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요. 그리고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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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요. 그리고 사랑해요
  • 정성학 목사
  • 승인 2016.05.25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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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학 목사의 섬 목회 이야기(10)

오늘은 유난히 우리 교우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많이 드네요. 분명히 기적의교회 담임 목사인데 기적의교회에 있는 시간보다 다른 일에 분주함이 더 많은 것 같아서 그렇습니다. 목사는 아무리 뛰어난 목사라 할지라도 자기가 섬기는 교회에서 존경 받아야 합니다. 아무리 실력이 있어도 목회 현장에 있어야 합니다. 그렇다고 제가 그런 탁월한 능력이 있다는 뜻은 결코 아닙니다.

어느 지역의 국회의원이 4선, 5선을 하고 선거에 임하면서 “이번에 저를 뽑아주시면, 국회의장은 맡아 놓은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라며 국회의장 대망론으로 선거를 치렀습니다. 그의 탁월한 의회 경험이나 능력, 화려한 경력에 대단한 지명도는 누구도 부인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상당수의 유권자들은 지지 여부와 관계없이 그가 국회의원이 되지 않겠나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분위기도 그랬고, 여론도 그랬습니다. 그러나 그는 국회의원 선거에서 패했습니다. 국회의장이나 상임위원장은커녕 평 의원도 못되고 의원 배지도 달 수 없게 되었습니다. 정치 일선에서 다시는 그의 얼굴을 보지 못할지 모릅니다.

마찬가지로 목사는 섬기는 교회에서 먼저 존경과 신뢰를 받아야 하고, 사랑을 먹고 일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자기 목장은 돌아보지 않고, 사방에 돌아다니며 복음을 전하네, 주님의 일을 하네 한들, 그건 하나님 영광도 교회의 기쁨도 아니며, 자신의 복도 아닙니다. 사람들이 웃을 일입니다. 그런데 지금 제가 그 꼴이 되었습니다. 주님 앞에 “올해부터는 안 그러겠습니다”하고 백 번은 다짐을 했는데 말입니다. 그래도 이제 한 달만 있으면 이런 양심의 찔림에서 좀 벗어날 것 같습니다. 그동안 발목을 잡고 있던 여러 가지 사역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조금은 우리 교우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고, 그러면 성도의 형편을 살피며 기도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일주일이나 한 달 내내 교회 안에만 머물겠다는 말은 아닙니다. 그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만, 그래도 주기적으로 교회를 비우는 미안함은 어느 정도 사라질 것입니다.

이럴 때마다 드는 생각은 교회는 뒤로 하고 별별 일로 사방에 쫓아다니는 분들을 봅니다. 솔직히 정말 대단하십니다. 저는 지금 이 어줍잖은 작은 일 하나도 제대로 하지 못해서 이렇게 기도합니다. “주님, 제가 교회 밖의 짐을 지고도 능히 교회를 잘 섬길 수 있는 능력을 주옵소서!” 그런데 시원한 답이 없습니다. 그 답답한 마음으로 글을 쓰는데, 교회가 있는 제주에 도착합니다.

이제, 내일 새벽은 더 간절히 기도하고, 더 뜨겁게 사랑하고 더 깊이 연구하여 우리 성도들의 영혼을 살찌우는 목사가 되고 싶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오늘 밤에도 교회 밖의 일, 교단의 어떤 일을 위하여 밤을 새우며 씨름해야 합니다. 그럼 이것만 하면 끝납니까? 아닙니다. 또 새로운 부르심, 다른 일이 저를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그나마 지금 바로 들어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제주에 오신 존경하는 어느 목사님께서 공항 대합실에서 저를 기다리고 계십니다. 여러 달 얼굴 못 뵈었는데, 잠깐 차 한잔 하고 그 분은 서울로, 저는 집으로 돌아갑니다.

                                           정성학 목사 / 제주 기적의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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