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 사회법에 막혀 총회 결의 “무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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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동, 사회법에 막혀 총회 결의 “무효”
  • 손동준 기자
  • 승인 2016.06.07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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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절차상의 중대한 하자” 지적

예장 합동 제100회 총회가 결의한 ‘아이티·납골당 관련자 징계’가 사회법에 의해 ‘무효’화 될 처지에 놓였다. 과실 여부와 관계없이 법원이 ‘절차상의 하자’를 문제 삼으면서, 공교회의 치리과정에서의 절차적 정의의 중요성이 증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1민사부는 지난달 26일 하귀호 목사 등 4인(하귀호·문세춘·박정하·박원영)이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합동)을 상대로 낸 ‘총회결의 무효확인’ 소송에서 “제100회 총회에서 결의한 징계사항은 무효”라며 원고들의 손을 들어줬다.

원고들이 소를 제기하며 내세운 근거는 ‘절차상 하자’. 이들은 “총회헌법에 명시된 ‘직원’, 즉 장로와 집사에 대한 권징 절차는 각 소속 노회에서 이루어져야 하고, 각 소속 노회가 총회의 명령에 불복하여 권징절차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에만 총회가 원고들을 직접 징계할 수 있다”면서 “총회가 노회의 재판 없이 결의를 하였으므로 그 절차적 하자가 매우 중대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총회는 ‘총대권 제한’ 등의 조치는 ‘총회 헌법 권징조례’에서 정한 권징에 해당하지 않고, 내부 정관에 근거한 ‘사원 결의’에 불과할 뿐이기에 사법심사의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더욱이 박정하 장로의 경우 이미 만 70세가 넘어, 총회 결의가 아니더라도 총대권을 상실하였으므로, 결의의 무효를 다툴 이유가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법원은 총회 헌법에 명시된 ‘권징재판의 절차’에 따라 지난 총회에서 결의된 원고에 대한 총대권 제한 등의 조치는 ‘절차상으로 매우 하자가 크다’며 하 목사 등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들의 소속 노회에서 재판이 이루어진 바 없는데도 상회(上會)인 총회에서 원고들의 총대권 등을 정지하는 안건이 즉시 회부되어 결의된 사실은 피고(총회)가 원고들이 소속한 각 노회에 재판할 것을 명령하였는데도 노회가 재판하지 않았다거나, 원고들이 이 사건 총회에서 범죄하였거나 다른 곳에서 범죄한 사실을 자복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이 사건 각 결의는 (총회)헌법 및 권징조례에서 정한 ‘피고가 원고들을 직접 재판하거나 즉결처단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총회)는 이 사건 총회에서 원고들을 정직에 처하는 결의를 함으로써 (총회)헌법 권징조례를 위반하였다”며 “이러한 절차상의 하자는 매우 중대하여 이를 그대로 둘 경우 현저히 정의관념에 반한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각 결의는 무효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결론 내렸다.

법원은 특히 총회 결의를 단순한 ‘사원결의’가 아닌 ‘정직’에 해당하는 권징으로 해석했다. 결의 당시 원고들이 각각 총신대 파송이사와 재단법인 CBS 파송이사, 평양노회 부회록 서기, 증경부총회장으로 공무를 수행하고 있었다는 점이 주요했다.

재판부는 총대권을 제한하는 결의에 따라 원고들이 소속 기관과 법인, 노회 등에서 지위를 상실하게 될 뿐 아니라 더 이상 공적 활동을 할 수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설령 총회 결의가 총회 헌법 권징조례에서 정하는 ‘권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원고들의 총대권을 제한하기 위해서는 총회 헌법이나 총회규칙에 근거 규정이 있어야 할 것인데, 이를 근거할 아무런 규정이 없다”며 이 또한 ‘절차적 하자가 매우 중대’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판결과 관련해 한 총회 관계자는 “법원의 이번 판결은 총회에 심각한 피해를 입힌 ‘아이티·납골당 관계자들’의 행적 자체에 대한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징계 ‘절차’의 적합성 여부에 관한 것”이라고 선을 그으며 “총회 결의가 사법 판단에 졌다고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해당 관계자는 “현재 총회에서는 어떤 결정도 내려지지 않았다”면서도 “재판부가 지적한 절차상의 하자를 보완하기 위해 노회를 통해 재판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쪽으로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예장 합동총회는 지난해 9월 대구 반야월교회에서 제100회총회를 개최하고 ‘은급재단 납골당 문제’와 ‘아이티 구호금 전용 문제’ 관련 인물인 원고 4인에 대해 향후 일정기간(1년·5년) 총대권(모든공직)을 정지하기로 결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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