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번역 첫 주기도문 ‘원문’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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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번역 첫 주기도문 ‘원문’ 발견
  • 이인창 기자
  • 승인 2016.04.21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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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신대 박용규 교수, 1885년 3월 미국성서공회 ‘BSR' 게재 확인
▲ 1885년 3월 미국성서공회 정기간행물 'BSR'에는 이수정 선교사가 한국인 최초로 번역한 주기도문이 실렸다. 영문 사이에 세로쓰기 한글이 선명하게 보인다. 자료제공 = 박용규 교수

기독교 역사에서 한국인이 처음으로 번역한 주기도문 ‘원본’이 발굴, 공개돼 기독교 사학계에 비상한 관심을 끌 전망이다.

총신대 박용규 교수(한국기독사학연구소장)는 지난 여름 미국 내 도서관들을 방문해 사료를 발굴하는 과정에서 이수정의 주기도문 번역본을 처음 발견했으며, 이후 출처를 추적하다 미국성서공회가 발간하는 정기간행물 ‘더 바이블 소사이어티 레코드(The Bible Society Record)' 1885년 5월호에 실렸음을 확인했다.

박 교수는 동일 잡지 원본까지 입수하는 데 성공해 지난 20일 이를 공개했다.

영문으로 된 BSR에는 이수정이 직접 쓴 주기도문이 ‘한국어 주기도문(The Lord’s Prayer in Corea)‘이라는 제목으로 게재돼 있으며, 한자가 아닌 조선후기 당시 문법에 따른 한글로 기록돼 있다.

BSR은 책에서 “현재 일본에 거주하고 있는 첫 기독교 개종자 한 사람인 이수정이 손으로 쓴 주기도문 사진(팩시밀리)라는 사실을 안다면 독자들은 확실히 그 주기도문을 흥미를 가지고 볼 것이다”고 소개하며 이수정이 쓴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또 “만주 우장에서 사역하고 있는 한 스코틀랜드 선교사가 그가 서쪽 국경에서 확보할 수 있는 도움을 받아 신약성경 일부를 번역했다. 그러나 이수정의 사역은 완전히 그것과 독립된 독자적 사역이다. 그의 마가복음 번역이 요코하마에서 출판되었으며, 다른 복음서들도 거의 인쇄단계에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한국 개신교 역사 가운데 성경번역에 지대한 공로를 한 인물이 중국에서 활동한 런던선교회(현 CWM) 파송의 존 로스 선교사, 그리고 다른 한 사람이 일본에서 사역한 이수정 선교사이다. 두 사람을 신약성서를 번역하면서 자연스럽게 주기도문도 번역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수정의 주기도문은 번역은 한국인 가운데 첫 번역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또 BSR에 로스 선교사의 사역과 독립돼 있다고 이수정의 사역을 밝히고 있는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로스 선교사의 번역본을 이수정 선교사가 보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하고 있다.

▲ 로스 선교사의 번역본에는 "대개 나라와 권세와 영광이 아버지께 영원이 있사옵나이다. 아멘"가 빠져있지만, 이수정 선교사의 번역본은 모두 포함돼 있어 완성도가 더 높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자료제공 = 박용규 교수

박용규 교수는 이수정의 주기도문이 로스의 번역본보다 더 완성된 형태라는 점에 주목했다. 로스 역에서는 주기도문 말미에 있는 “대개 나라와 권세와 영광이 아버지께 영원히 있사옵나이다”가 생략돼 있지만, 이수정 역에는 “아멘”까지 분명히 실려 있는 것이다.

또 로스의 주기도문은 평안도 사투리로 된 반면 이수정 주기도문은 당시 현대 표준말로 번역돼 있다.

한편, 박용규 교수에 따르면, 1885년 11월호에서는 ‘BSR을 읽는 중국에 있는 한국인들’을 제목의 기사에서 이수정의 주기도문이 중국에 인삼무역을 하러 온 조선인 5명에게 전달됐다는 내용도 발견됐다. 중국 산시성에 있던 미국인 선교사가 BSR 3월호에 실린 주기도문을 오려서 전하며 복음을 전했다는 기록이다.

박 교수가 이번에 입수한 BSR 원본은 1867~1903년 발간된 것들이다. 향후 BSR에서 이수정과 관련된 기록을 여럿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박 교수는 “이수정의 주기도문이 발굴된 것은 교회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라며 “단순하게 소개하는 차원을 넘어 위기에 처한 한국교회가 회복될 수 있는 하나의 모멘텀이 됐으면 한다”고 바람을 나타냈다.

▲ 박용규 교수가 지난 20일 한경직기념관에서 미국성서공회 정기간행물 'BSR'을 펼쳐보이며, 이수정 주기도문이 갖는 역사적 의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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