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자원 창출로 ‘16만3천명’ 절대빈곤에서 구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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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자원 창출로 ‘16만3천명’ 절대빈곤에서 구할 것”
  • 정하라 기자
  • 승인 2024.05.21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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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하는 크리스천’ ①닥터노아 박근우 대표

성경에서 야고보는 ‘행하지 않는 믿음은 그 자체가 죽은 것(약2:17)’이라고 했다. ‘행함’을 통해 드러나는 믿음이 성도의 진짜 믿음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야고보의 고백처럼 자신의 신앙과 믿음을 말뿐이 아닌, 실천적인 매일의 삶 속에서 드러내는 이들이 있다. 본지는 그들을 ‘행동하는 크리스천’이라 칭하기로 했다. 그 첫 번째 인물로 빈곤국가에 사는 16만 3천명의 빈민들을 절대빈곤에서 구하기 위해 대나무 칫솔을 제작사업에 뛰어든 소셜벤쳐 기업 ‘닥터노아’의 박근우 대표를 조명한다.

저개발국가 주변에 풍부한 자원 ‘대나무’ 활용
‘대나무 칫솔’ 제작해 빈민들의 삶 개선 꿈꿔

“하나님의 명령을 따라 바다가 아닌, 산에서 자그마치 100년 동안 배를 만드는 노아의 모습이 세상의 눈에는 마치 미친 사람처럼 보였을 겁니다. 저는 이 시대에도 노아처럼 위대한 가치에 미친 사람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절대빈곤에 처한 사람들의 본질적 삶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일회적인 도움이 아닌, 근본적인 삶을 변화시킬 대안이 필요하단 생각에 ‘닥터노아’를 설립했습니다.”

닥터노아 박근우 대표(47·백주년기념교회)는 치과의사로 안정적인 삶에 안주할 수 있었지만, 크리스천으로서 더욱 가치있는 삶을 살기 위해 소셜벤처 기업 ‘닥터노아’를 설립하고 대나무 칫솔 제작을 통해 빈곤국가의 지속가능한 수입 창출을 위해 앞장서고 있다. 닥터노아는 국내에서 대나무 칫솔을 직접 제조하는 유일한 기업이다.

닥터노아 박근우 대표는 빈곤 국가의 지속 가능한 수익 창출을 목표로 ‘대나무 칫솔’을 생산하고 있다.
닥터노아 박근우 대표는 빈곤 국가의 지속 가능한 수익 창출을 목표로 ‘대나무 칫솔’을 생산하고 있다.

의료봉사를 통해 발견한 ‘소명’

대나무는 세상에서 가장 빨리 자라는 식물자원으로 세계의 빈민들이 많이 거주하는 아열대계절풍기후를 중심으로 풍부하게 존재한다. 1년에 사용되는 것으로 추정되는 플라스틱 칫솔의 개수는 약 120억 개. 심지어 한 해 21만 6천여 톤의 플라스틱 칫솔이 분해되지 않은 채 땅에 매립된다. 대나무 칫솔은 개당 18g의 플라스틱을 줄일 수 있다. 플라스틱 칫솔을 대나무 칫솔로 바꾼다면, 환경오염도 예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빈곤국가의 수입 창출을 위한 움직임에 동참할 수 있다.

박 대표는 “모든 칫솔 회사가 플라스틱 칫솔이 아닌 대나무 칫솔을 제조하는 것이 닥터노아의 가장 큰 목표”라며, “윤리적이고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운동이 전개됨으로 전 지구적 차원에서 대나무 칫솔을 제작하는 회사가 늘어나길 바란다”고 밝혔다.

빈곤 국가에 대한 그의 관심은 2009년 처음 교회에서 떠난 의료봉사에서 시작됐다. 그는 교회에서 단기 의료봉사를 위해 찾은 스리랑카에서 빈곤 국가의 참담한 현실을 접했다. 열악한 의료환경에 있는 소수민족을 대상으로 의료봉사를 하며 안타까움을 느낀 그는 하나님이 주신 자신의 소명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박 대표는 “처음 우연한 계기로 국제구호 활동을 시작했는데 당시의 경험이 제 삶을 크게 변화시켰다. 특히 생전 한 번도 의사를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자신을 치료해주길 기다리는 간절한 눈빛을 보면서, 제가 그들의 삶에 꼭 필요한 사람으로 존재한다는 기분을 느꼈다”고 전했다. 한번은 방글라데시 선교 현장에서 마을의 흉년으로 인해 쌀을 지원해달라는 부탁을 받게 됐다.

그는 마침 가지고 있는 돈으로 쌀을 후원했고, 마을 사람들을 반년 동안 먹여 살릴 수 있는 큰도움이 됐다는 말을 들었다. 한국에서는 그리 큰돈이 아니었는데, 다른 지역으로 가면 사람을 살릴 수 있는 ‘재원’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사건이었다.

“작은 도움에 기뻐하는 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어릴 적 빛과 소금이 되게 해달라는 저의 기도제목이 생각났습니다. 무엇보다 저의 존재가 이곳에서 정말 필요한 사람으로 여겨졌고, 선행을 베풀 때 큰 행복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한국에서는 알 수 없었던 세계를 목격하고 나니, 치과의사로서 사람들을 진료하는 수준이 아니라 ‘진짜 생명’을 살리는 의사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하게 됐습니다.”

