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부 숫자보다 삶에 관심 갖는 교회 필요

학복협, 2017 한국대학생의 의식과 생활에 대한 조사 연구 결과 발표(중) 손동준 기자l승인2017.11.07 09:50:13l수정2017.11.07 10:22l14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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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많은 목회자들은 청년부 인원수에는 관심이 많지만 그들의 삶에 대해서는 이해도가 떨어집니다. 교회의 어른들에게 청년들의 현실을 구체적인 데이터로 지속적으로 알려야 합니다. 그리고 ‘이대로 가면 우리교회 청년부는 미래가 없다’는 것을 알려줘야 합니다.”

학원복음화협의회(상임대표:장근성 목사, 이하 학복협)가 지난 2006년과 2009년, 2012년에 이어 올해 네 번째 ‘한국대학생의 의식과 생활에 대한 조사 연구’를 실시했다. 학복협은 지난 6일 무학교회(담임:김창근 목사)에서 2017 캠퍼스/청년 사역 컨퍼런스를 열고 그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전국의 대학생 1000명과 개신교인 대학생 200명, 선교단체 소속 대학생 99명 등 총 1299명을 대상으로 지난 7월 20일부터 8월 16일까지 28일간 온라인을 통해 진행됐다. 일반 대학생과 개신교 대학생은 지역별 대학생 수를 비례 할당한 뒤 무작위로 추출했으며, 선교단체 소속 대학생에 대해서는 편의추출했다. 표본오차는 95%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조사 설계에는 목회사회학연구소(소장:조성돈 교수)가 참여했으며, (주)지앤컴리서치(대표:지용근)가 조사의 실무를 맡아서 진행했다.

디지털에 물든 청춘

이번 의식 조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항목은 단연 스마트 폰에 관한 응답이었다. ‘스마트 폰을 사용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100%가 ‘사용한다’고 응답했다. 5년 전 조사의 96.9%와의 차이는 3.1%포인트에 지나지 않았지만 96.9%와 100%라는 수치에 감춰진 차이는 훨씬 크다.

차이는 사용량에서부터 나타난다. 2012년 하루 평균 스마트 폰 사용 시간은 2시간 42분이었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4시간 48분으로 178%포인트나 증가했다. 시간으로는 2시간 6분, 주 단위로 환산하면 2016분이다.

지난주 기사에서 문제로 제기됐던 개신교인들의 평균 기도시간 31분의 65배, 성경 읽은 시간(24분)의 84배다. 잠자는 시간을 제외한다면 어떤 항목도 스마트 폰 사용보다 더 지속적으로 많은 시간을 소비하는 것은 없었다.

이재환 목사(구로동교회 담임)는 “앞으로 이런 추세는 계속될 뿐만 아니라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예측하면서 “교회는, 스마트 폰 100퍼센트 시대에 대응해야 한다. 꽉 찬 상태가 지속되고, 더 강화되면 언젠가는 폭발해 버리듯이, 이제는 이런 변화가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낼지 상상하기 어려운 때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 목사는 또 “가나안 교인에게 교회를 떠난 이유를 물었을 때 ‘시간이 없어서'라고 대답한 사람이 45.5%나 됐고, 선교단체 활동이 어려운 이유도 ‘바쁘다'(시간이 없어서)라고 대답한 사람이 33.5%나 됐다. 엄밀하게 따지면 바쁘다기보다는 스마트폰 사용보다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며 “스마트 폰 사용은 하나의 도구라기보다는 삶의 전반을 좌우하는 핵심이 됐다"고 분석했다.

학복협 상임대표 장근성 목사는 디지털 언어와 장비를 마치 특정 언어의 원어민처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현재의 중고등학교와 대학에 재학 중인 세대를 ‘디지털 네이티브'로 분류하면서 “이들에게서 일상과 디지털 기기를 분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인터넷을 통해 쇼핑을 하고 금융 거래를 하고 친구들과 카톡 등 SNS로 대화를 하고 뉴스와 영화를 보며 음악을 듣는다. 디지털 기기는 모든 일상을 가능하게 하고 심지어 하루의 행복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고 설명했다.

 

▲ 학복협은 지난 6일 무학교회(담임:김창근 목사)에서 2017 캠퍼스/청년 사역 컨퍼런스를 열고 '2017 ‘한국대학생의 의식과 생활에 대한 조사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역발상으로 중독 파고들어라

그렇다면 이같은 ‘디지털 네이티브’적 특성은 오늘날 한국교회에 어떤 시사점을 던지고 있을까. 실천신대 정재영 교수(종교사회학)는 “대학생들의 의식은 더욱 개방적으로 바뀌고 있으며 스마트 폰을 포함한 인터넷에 대한 의존도 더욱 커지고 있는 실정에서 종교에 대한 필요를 크게 느끼지 않고 있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점"이라며 “동시에 한국의 종교들이 청년 대학생들에게 적절한 역할을 하지 못한 데 대한 반성과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청년선교단체 ESF의 김성희 대표는 “스마트 폰 중독 현상에 대한 비판도 있지만,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현실에서 이들이 좀 더 복음적인 콘텐츠를 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마트 폰을 보던 눈이 예수 그리스도를 향하도록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들어 몇몇 선교단체를 중심으로 SNS 사역과 모바일 콘텐츠 개발에 대한 노력이 있어왔지만 대부분 내부 결속용에 그친 부분은 아쉽다. 비 기독교인에게도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콘텐츠를 개발하고 그들에게 노출시키려는 노력은 당장 열매가 보이지 않더라도 교회가 주력해야할 영역임에 틀림없다. 기독교인들 내부에서만 통용되는 콘텐츠가 아니라, 누구나 공감할 수 있으면서 어느 정도 질과 재미가 보장된 콘텐츠 개발에 많은 관심과 투자가 요구되는 대목이다.

