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극적 통합논의 없다”…열쇠는 ‘이단문제’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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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극적 통합논의 없다”…열쇠는 ‘이단문제’ 해결
  • 이인창 기자
  • 승인 2016.06.08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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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통합 후 해결’ 실현 가능성 현저히 낮아

한국교회언론회(대표회장:유만석 목사)는  한국교회 대표적 연합기관으로 분류되는 한국교회연합(대표회장:조일래 목사)과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이영훈 목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총무:김영주 목사·NCCK)가 하나가 돼야 한다며 최근 성명을 발표했다.

갑작스럽게 성명을 발표한 언론회는 “연합기관들이 급변하는 세태에 대응하지 못할 정도로 수명을 다했다”며 해체하고 단일화해야 한다는, 단체들 입장에서는 과격하게 들릴 만한 주장을 펼쳤다. 구체적으로 “창립정신을 내던지고 교권싸움과 자리 지키기에 함몰되어 분열과 무기력에 빠져 수명을 다해가고 있는 한기총·한교연·NCCK는 즉각 해체돼 하나로 새로 태어나야 한다”고 표현하고 있다. 

이 같은 언급에 대해 지난 2일 만난 교회협 김영주 총무는 상당한 불쾌감을 나타내고, “연합기관 각자마다 역할이 있고 걸어온 길이 다른데 하나가 돼야 한다고만 하는 것은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김 총무가 언급한 대로 연합기관이 반드시 하나가 돼야 하는 것은 아닐지 모른다. 실제 교회협과 보수 연합기관은 통합하기 어려울 정도로 사안마다 다른 입장을 발표해왔다. 하지만 언론회가 밝힌 연합기관의 무기력은 전반적으로 공감대가 있는 상황이다. 

교회협도 이 같은 평가를 피해가지 못하는 분위기이며, 특히 한교연과 한기총은 회원교단들이 과거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있고, 더욱 대표회장 1인 리더십 중심으로 운영되면서 활동의 폭이 제한적이다. 한국교회를 대변하기 위해 보수 연합기관이 통합해야 한다는 당위적 명분은 충분해 보이지만,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기구 통합은 갈 길이 먼 현실이다. 

한교연-한기총 통합논의 어디까지?
결론부터 말하면, 통합이라는 원론에만 합의된 채 논의는 아무것도 진전된 바가 없다. 통합을 이끌어갈 만한 대화기구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한교연과 한기총이다. 

양 기구 통합에 대한 논의는 지난해에도 교계의 초미의 관심사였다. 활동을 재개한 교단장협의회 조차 기구 통합에 중요한 역할을 하겠다고 나서기까지 했다. 지난해 한교연 양병희 대표회장과 한기총 이영훈 대표회장은 통합을 위해 상당히 구체적인 합의까지 있었지만, 결국 이단문제 관련 합의사항이 제대로 이행되지 못해 무산되고 말았다. 

올해 한교연 조일래 대표회장은 취임 직후  ‘이단문제’ 해결이라는 전제조건이 있지만, 한기총과 하나 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며 이영훈 대표회장을 직접 만나 이에 대한 대화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얼마 전 기자와의 통화에서 조 대표회장은 통합만을 안건으로 둔 만남을 전혀 하지 못했노라고 밝히며, 교계 활동 중에 이 대표회장을 만날 경우 하나가 돼야 한다는 원칙에만 공감하고 있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지난 4월 19일 한기총 임원회는 ‘한기총-한교연 통합의 건’을 가결하고 전권을 이영훈 대표회장에게 일임할 정도로 적극적으로 나선 바 있다. 조 대표회장의 발언은 한기총 결의와는 대조적으로 보인다. 한기총 관계자 역시 현재 구체적으로 통합논의가 추진되지 못하고 있으며, 지금과 같은 분위기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답답한 상황인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 한교연과의 통합에 적극적인 한기총은 지난 4월 열린 임원회에서 한교연과 통합안건을 이영훈 대표회장에게 일임한 바 있다.


기구통합 원칙만 있는 이유, ‘이단문제’
한기총은 1989년 보수 기독교계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한경직 목사 등 기독교계 원로들이 중심이 돼 출발한 기관이다. 90년 이상 역사를 가진 교회협이 진보적 입장을 위주로 하는 데 대한 대항마적 성격이 강했다. 

그러나 지난 2011년 이후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 과정에서 빚어진 갈등이 깊어지면서, 예장 통합 등 상당수 교단이 탈퇴해 지금의 한교연을 창립했다. 무엇보다 갈등 과정에서 회원교단들이 이단으로 규정하고 있는 단체나 인물들이 한기총에 가입되면서 통합의 길은 더욱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 

특히 예장 합동과 통합 등 기성교단들은 다락방전도협회와 평강제일교회 등이 한기총 회원으로 있는 이상 참여는 어렵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지난해 한기총은 이단문제를 재검증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결국 ‘이단 재해제’ 및 ‘이단 재수용’으로 결론이 났었다. 이런 상황에서 기구 통합은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더구나 올해 임기를 마치는 이영훈 대표회장 후임으로 이단성 시비가 있는 인물이 대표회장 후보로 나설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나돌고 있다. 관련 인물이 당선된다면 간극은 더 멀어질 것이뻔하다.  

한기총은 한교연에 먼저 통합을 한 후 이단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겠냐고 제안하지만, 자칫 이단성 인물과 단체에 면죄부를 줄 수 있어 한교연 입장에서는 무리하게 추진해서는 안 된다는 행보다. 이단문제 있어 단호한 회원교단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한교연으로서는 당연한 반응이다. 

기구 통합을 위한 적극적인 논의가 없는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연합기구의 위상과 존립은 더욱 타격을 입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무리하게 추진돼서도 안 될 일이다. 이 딜레마를 푸는 열쇠는 ‘이단문제 해결’ 하나뿐이다. 한기총은 이 열쇠를 언제 어떻게 풀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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