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 회복으로 가는 가장 확실한 길은 ‘신앙’
상태바
중독 회복으로 가는 가장 확실한 길은 ‘신앙’
  • 공종은 기자
  • 승인 2015.12.09 10: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독, 목회로 한 걸음 더 다가가기

목회자 70% “중독자 전문 목회상담 필요”

‘목회 프로그램’으로 도입해 운영해야


“목회자들 대부분은 중독의 사회적 심각성을 알고 있다. 하지만 중독자나 가족에게 적절한 도움을 주지 못할 뿐 아니라, 목회적 지침이나 훈련을 받은 적이 없다.”

이미 교회 깊숙이 들어와있는 중독. 이 중독에 대해 교회는, 그리고 목회자들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전문가들의 진단은 그리 밝지만은 않다. 안미옥 교수(총신대학교)는 글로벌디아코니아센터와 기독교중독연구소가 지난 4일 함께 진행한 ‘기독교 중독 예방 치유 포럼’에서 이런 진단을 내렸다.

갈수록 증가하는 중독자들은 전문적인 목회상담의 필요성을 절감하지만, 정작 목회자들은 중독 치유에 대한 목회적 지침이나 훈련은 받은 적이 없을 뿐 아니라, 기독교 내의 단도박(斷賭博, 도박을 끊는 일) 모임에 대해서도 모르고 있었다.

# 교회도 이미 중독에 노출

목회자들의 중독 인식은 안 교수가 총신대학교 일반대학원생 11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 결과에 그대로 드러난다. 적극적이지도 긍정적이지도 않은 어정쩡한 상황. 하지만 중독, 특히 도박중독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목회자 97%가 인식하고 있었다(매우 그렇다 48%, 대체로 그렇다 49%). 도박에 빠지는 이유는 ‘충동적’(38%), ‘금전’(30%), ‘현실 회피’(30%), ‘보상심리’(16%)로 보았다.

그렇다면 교회는 도박으로부터 안전할까. ‘그렇다’(39%)는 응답과 ‘그렇지 않다’(34%)는 응답이 비슷한 정도를 보였다. 교회라고 안전지대는 아니라는 말이다. 여기에 더해 ‘현재 가족의 도박으로 고통을 당하는 성도’를 만난 적이 있다는 44%의 응답은, 교회도 이미 중독에 노출된 상황이라는 것을 증명한다.

▲ 중독 치유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신앙이다. 교회가 중독자들의 치유와 사회 복귀를 위한 일에 적극 개입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 중독자들과 치유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지적이다.

도박 중독이 심각하고 교회마저 위험한 시점에서 목회자들은 과연 적절한 대응을 하고 있을까. ‘중독에 빠졌던 성도에게 적절한 목회적 돌봄을 줄 수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37%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매우 그렇다’는 응답은 3%에 불과했다. 나머지 34%는 ‘대체로 그렇다’고 대답했고, 중독자나 가족들에게 적극적이거나 적절한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목회자들 10명 중 7명은 ‘중독자들을 위한 전문 목회상담의 필요성을 느낀다’고 응답해 교단과 기관 차원에서의 교육과 대응의 시급성 문제가 대두됐다. 이런 목회자들은 중독에 대한 목회적 지침이나 훈련을 받은 적이 없었고(102명), 치유 프로그램인 단도박 모임을 하고 있는 곳을 알지 못했다(109명). 결국 교회 안에 중독 신자가 있어도 적절한 목회적 치유 방안을 제시하지 못할 뿐 아니라 치료 기관 연결도 해주지 못한다는 말이다.

# 치료보다는 ‘예방’이 더 중요

중독 치유 전문가들은 치료보다는 ‘예방’의 중요성을 더 강조한다. 치료감호소 약물중독재활센터 박보윤 정신보건사회복지사는 “교회가 치료적 차원으로 접근해서 에너지를 낭비하기보다는 중독을 방지하는 역학을 담당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중독자들을 치료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상당히 어렵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리고 교회가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우물처럼 개방돼 있어야 하고, 누구든지 와서 이야기할 수 있고 정보를 공유하며 서로를 자연스럽게 도와줄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는 점을 들었다. 이 부분이 중독자들을 치유하고 사회로 돌아가게 하기 위해 교회가, 목회 프로그램이 감당해야 하는 역할이라는 것이다.

유해화학물질 중독자로 18년째 살고 있는 서현준 씨. “내 인생에 있어서 가장 행복했던 때는 중독됐을 때”라는 서 씨의 말은 중독의 심각성과 폐해를 일깨우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치료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 서 씨는 “회복으로 가는 가장 쉽고 확실한 길은 ‘신앙’”이라고 분명하게 지적하고, 중독자들에 대한 전도의 시급성을 강조한다. “중독자들이 치료를 받고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교회가 이끌어주어야 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큰 힘을 받았던 것이 바로 신앙이다. 이 신앙을 전달하는 역할을 교회가 했으면 좋겠다”며 교회와 목회자들이 중독자 치유를 위해 적극 개입해 줄 것을 당부했다.

중독자들은 아프다. 사회로 나가기를 두려워하고 아파한다. 중독이라는 불행의 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서현준 씨는 교회가 이 말을 듣기를 원한다. “나는 중독에서 회복되고 싶다. 그리고 회복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