 

짜증과 우울 호소하는 청춘

이번 조사에서 우울한 청춘들의 삶과 의식이 여실히 드러난 부분도 간과할 수 없다. ‘현재의 삶에 만족한다’는 대학생들이 5년 전에 비해 26.3%포인트 하락한 반면, ‘거의 매일 피곤하거나 에너지가 생기지 않는다’는 무려 44.2%로 24.3%였던 지난 조사에 비해 19.9%나 상승했다. 이 외에도 ‘거의 하루 종일 슬프거나 짜증난다’가 24.1%였고, ‘자살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 본 적 있다’는 23.8%였다.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응답자들에게 가장 큰 걱정과 고민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진로 및 취업문제’(61%)와 ‘경제적 문제’(20.4%)가 각각 1,2위를 차지한 것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사회적으로도 심각한 문제로 꼽히는 취업의 문제, 그리고 경제 문제가 대학생들에게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대학생들의 재정 상황이 그다지 좋지 않다는 점 또한 이번 조사에서 나타났다. 한 달 생활비는 평균 75만 3천원이었는데, 여기에 주거 및 식비가 34만9천원이 포함된 것을 감안하면, 5년 전 조사 당시 한 달 평균 용돈이던 36만원에서 크게 나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학비 외에 매달 74만원을 기본비용으로 사용한다면 이를 감당하기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5명중 1명꼴로 개인 빚이 있다고 응답했고, 금액은 평균 840만원으로 적지 않았다. 특히 3~4학년 학생들은 평균 997만원으로, 개인 부채가 1천만 원에 가까웠다.

현재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비율도 35.5%로 5년 전에 비해 10%포인트 이상 증가했고, 아르바이트를 한 경험이 없는 대학생은 14.0%에 불과했다. 아르바이트 내용은 서비스 판촉이 57.1%, 단순 노무가 12.7%로 수위를 차지했다. 아르바이트의 3분의 2가 육체노동 혹은 단순노동에 해당하는 일인 셈이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목적은 역시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서’가 52.2%로 과반수를 차지했다.

 

▲ 이날 설명회에서는 높은뜻하늘교회 담임 한용목사가 나서 '한국교회가 청년 대학생들을 어떻게 섬겨야 할 것인가'를 주제로 발표했다.

청춘에 희망을 제시하라

학복협 중앙위원으로 높은뜻하늘교회 담임을 맡고 있는 한용 목사는 “단군 이래 부모보다 자녀가 가난할 것이 확정된 첫 세대가 지금의 대학생들”이라며 “이들은 부모보다 공부를 더 잘해도 부모보다 상위권 대학을 가기 어려운 세대”라고 부연했다.

한 목사는 특히 하루에 4시간씩 아르바이트를 해야 한 달에 60만원을 버는 청년들의 현실을 언급하며 “청년들의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취업준비와 아르바이트로 에너지가 소진된 청년들을 위해 교회는 그들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한 목사는 특히 우울한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을 향해 “나약하다”고 비난하고 마치 청년들이 이런 우울한 시대를 만든 가해자인양 취급하는 어른들의 모습을 지적했다.

“아쉽지만 한국교회 목회자들도 보수적입니다. 청년부 인원수에는 관심이 많지만 그들의 삶에 대해서는 이해도가 떨어집니다. 이런 조사를 통해 구체적인 데이터를 목사님과 장로님 등 교회의 어른들에게 지속적으로 제시하고 ‘이대로 가면 우리교회 청년부는 미래가 없다’는 것을 알려줘야 합니다.”

한 목사는 또 “무엇보다 현실의 문제에 대해서는 눈을 감은 채 ‘기도를 안 해서’, ‘성경을 안 읽어서’ 당신이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하면, 청년들에게 공감이 안 된다. 사회적 문제를 지극히 개인적인 차원으로 환원시키는 꼴”이라며 “잘못된 사회 구조에 대해 교회가 말할 수 있어야 하고 청년들에 대한 보다 깊은 공감대가 필요하다. 청년들을 일꾼으로만 치부하기보다 적극적인 목회의 대상으로 인식을 바꿔야한다”고 역설했다.

▲ 학복협은 이번 조사 결과를 한 권의 책으로 엮어냈다. IVP에서 출간했으며, 책 제목은 '청년 트렌드 리포트'다.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조성돈 교수(목회사회학)는 "이런 실증 조사를 하는 것은 사역하는 지체들의 현주소를 알아보고 그들과 함께 어떤 사역을 펼쳐 나가야 할지를 살펴보기 위함"이라며 "이번 조사는 교회와 청년 사역의 변화를 위한 근거를 마련해줄 것"이라고 추천사를 남겼다.
손동준 기자  djson@igood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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