이후 그는 스리랑카, 인도, 캄보디아, 네팔, 우간다 등 다양한 빈곤 국가에 방문해 의료봉사활동을 펼치며, 적도 벨트 근처 저개발 국가 주변에 대나무가 무성히 자라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대나무를 유용한 생산 자원으로 탈바꿈한다면, 그들이 가난에서 해방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안고 출발한 것이 소셜벤쳐 ‘닥터노아’다.

닥터노아 대나무칫솔.
닥터노아 대나무칫솔.

‘대나무’, 빈민들의 삶 바꿀 귀한 자원

그는 2015년 한 논문을 통해 ‘대나무’가 빈민들의 삶을 변화시킬 지속 가능한 경제 창출을 일으킬 귀한 자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특히 베트남 최대 빈곤지역인 탱화성에서 대나무로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을 생산할 경우 16만 3천명을 빈곤에서 구할 수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현지의 풍부한 자원을 활용해 부가가치 높은 제품을 만들어 꾸준히 현지의 소득을 증대한다면 기부보다 훨씬 더 영향력 있는 방법으로 빈민들의 삶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가슴이 벅차올랐습니다.”

박 대표는 예방치의학을 전공한 치과의사로서 잡초처럼 질긴 생명력을 가진 대나무로 활용할 수 있는 대체용품으로 ‘대나무 칫솔’을 고안하게 됐다. 현재 전 세계 모든 대나무 칫솔은 중국에서 만들어지고 있지만, 제대로 된 기술개발이 이뤄지지 않아 칫솔의 품질이 좋지 않다는 평을 받아왔다. ‘빈곤 퇴치로 절대빈곤에 있는 사람들을 살리겠다’라는 소명이 친환경 대나무 칫솔 제작의 계기가 된 것.

단 대나무는 플라스틱에 비해 원자재 가격은 낮지만, 제조과정이 번거롭고 복잡해 생산이 어려웠다. 대나무가 수분을 잘 흡수해 곰팡이가 잘 생기고, 대나무에 박힌 솔이 양치질 중 손쉽게 빠져나오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났기 때문이다. 닥터노아는 자동차 본닛을 만들 때 쓰는 ‘핫프레싱(Hot pressing)’ 기술을 대나무 칫솔 제조에 도입, 자연 코팅막을 생성해 곰팡이가 생기지 않도록 개선했다.

또 제품을 규격화하고 과정을 자동화해 대나무 칫솔 생산 단가를 낮출 수 있었다. 박 대표는 “대나무는 잡초처럼 자라기 때문에 원자재 가격이 훨씬 싸다. 그러나 대나무로 칫솔을 만드는 과정이 너무 복잡하고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사업으로 시작하기에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핫프레싱기술’을 개발하면서 효율적으로 대나무 칫솔을 제작할 수 있는 길을 열게 됐다”고 설명했다.

닥터노아는 필리핀 빈민지역인 Carranglan(카랑글란)을 중심으로 1만 5천평 규모의 대나무 숲을 조성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방문한 현지 모습.
닥터노아는 필리핀 빈민지역인 Carranglan(카랑글란)을 중심으로 1만 5천평 규모의 대나무 숲을 조성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방문한 현지 모습.

“믿음이 교회 안에만 머무르지 않기를”

처음 주변의 사람들은 ‘무모한 도전’이라며 그를 만류했지만, 그를 따라 위대한 가치에 미친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고, 현재는 14명의 직원이 함께 일하고 있다. 대나무 칫솔의 제조와 자동화에 성공한 그는 100억 이상의 누적 투자금을 유치하게 됐고, 최고기술책임자(CTO) 이경태 박사를 중심으로 닥터노아의 R&D 팀과 서울대 정밀기계공동연구소가 6년간 꾸준히 연구를 지속해왔으며, 매년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현재 베트남에서 대나무를 100톤 수입해, 필리핀 빈민지역인 Carranglan(카랑글란)을 중심으로 1만 5천평 규모의 대나무 숲을 조성하고 있다. 박 대표는 “아직 지역사회를 변화시킬 만큼의 큰일은 하지 못했지만, 선한 동기가 모인다면, 놀라운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소비자가 중심이 되어 플라스틱이 아닌, 재생 가능한 자원을 찾는 노력을 벌인다면 기업의 생산방식도 변화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닥터노아는 현재 대나무 칫솔 이외에도 플라스틱 튜브를 없앤 알루미늄 튜브 치약, 고체 치약 그리고 나일론 대신 명주(silk)실을 이용한 치실 등 더 친환경적인 구강용품 대안을 만드는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박 대표는 새로운 도전 앞에 주저하는 크리스천 청년을 향해 “신앙생활의 체험과 고백이 교회에만 머물러 있지 않았으면 한다. 처음엔 무모한 도전 같아 보였지만 막상 이 길을 걸어보니 고난의 길만은 아닌, 행복과 즐거움이 있다”며 “무작정 남들이 정해놓은 평범한 길을 가기 보다 선한 동기를 가지고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갈 때 더욱 의미있는 삶을 살게 될 것”이라고 권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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