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 교회라고 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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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교회라고 합니까?
  • 정성학 목사
  • 승인 2016.06.15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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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학 목사의 섬 목회 이야기(11)

제주에 교회를 개척해 목회하면서 제가 섬기는 교회 외에 저를 필요로 하는 교회나 지방에 집회를 인도하며 25년을 보냈습니다. 지금도 인천 대광교회에서 집회를 인도하는 중입니다. 그런데 늘 제 눈에 밟히는 목사님이 계십니다. 이 분이 우리 교회에 와서 부흥회를 하던 40년 전에 우리 교회는 약 200여 명이 모이던 제법 건강한 교회였습니다. 그런데 그 목사님이 부흥회 시간에 교회를 마구 책망하시면서 “이게, 교회입니까?” 하고 호통치시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가슴을 치며 회개했고, 그 목사님이 끼친 은혜는 대단했습니다.

후에, 제가 신학교를 가게 되었을 때, 물어 물어 그 교회를 찾아갔는데 그때 받은 충격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세 칸짜리 옛 한옥을 개조하여 예배당으로 쓰고 있었는데, 교인은 모두 일곱 명이었습니다. 담임 목사님 내외, 자녀 둘, 어떤 여 집사님과 그의 딸, 그 딸을 가르치는 교육 전도사님이 전부였습니다. 충격이었습니다. 거기 앉아 첫 주일 예배를 드리는데, 그 목사님이 우리 교회에 오셔서 하신 말씀이 계속 머리 속에 떠오릅니다. ‘이게, 교회입니까?’ 그러면서 제 마음에는 이런 말이 떠올랐습니다. ‘다른 교회 부흥회 다니지 말고, 이 교회나 먼저 부흥시키시지!’

그렇게 세월이 흘러 저도 부흥사들의 모임이나 기구에 가입하지는 않았지만, 일 년에 수십 교회에 ‘부흥강사’라는 신분으로 집회를 인도하고 있습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낮 집회를 인도하고 식사 후에 글을 쓰는 중입니다. 그런데, 저 역시 옛날 그 목사님처럼 동일한 형편에 있습니다. 아직 교회는 300명도 못 모이는데, 내 교회는 버려둔 채 다른 교회의 부흥회를 다니는 목사가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늘 그 때 그 목사님께 했던 말을 생각합니다. ‘다른 교회 부흥회를 다닐 생각 말고 당신이 섬기는 교회부터 부흥시키시지!’

제주에 온 지 얼마 안 되던 때, 일 년이면 40~50여 곳의 집회를 인도하던, 그야 말로 매 주일 집회를 다니던 때의 일입니다. 그 때가 가을인데 이듬해 4월까지 집회가 잡혀 있었습니다. 그 때 교우들에게 말했습니다. “제가 내년 4월까지 집회 약속이 있습니다. 그 때까지만 집회를 인도하고 이후 연말까지 일체의 집회를 안 나가고 목회에만 전념하겠습니다. 그래서 교회가 부흥되면 평생 부흥회 안 나가고 목회만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듬해 5월부터 정말 단 한 번도 부흥회를 안 나가고 목회에만 전념했습니다. 그런데 교회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저는 다시 집회를 나갔습니다. 이제, 처음 목사님에게 충격을 받은 일은 40년 전의 추억이 되었고, 우리 교회에서 있었던 실험 목회는 20년도 넘은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저는 여전히 제대로 된 목회도 못하면서, 오늘도 제게 맡긴 양들을 돌보고 내 목장의 울타리를 고치는 목자가 아니라, 다른 목장의 양들 형편을 염려하는 부흥사(?)가 되었습니다. 이 어줍잖은 자신을 바라보며 스스로 주님 앞에 이렇게 묻습니다. “주님! 주님은 목사들에게 다양한 은사를 주셨지요? 그리고 그 은사를 따라 다른 교회에 집회를 다니는 것도 주님의 일이지요?”

                                          정성학 목사 / 제주 기적의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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