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 과잉 성취감 ‘일중독’으로 가는 지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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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자 과잉 성취감 ‘일중독’으로 가는 지름길
  • 공종은 기자
  • 승인 2015.07.08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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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 ‘중독’을 껴안다 (1)

헌신적 목회자에 대한 기대도 한몫

40.8%가 ‘정신적 스트레스’ 호소

배우 장 모씨는 최근 출연한 한 TV 프로그램에서 한때 게임에 중독돼 씻지도, 자지도, 먹지도 않고 게임에 몰입했던 과거가 있었음을 털어놔 충격을 주었다. 장 씨는 “하루 종일 조이스틱을 움직이다 보니 엄지손가락에 이상을 느꼈고, 손가락이 부풀어 올라도 계속했다. 그러다 보니 손가락 마비가 와서 병원을 찾아 손가락 혈종을 제거하고 게임을 중단했다”고 말했다.

중독포럼이 지난해 개최했던 심포지엄에서 중앙대 정슬기 교수는 알코올과 도박, 약물, 인터넷 게임 등 4대 중독에 따른 사회경제적 비용이 110조 원에 이르고, 한국인 8명 중 1명이 중독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지난 2013년 영화 ‘중독’을 감독하고 제작해 중독에 무방비로 노출된 현 상황의 위험성을 지적하고 경고했던 김상철 목사는, “사람은 누구나 중독될 수 있다. 나는 아니라고 말하지만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한다.

▲ 목회자들의 과도한 성공 욕구는 일중독을 부르는 지름길이다.

# 복음을 위한 열정과 혼동

‘일중독’. 목회자들에게서도 상당 부분 발견되는 현상 중 하나다. 몰입 뒤에 찾아오는 성취감과 ‘성공 욕구’ 그리고 ‘교회 성장’이라는 키워드는 목회자로서의 자부심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지만, 일에 과잉 적응되고 있는 자신의 상태를 깨닫지 못하게 하는 치명적 약점을 안겨주기도 한다.

목회자들이 일중독에 빠지게 되는 주 요인은 ‘욕구’와 ‘경쟁’. 하지만 이것이 목회와 만날 경우 ‘열정’으로 포장되는 경우도 많다. 김정민 전도사(장자교회)는 “개척 교회나 소형 교회를 부흥시키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여기고, 이것을 복음을 위한 열정과 혼동한다”고 지적한다. 또한 “일중독은 자신의 내면 세계, 참 영성의 삶과 접촉하는 것을 방해하고, 그 대신 고통이나 갈등을 경험하게 한다”는 위험성을 경고한다.

문제는 이런 목회자를 헌신적인 목회자 혹은 신령한 목회자로 칭찬하는 성도들의 인식 또한 한 몫을 한다는 것. 이런 성도들의 기대는 목회자들의 일중독을 강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경기도 고양시에서 목회하고 있는 김관성 목사는 “자신이 일중독에 노출돼 있고 점차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감지하는 목회자는 많지 않다”고 말한다. 부흥과 성장이 목회의 성패를 가늠하는 기준이 됐고 목회자 스스로 그 유혹은 떨쳐버리기 힘든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일중독에 빠진 목회자들은 주위의 사람들을 일중독에 끌어들이는 폐해를 발생시키기도 한다. 김 목사는 “목회자들도 ‘일 잘하는 사람’을 ‘믿음이 좋은 사람’으로 인식시키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뉴브릿지미니스트리 정지석 목사도 “가족보다 일을 더 중요시하기 때문에 가족관계를 희생시키고, 주변 사람들이 자신의 일 중독 때문에 어떤 희생을 치르거나 대가를 지불하게 된다”고 말한다.

# 과잉 성취감에서 벗어나라

한국교회 목회자들의 37%가 ‘육체적 피곤’, 40.8%가 ‘정신적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는 목회자들이 자기 성취욕에 기인한 과도한 경쟁에 내몰리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이런 목회자들에 대해 유진 피터슨은 “목회자들이 야심이 너무 많아 안타깝다”고까지 말한다.

▲ 욕구와 경쟁을 복음을 위한 열정과 혼동해서는 안된다.

또한 일중독은 물론 게임중독과 성중독에 이르기까지 그 범위와 비중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 가정사역 전문가들의 진단. 중독 회복을 전문으로 하는 기관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들 중 목회자들을 위한 과정이 운영되는 것 또한 이런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

이후경 박사(LPJ마음건강 대표)는 ‘이코노미스트’에 기고한 글을 통해 “일중독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과잉 성취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지석 목사 또한 “목회자들이 삶의 우선순위가 무엇인지를 알아야 하며, 바쁜 와중에도 조용한 시간을 갖고 주님과의 교제를 나눌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하는데, “어떤 상황에서도 주님 안에서 자족하는 법을 배워 일 중독의 어둠으로부터 치유 받고 자유로워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 재충전과 목회 동료 필요

주님의 교회를 몸으로 섬기는 것은 귀한 일이다. 하지만 일중독은 사역을 피폐하게 하고 회복의 가능성마저 차단하고 만다. 김관성 목사는 “목회자가 사활을 걸고 매달려야 하는 것은 일이 아니라 그리스도를 명확하고 분명하게 전달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교회 일’의 당위성을 강조하다가 ‘진정한 주의 일’에서 멀어지게 하는 결과를 만들게 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톰 라이너 목사는 “일중독은 탈진으로 이어지고, 탈진은 우울함을 유발한다”며 위험성을 경고하면서 “교회나 사역지로부터 분리되는 시간을 가질 것”을 충고한다.

일중독에서 회복되는 길은 의외로 간단하다. ‘휴식’의 시간을 갖는 것. ‘목회자 보건주일’을 지키는 일부 교단이 있기는 하지만, “목회자들 스스로 재충전을 위한 시간을 마련하고, 이 문제를 함께 나눌 수 있는 동료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상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목회자들을 위한 내적치유세미나에 참석하거나 아내, 가족들과 함께 떠나는 여행도 일중독에서 회복되고 치유하는 프로그램으로 각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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