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실 칼럼]하나님과 엄마는 늘 약자가 되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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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실 칼럼]하나님과 엄마는 늘 약자가 되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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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3.08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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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실 작가의 청소년을 믿음으로 키우는 빵과 기도 ②

나는 그림책부터 성인들을 위한 책까지 폭넓은 작품을 쓰고 있는데, 그중 ‘세상에서 가장 예쁜 우리 엄마’라는 그림책이 있습니다. 어린 아이의 눈에는 엄마가(물론 가정의 상황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가장 예쁠 뿐 아니라 제일 믿으며, 제일 다정하고 안전한 품이지요. 

그래서 나는 아이들에게 자주 이런 질문을 합니다. “우리 엄마가 세상에서 가장 예쁘다고 생각하나요?” 어린 아이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힘을 다해 “네!”라고 외칩디다. 하지만 4학년 정도 이상 되면 반응은 달라지지요. 절반 정도 아이들만 “네.”라고 합니다. 나머지 아이들은 “옛날에는 예뻤어요.”라고 말합니다. 여기서 ‘옛날’이란 자기가 어렸을 적이지요.

문제는 중학생들인데, “아뇨!” 라고 외치거나 일부러 “웩!” “뭔 소리?” “헐!” 하며 비웃습니다. 아이들이 함부로 대하는 엄마가 자신을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분인데 왜 이렇게 반응할까요? 이럴 때마다 나는 ‘엄마와 청소년 자녀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이 문제는 자연스레 주님과 청소년의 관계로 이어집니다. 

지금 많은 청소년들이 부모, 특히 엄마하고의 친밀감을 잃어버리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태어나는 순간부터 엄마랑 날마다 미친 듯이(아이들 표현대로) 싸웠을까요? 그건 아니지요. 엄마가 단 한 순간도 옆에 없으면 아무 것도 못 하는 존재였습니다. 아이에게 엄마가 있다는 것은 더 이상 필요한 게 없다는 것이며, 엄마가 없다는 것은 아이에게는 아무 것도 없는 것과 마찬가지일 겁니다. 그런데 지금은 엄마가 옆에 없어야 숨을 쉴 것 같다고 하지요. 

아이들은 엄마와 자기가 서로에 대해 모르는 게 너무 많아서 거리감이 느껴진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아가 때에는 엄마에 대해 얼마나 알았을까요? 엄마 이름이 뭔지, 나이가 얼마인지, 엄마가 뭘 먹는지? 엄마는 결혼하기 전에 어디서 태어나고 살았는지? 엄마가 무얼 하는 사람인지? 엄마가 울고 있는지, 웃고 있는지 알기나 했을까요? 그런데 어떻게 엄마랑 ‘하나’가 되었을까요? 

즉, 친밀감은 늘 ‘알고 모르는’ 것에 달려 있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지요. “완전한 신뢰”가 엄마와 아이 사이에 깊은 친밀감을 만들어내는 거였을 겁니다. 그런데 이제는 엄마 이름도 알고, 나이도 알고, 고향도, 혈액형도, 성격, 호불호… 등 웬만큼은 다 아는데 사이는 점점 멀어지는 걸까요?

내가 아는 어느 엄마는 고2 딸의 하루 24시간 동선을 훤히 알기에 단 일 미터도 다른 길로 가면 그 아이의 매니저가 바로 엄마한테 알리거든요. 식사나 간식조차 엄마가 다 정해줍니다. 과장하면 그 엄마는 딸의 몸 속, 마음 속, 심지어는 영혼 속까지 다 점령하여 원하는대로 딸의 삶을 움직이는 겁니다. 그런데 그 아이가 엄마와 친밀한 관계일까요? 아닙니다! 그 여학생은 지금 마음과 정신을 치료하는 병원에 있지요. 서로에 대한 옳지 않은 “앎”은 ‘완전한 신뢰’를 ‘완벽한 불신’의 관계로 바꿉니다. 

친밀이란 낱말을 한자어로 보면 친(親)은 나무 위에 올라서서 이리저리 살펴보는 형상입니다. 마치 가족이나 친구가 언제 오나 궁금증해서 나무에 올라가 이리저리 보며 기다리는 것 같지요. 또는 나쁜 사람이나 짐승이 해치는 건 아닐까? 좋지 않은 길로 잘못 들어서는 건 아닌가, 하는 풍경이 그려지는 글자입니다. 밀(密)은 어떻고요! 빽빽하다는 뜻을 가진 밀이란 글자는 산과 마음이란 글자가 들어 있어서, 아무도 모르는 산 속에서 서로의 마음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지 않은지요! 

결국 친밀하다는 것은 깊은 애정과 끝없는 관심 그리고 마음을 주고받는 거지요.

우리가 편의점이나 화장품 가게 단골이라 하더라도 웬만해서는 친밀한 관계라고 말하지 않는 게 이런 이유 때문이지요. 그래서 아이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엄마에게 사랑의 말을 해 본 적이 언제였는지? 엄마를 안아준 때가 생각나는지? 엄마가 요즘 식사는 제대로 하며, 무얼 좋아하는지 관심두고 본 적은 있는지? 

‘더 사랑하는 사람이 약자’라는 말처럼 엄마는 평생 아이 앞에서 약자일 겁니다. 하지만 한번씩, 한번씩, 엄마에게 다정하게 말하고, 엄마의 삶에도 관심보여 줄 때에 엄마는 비참한 약자가 아니라 기꺼이 행복한 약자가 될 겁니다. 

주님도 그렇지요. ‘주님, 사랑해요’ ‘주님, 저랑 같이 있어 주세요.’ ‘주님 없으면 난 아무 것도 못해요!’ 이런 사랑 고백을 무한히 기다리시는 약자인 것 같습니다. 
여전히 나를 기다리시는 주님, 아직 나를 바라보는 엄마에게 우리는 오늘 무슨 고백을 하렵니까?

 ‘친밀’에 대한 우리말입니다. 나와  엄마에게 알맞는 단어는 무언가요?
  옴살 : 매우 친밀하고 가까운 사이. 
  한속 : 같은 마음.
  한올지다 : 한 가닥의 실처럼 매우 가깝고 친밀하다.

기도
“기도할 때에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고, 숨어 계시는 네 아버지께 기도하여라. 숨어서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네게 갚아 주실 것이다.”(마태복음 6장 6절) - 하나님과 단 둘이서 만나는 시간이 많고, 이야기를 많이 나눌수록 그 누구보다 친밀한 사이가 될 겁니다. ‘은밀하게, 아무도 모르게’ 주님과 만나는 ‘축복의 기회’를 절대 놓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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