관련된 것들이었다. ‘종교의 필요성을 심각하게 느낀다’고 응답한 사람은 개신교인 74.3%, 비개신교인 20.6%로 큰 차이를 나타냈다. ‘종교 관련 모임 참여’는 비 개신교인이 4.9%였던 반면 개신교인은 54.6%로 매우 높았다. 또한 ‘연애 대상자 중요 고려 사항’으로 ‘종교’를 꼽은 사람은 개신교인이 24.3%, 비개신교인 1.9%로 무려 22.4%포인트나 차이가 났다.

이같은 결과에 대해 이재환 목사는 “생활과 의식에서는 아무 것도 다를 바가 없는데, 종교 프로그램 참여는 적극적으로 하고 있고, 스스로 만족하고 있고, 연애 대상을 선택할 때는 개신교인인지 아니지를 꼭 따진다는 의미”라며 부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이 목사는 또 “종교의 모양은 있지만 종교의 능력은 없는 셈 아닌가”라고 반문하면서 “차이가 없는 것도 슬프지만, 낯 뜨거운 차이만 두드러진다는 것이 더 슬프다”고 말했다. 이어 “예수를 믿는다는 것은 개인과 공동체의 주인이 바뀌는 혁명적 사건”이라며 “그런데 아무런 변화는 일어나지 않은 채 종교 생활만 유지하고 있다면 단순히 고민해야 할 주제가 던져진 정도가 아니라 개신교의 존폐가 달린 심각한 상황임에 틀림없다”고 진단했다.

▲ 구로동교회 담임 이재환 목사는 이날 발표에서 "한국교회가 기독청년들을 세상과 구별되도록 길러내지 못한다면, 적어도 양육이라는 부분에서 한국교회는 망했다고 할 수 있다"며 강력하게 비판했다.

바닥난 경건 생활…고민은 취업

이번 조사에 참여한 대학생들의 가장 큰 고민은 압도적인 1위로 ‘진로 및 취업문제'(61%)가 차지했다. 2위는 학자금과 생활비 마련 등의 경제적인 문제(20.4%), 3위는 이성 문제(6.6%)였다. ‘대학 진학 이유’에 있어서도 압도적인 1위가 졸업 후 좋은 직장에 취직하거나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싶어서(42.7%)였다.

하루 평균 취업 준비 시간은 평균 3시간 24분으로 2012년의 평균 2시간 35분에 비해 49분 증가했다. 학복협 상임대표 장근성 목사는 “수치를 보고 놀랐다. 예전에는 이성교제가 모든 관심사를 흡수했는데 이제는 6~7%밖에 안된다"며 “대학생들은 청년들의 상황을 잘 표현한 단어를 두 개 선정했는데 ‘헬조선(60.9%)’, ‘흙수저(38.4%)’ ‘N포세대(32.3%)’, ‘고스펙 세대(23.8%)’ 등의 순이었다. 이들의 응답에서 이전 어느 시대보다 고스펙이지만 취업을 위해서는 포기할 것이 무한대로 많아서 심지어 연애와 친구 관계까지도 단절하고 각자도생을 도모하는, 금수저가 아닌 한국 대학생들의 부담과 피로도가 느껴진다"고 말했다.

반면 개신교인 대학생들의 기본 경건 생활은 무너지고 있음이 확인됐다. ‘개신교인들의 신앙 의식과 생활’에 관한 응답들을 살펴보면‘일주일간 성경을 읽은 시간’은 평균 24분이었다. 하루로 환산하면 3.4분인 셈이다. ‘전혀 읽지 않는다’는 응답도 무려 63.7%에 달했다. ‘일주일간 기도한 시간’은 평균 31분으로 하루 4.4분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2년 조사에서서는 같은 질문에 각각 64분(성경 읽기), 59분(기도)으로 나온 바 있다.

자신을 기독교인이라고 응답했지만 ‘현재 교회에 출석하지 않는 비율'도 28%나 됐다. ‘교회 불출석 이유'는 ‘시간이 없어서/바빠서(45.5%)’, ‘자유로운 신앙생활을 원해서(24.4%)' ‘신앙에 대한 회의(10.1%)’ 순이었다.

