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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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멘스
  • 황의봉 목사(평안교회)
  • 승인 2016.07.06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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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교회사의 두 인물

초대교회사에는 클레멘스라는 같은 이름을 가진 두 사람이 등장합니다. 속사도시대 로마의 레멘스와 조금 뒤에 등장하는 알렉산드리아의 클레멘스입니다. 물론 두 사람은 이름만 같을 뿐이지 서로 아는 사이도 아니고 친척도 아니고 기독교인이라는 것 외에는 전혀 공통점을 찾을 수 없는 사람입니다. 관심이 없는 사람은 그렇겠지만 그래도 교회사를 이야기하다 보면 이 두 사람의 이야기가 간간히 등장하기 때문에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먼저 로마의 클레멘스는 성경에도 등장합니다. 우리가 ‘속사도’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사도의 직계 제자들을 의미하기 때문에 성경에 그 이름이 한두 번씩 나오곤 합니다. 그러면 로마의 클레멘스는 어디 나올까요? 빌립보서 4장 3절에 “또 참으로 나와 멍에를 같이한 네게 구하노니 복음에 나와 함께 힘쓰던 저 여인들을 돕고 또한 글레멘드와 그 외에 나의 동역자들을 도우라 그 이름들이 생명책에 있느니라.” 이 글레멘드가 바로 로마의 클레멘스입니다. 클레멘스(Clement of Rome)는 1세기 말 로마에서 사역하였으며 가톨릭교회에서 베드로가 초대 교황이고 클레멘스가 제4대 교황이라고 주장합니다. 그의 저서로는 ‘고린도 교회에 보내는 편지’가 있는데 여기에는 구약 인용이 많아서 약 4분의 1이나 됩니다.

그는 ‘성경의 정경화’가 이루어지지 않았을 무렵에 구약과 신약을 동일한 권위로 인정하였습니다. 특히 그는 교회를 그리스도께서 임하시는 거룩한 장소라고 하였습니다. 강자와 약한 자, 부자와 가난한 자가 교회 안에 존재할 수밖에 없지만 교회는 그리스도 안에서 공유해야 할 사랑의 윤리적 차원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도미티아누스 황제는 클레멘스에게 크림 반도의 광산으로 유배령을 내리고 자숙할 것을 명령하였지만 클레멘스는 유배 중에도 침묵을 지키지 않고 동료 죄수들에게 복음을 전해 하나님 품으로 인도하였습니다. 이에 분노한 황제는 클레멘스의 목에 닻을 감아 바다로 던져버리라고 명하였습니다. 클레멘스는 이렇게 순교 당했으나 그 곳의 기독교인들은 닻을 클레멘스를 기념하는 희망의 상징으로 여기며 신앙을 곤고히 지켜나갔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지금도 기독교의 표시 중 하나로 십자가를 형상화한 닻을 사용하는 것은 이때부터입니다.

알렉산드리아의 클레멘스로 역사에 널리 알려진 티투스 플라비우스 클레멘스(Titus Flavius Clement)는 2세기 말엽부터 3세기 초엽까지 활동하면서 알렉산드리아 신학의 정초를 놓은 사람입니다. 스토아 철학에서 회심한 판태누스(Pantaenus)는 최초의 기독교 학교를 알렉산드리아에 설립했는데 클레멘스는 180년경 판태누스를 만나 제자가 되어 그와 함께 성경연구에 전념하였습니다. 판태누스는 그가 만난 여섯번째 스승이었는데 그가 죽자 클레멘스가 그 학교를 계승했고 그의 지도력 아래 그 학교는 점점 유명해졌습니다. 이 학교는 교육받은 헬라지식층에 복음을 전파하여 그들을 기독교인으로 개종시키는 창구역할을 했습니다.

그는 기독교를 ‘철학’을 통해 이해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기독교를 인간 전부를 변화시키고 높여주는 하나의 신비적 현실이요 능력이라고 여겼습니다. 신앙에 있어서 이 같은 철학적 이해는 그의 신앙이 경직되고 교리에 얽매이는 것을 막았는데 이런 생각은 그의 책 Stromata(양탄자)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겸손이 육체적 고행에 있지 않고 부드러운 마음에 있듯이, 절제도 보이는 데 그 본질이 있지 않고 감추어진 것 속에 그 본질이 있는 영혼의 덕성이다.”

클레멘스는 영지주의가 물질세계를 악하고 천한 것으로 간주하는 것에 대하여는 의견을 달리했지만 그들을 공공연히 비난하지는 않았습니다. 철학이나 과학과 마찬가지로 그런 이단들에게서도 배울 것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의 죽음에 대해서는 분명한 기록을 찾아보기 힘들어 주후 215년 이전일 것이라는 추측만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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