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통신(43) 그리움의 병을 앓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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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통신(43) 그리움의 병을 앓는 사람들
  • 김창범 목사
  • 승인 2017.02.22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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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범 목사 / 더미션로드 대표

“동생을 찾습니다. 함경북도 무산군 삼봉로 동자구에서 살았습니다. 19년 전에 남동생과 함께 두만강을 건너왔습니다. 키 160의 김철영(가명), 내 동생을 아시는 분은 여기에 글을 남겨주세요.” 이 글은 2008년 탈북자 동지회에 실린 광고이다. 남동생을 찾는다고 글을 남긴 여성은 지금도 동생을 찾지 못하고 중국 땅 어딘가를 헤매는 모양이다. 남동생 철영 씨는 10년이 지나서 지난 8일에 누님을 찾는다는 광고를 보고 같은 사이트에 “누나를 찾는다”는 광고를 실었다. 두 남매는 29년의 세월을 남의 땅에서 헤매다가 아직도 만나지 못한 채 그리움에 지쳐있다. 그가 누나와 헤어진 것은 고향 땅 건너편 중국이었다. 누이는 인신매매단에 끌려갔다. 

탈북 형제들이 겪는 가슴 아픈 일은 그리움이다. 고향을 그리워하는 향수와 가족을 보고 싶어 하는 애끓는 마음을 무엇에 비교할 수 있겠는가? 3만여 명의 탈북가족들이 남한 땅에 정착하는 동안, 남북의 가족은 이리 저리 찢기는 아픔을 겪는다. 보고 싶은 부모 형제들을 만나지 못한 사람들이 당하는 슬픔의 깊이는 그 누구도 짐작조차 못할 것이다. 신앙고백적인 탈북수기인 ‘빛이 그리워’를 남기고 북한으로 다시 끌려간 주 에스더 선교사는 그의 책에서 고향을 “제비가 찾는 그리운 강남”이라고 노래했다. 탈북자들은 누구나 마음의 강남을 안고 산다.

그리움은 탈북자들을 참으로 힘들게 한다. 하나원에서 매달 탈북자들과 정기적인 심리 상담을 하는 한 정신과 의사의 얘기를 들어 보았다. 탈북자들이 아프다며 힘들어하는 몸의 고통은 대부분 삶에서 경험된 일들이 스트레스와 불안증으로 육신 가운데 나타난 것이라고 진단한다. 두통, 설사, 불면증 등 까닭을 알 수 없는 아픔은 정신적 충격의 결과라는 말이다. 그 충격 가운데 가장 일반적이며 지속적인 아픔의 원인은 그리움에 있다는 것이다. 탈북자들의 그리움은 단순하지 않다. 복합적이고 근원적이다. 고향과 가족이라는 뿌리에 관한 그리움이다. 

사람은 저마다 자기 정체성의 뿌리가 있다. 이 뿌리가 뽑힌 사람이 가장 불쌍하다. 그래서 하나님은 고아, 과부, 나그네를 불쌍히 여기라고 하셨다. 인생의 뿌리가 뽑힌 그들에게 새로운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도우라는 말씀이다. 3만여 명의 탈북 형제들도 고향과 부모형제라는 가족의 뿌리를 잃어버린 사람들이다. 이처럼 영적으로나 육적으로 자기 뿌리에 관한 본질적인 상실감에 시달릴 때, 그것을 회복하고자 하는 심리적 반응으로 그리움의 병을 앓는 것이다. 

예수님의 여러 비유 가운데 탕자의 귀향(눅15:8 이하)을 주목해야 한다. 아버지가 남겨준 재산을 탕진하고 거지 신세가 되어 아버지에게 돌아온 한 아들의 이야기를 주님은 들려주신다. 이 비유는 타락한 자가 본래의 자리로 돌아와 인생을 회복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귀한 재물을 다 낭비하고 남의 집 종으로 고생을 했다는 얘기가 중심 스토리지만, 주목할 것은 떠나온 고향과 아버지에 대한 아들의 그리움과 또 아들을 보고 싶어 하는 아버지의 그리움이다. 타향살이의 아픔과 그리움을 해소하는 방법은 결국 귀향과 만남에 있다고 주님은 말씀하신다.  

그리움에 마음이 말라가며 온갖 통증을 겪는 탈북 형제들의 공통된 현상을 가리켜 정신과 의사는 우울증 증세라고 한다. 우울증의 치료는 마음의 틀을 어떻게 바꾸느냐 하는 자기 의지에 달렸다. 결국 주어진 운명과 환경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원망하기 보다는 주어진 현실을 인정하고 감사하는 자세를 취할 때, 부정의 인생을 긍정으로 바꿀 수 있다고 한다. 그러므로 그리움은 주님의 은혜에 이르게 하는 첫 관문인 셈이다. 가족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넘어 그 본질이신 주님을 그리워해야 한다. 주님이 계신 땅에 귀향하여 주님을 만나게 하는 것이 북한선교의 지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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