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를 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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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를 치다!
  • 정성학 목사
  • 승인 2016.06.29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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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학 목사의 섬 목회 이야기(12)

기계가 복잡하면 할수록 고장 확률이 높고, 편리할수록 위험이 따릅니다. 제가 주 교통 수단으로 이용하는 항공기는 속도나 유용성에서는 따라 갈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비행기를 탈 때마다 늘 위험을 느낍니다. 휴대전화 포켓에 넣어 다니던 신분증과 카드가 자꾸 빠져 나오고, 꺼내 쓰고 넣기가 불편해서 수제 종이 목걸이 하나를 사서 그 안에 신분증이며 카드를 넣고 다니는 편리함에 대해 말한 적이 있습니다. 목걸이의 편리함 이면에는 여차하면 두고 나와 신분을 증명할 근거도 없고, 돈 한푼 없이 거리에 버려지는 꼴이 되기 십상입니다.

오늘 아침에는 서울에 급한 볼 일이 생겨 2부 아침 기도회를 5분 일찍 마치고, 차를 운전해 교회 주차장을 빠져 나왔습니다. 1부 기도회가 끝난 후에 미리 아침을 먹고(저는 매일 7시 20분에는 어김없이 아침을 먹습니다. 다만 2부 이후의 출타 일정이 있을 때는 1부 후인 6시 30분에 미리 식사를 합니다.) 양치를 한 다음 오늘 다녀올 동안 필요한 머리빗, 안경포, 열쇠 등등을 꼼꼼하게 챙기고, 예비 배터리 충전기와 케이블까지 차근차근 잘 챙겼습니다. 15분에 말씀을 끝내고 바로 차를 타고 출발하는데 7시 20분입니다. 20분 안에 도착해야 하는데!

40분까지 공항에 도착해야 8시 비행기를 탈 수 있는데, 도착은 가능한데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항공사 카운터까지 가기에는 좀 빠듯합니다. 그래도 서두르지 않고 침착하게 항공사 카운터에 도착하니 2, 3분 전이었습니다. 줄이 길게 늘어섰는데 좀 떨어진 곳에서 “8시 비행기 수속 마감되었느냐?”면서 신분증을 꺼내려고 보니 목이 허전하게 비었습니다. 목걸이가 없는 것입니다. 그냥 액세서리 목걸이가 아니라, 그 안에 신분증이며 신용카드가 들어있는 중요한 목걸이입니다. 더구나 카운터에서는 “우리는 8시 편이 없다”는 것입니다.

알고 보니 제가 늘 저가 항공사만 이용하다가 인터넷 예매 사이트에서 메이저 항공사의 싼 티켓이 있어 아시아나항공 티켓을 발권한 걸 깜빡 잊었습니다. 아차 싶어서 일단 발권은 지난 번처럼 하고, 검색대에서 보안요원에게 신분 검증을 받으면 되겠기에 카운터에 가니 신분증이 없으면 자동발매기 매니저에서 발권을 하라는 것입니다. 급히 가서 예약 번호를 누르니 나오는 안내 문자는 ‘수속 완료’ 메시지였습니다. 7시 40분이 넘자 인정사정 없는 기계가 발권 마감을 한 것입니다. 서울 일정을 포기하고 집으로 가는데 마음이 무겁습니다.

한 곳에 연락을 했습니다. 사정을 말하고 용서를 구했습니다. 그런데 또 한 곳은 연락이 되지를 않습니다. 모바일 항공권 검색을 하니 오전에 있는 비행기는 모두 146,000원짜리밖에 없고, 오후 1시 넘어서 78,000원짜리 비행기가 있어서 우선 발권했습니다. 그리고 딸에게 좀 태워달래서 다시 공항으로 왔습니다. 대기표라도 구할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항공사 직원이 사정을 듣더니 “지금 얼른 입장하시면 8시 25분 비행기가 조금 늦어 50분에 출발한다”며 빨리 들어가랍니다. 그것도 맨 앞자리에 배정을 해주면서 말이지요. 기적이지요.

결국은 같은 항공사의 8시 50분 비행기를 인터넷 요금으로 타고 갑니다. 잠시 피곤한 눈을 붙이고 일어나 이 글을 거의 썼는데, “잠시 후면 서울 김포 공항에 도착한다”며 “창문 덮개는 올려 주시고, 좌석의 등받이는 제자리로 해달라”는 안내방송이 들립니다. 소동을 하며 다시 집에 다녀왔어도, 결국 한 시간 정도 늦었습니다. 고마운 일이지요. 비행기에 올라 오전 10시 30분 약속을 한 시간 늦은 11시 30분으로 바꾸었습니다. 목걸이를 내려다 봅니다. 이런 불상사를 막기 위해 전화기 주머니에 면허증 하나 여유로 넣고 다녀야겠습니다

                                            정성학 목사 / 제주 기적의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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