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효성의 문화칼럼] 상대성 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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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효성의 문화칼럼] 상대성 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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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1.06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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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효성의 성지를 찾아서 (40)
▲ ⓒ방효성, ‘순례자’

새해가 밝았다. 새해에는 평화로운 세상이 오기를 소망한다. 이 땅에 모든 사람들이 차별 받지 않고 성실한 사람들이 일한 만큼 넉넉한 대접을 받는 정의로운 나라가 되길 기도한다.

요즘 부쩍 갑(甲)과 을(乙)의 이야기가 많이 회자된다. 갑과 을은 중국에서 시작된 시간을 헤아리는 수단으로 10간과 12지를 가지고 육십간지라고 일컬어지는 것 중 갑, 을, 병, 정으로 이어지는 10간의 순서 중 맨 앞자리와 두번째 자리다. 최근 이러한 순서를 지칭하는 갑과 을이 상대적인 존재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갑의 횡포란 말이 있다. 갑이 힘이 있다는 것이고 을은 힘 없는 존재인 약자를 의미한다. 또 다른 말로 다수의 횡포, 소수자는 약자, 가진 자와 없는 자라는 관계도 같은 맥락에서 사용되고 있다.

한마디로 새롭게 등장한 시대적 산물이며 본래 의미가 왜곡되고 변질되어 사용되고 있다. 이제 갑과 을은 이분법적으로 사용되면 악이 된다. 갑과 을은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가 되었다.

우리 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부와 권력에 대한 피해의식과 열등감이 이러한 구조로 몰고 가지 않았을까? 힘있는 자가 부당하게 약자 위에 군림하거나 괴롭힐 때 비난하는 말로 ‘갑질’ 이란 말까지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주위를 둘러보면 을의 횡포도 존재는 것을 알 수 있다. 을질 때문에 피해를 본 갑은 없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세상에는 영원한 갑도 영원한 을도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갑과 을의 입장이 바뀌고 있다. 교회 안 에서도 갑과 을은 여전히 존재한다. 교회에서는 누가 갑이며 누가 을인가? 목사인가? 장로인가? 새신자인가? 누구도 갑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서로를 갑이라고 여긴다. 상대성 원리다.

필자는 장로인데 어느 순간 장로의 역할이 누군가의 눈에는 갑질로 비춰지지 않을까 조심스럽다. 상대적이며 이분법적으로 길들여진 현실이 교회나 사회를 그렇게 만든 것일까? 갑과 을이 사라지고 모두가 함께하는 세상 오기를  새해소망에 담아본다.

“만일 한 지체가 고통을 받으면 모든 지체가 함께 고통을 받고 한 지체가 영광을 얻으면 모든 지체가 함께 즐거워 하느니라”(고린도전서 12장 26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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