장근성 목사는 “신앙의 기초적인 지표들 중의 하나인 교회 출석, 성경 읽기, 기도, 예배 참석, 전도 등이 2012년에 비해 매우 좋지 않다. 이것은 가정 종교적 상황과 명목상 기독교인의 증가, 삶의 환경 등의 영향일 것”이라며 “2012년도의 조사 결과를 평가하면서 양의 위기보다는 질의 위기가 더 심각하다고 진단했는데, 5년이 지난 후 더 심각한 상황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기독교의 입장에서는 특단의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 학원복음화협의회 캠퍼스 선교단체 간사 전국대회가 30일 성복중앙교회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에서는 이날 행사에서는 5년만에 진행된 ‘한국대학생의 의식과 생활에 대한 조사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개인주의 확산…교회 대안 필요

올해 조사에서 개신교인은 15%로 5년 전에 비해 약 2.2%포인트 가량 감소했다. ‘우리 시대 청년들:종교부분’을 주제로 발표한 조성돈 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목회사회학 교수)는 “오차범위(±3.1%)내이기 때문에 큰 의미를 둘 수는 없지만 그동안 청년 기독교인의 비율이 줄어드는 것이 현실화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지울 수 없다”며 “특히 1~2학년(13.6%)이 3~4학년(16.5%)에 비해서 2.9%포인트 가량 줄어든 것은 눈에 띄는 대목”이라고 분석했다.

‘종교 없음’이라고 답한 사람은 67.7%로 지난 조사에 비해 1%포인트 늘었다. 그러나 종교를 가진 학생들 가운데 현재의 종교를 다른 종교로 바꾸거나 포기할 의향을 물었는데, ‘종교 포기’가 7.8%나 나타났다. 조 교수는 “적지 않은 학생들이 종교에 대해 관심을 잃고 종교 없음으로 가고 있다”며 “이 예비 종교 없음이 현재의 수준에서 멈출지 아니면 가속도가 붙어서 더 많이 더 빠르게 진행될지 아무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미국의 경우 종교 없음의 비율이 21세기로 들어서며 급격히 늘어나서 1990년대까지는 8.1%였던 것이 2012년에 19.3%까지 올랐다. 특히 30대 이하에서는 3분의 1 이상이 종교 없음으로 응답했다. 이번 조사에서도 다른 종교보다 개신교에서 이런 비율이 가장 높다는 점은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조성돈 교수는 이번 조사를 통해 나타난 대학생 신앙생활의 특징으로 ‘개인주의화’를 꼽았다. 조 교수는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기독청년들은 교회의 전통적인 의무사항을 지키는 데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며 “주일성수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응답이 32.6%. 주일헌금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응답이 21%에 불과했다. 결론적으로 보면 이제 대학생들은 교회가 정해 놓은 규칙이나 규례에 대해 상당히 유연한 사고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또 “오늘날의 대학생들은 교회를 선택할 때도 선교단체를 선택할 때도 개인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단체를 선택했다. 이런 점들을 보면 확실히 개인주의가 빠르게 발달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동시에 대학생들은 교회나 선교단체에서 ‘공동체’의 모습을 보고 있고, 기대하고 있었다. 조 교수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상당한 아이러니”라고 표현하면서 “이들은 개인주의화되면서도 공동체의 감정과 도움을 원하고 있다. 소셜다이닝이나 쉐어하우스가 증가하는 사회적 현상 속에서 교회가 감당할 역할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 학복협은 이번 조사 결과를 한 권의 책으로 엮어냈다. 제목은 '청년 트렌드 리포트'(IVP)다.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정재영 교수(종교사회학)는 "한국 대학생 의식 전반에 대해 살펴볼 수 있는 조사가 별로 없는 현실에서 매우 의미 있는 조사"라며 추천사를 남겼다.
손동준 기자  djson@igood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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