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의 시종을 하나님께 '의탁' 하옵고」는 부적절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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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의 시종을 하나님께 '의탁' 하옵고」는 부적절한 말이다
  • 승인 2003.06.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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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 때에 공중기도 인도자들의 그 기도 내용 중에 대체적으로 끝맺음 대목에서 “예배의 시종(始終)을 하나님께‘의탁’(依託)하오니” 라는 말을 흔히 표현하는 사례가 있는데 이 말은 적절한 말이 아니다.

이 ‘의탁(依託)’이라는 말의 의미는 “남에게 맡기어 부탁함”이 라는 뜻이고 또한 그러한 사실적 경우에서 쓰는 말이다. 그렇다면 예배에 있어서 예배행위를 하나님께 맡겨 부탁한다는 표현은 예배의 참 뜻에 부합되지 않는 말이다.

물론 예배가 하나님의 고안이요 하나님의 명령과 요구이며 그의 역사로서 인간을 향한 신적제공(神的提供)이다.

그리고 예배에서 하나님은 언제나 인간에 선행(先行)하시고 솔선하시는 분이시며 친히 예배 중에 임재하사 예배를 받으시고 예배자 각 사람에게 내재(內在)적 조명을 통하여 언제나 우리의 근원적 주체(主體)가 되신다.

따라서 우리의 예배자들은 예배의 주인 되시는 하나님의 인도와 초청된 자로 부름을 받아 예배에서 반응과 응답으로 화답하는 경배의 주체가 또한 되는 것이다.

물론 예배전체에서 원리적 주인은 우리 하나님이시며 이 하나님은 언제나 임재적 선행자이시고 이에 대하여 우리 인간은 그 임재에 대한 반응자로서 또는 응답적 수행자로서 예배행위의 당사자인 것이다.

그러므로 예배에서 인간은 헌신, 봉사, 경배, 감사, 찬양의 분명한 사람편의 몫을 감당하는 행위자인 것이다.

따라서 예배에서 하나님은 신적인 영역의 객관적인 임재의 요소로 인간에게 오시고 우리 인간은 그 오심에 대한 반응자로서 인간적 영역의 주관적 예배의 요소로 하나님과 신령적 관계를 이루어 만나게 되고 그분의 실재를 체험하는 것이 예배인 것이다.

이렇게 볼 때 분명한 것은 예배에서 예배자의 영역의 것은 누구로서나 무엇으로도 대행, 대리, 대체가 불가능한 것이며 위임과 위탁의 문제도 물론 아니다. 예배와 신앙에 있어서 당사자 원칙은 변경할 수 없는 원리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예배의 순서 절차를 주님께 의탁하옵고” 라는 표현은 부적절한 것이다. “모든 예배의 구성요소”에는 인간의 “주관적 요소”가 분명히 있고 그것은 하나님을 향한 예배의 응답적 요소로서 예배자의 본분인 것이다.

예컨대 찬양, 말씀경청, 헌신, 봉헌, 감사, 회개, 결단, 아멘적 화답 등의 예배자의 몫을 주님께 ‘의탁’할 부분이 아닌 것이다. 이것은 하나님의 임재 앞에 예배자의 믿음의 행위로서 능동적이고 자원적(自願的)이며 영성적이고 인격적인 경배행위인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예배를 받으실 하나님께 그의 자녀와 백성된 교회적 신분을 가진 인간 편에서 마땅히 수행되어야 할 의무인 것이다. 이러한 영역까지도 하나님께 ‘의탁’한다는 것은 밝고 열린 영성은 될 수 없다.

이 말이 본의는 아니나 언어의 표현상의 인상은 책임 회피적이고 인간의 예배적 의무를 기피하는 듯한 말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포괄적 주님의 주권과 섭리론적 관점에서 하나님을 전적 신뢰한다는 것과 신앙적 의지(依支)를 한다는 동기를 가진 말일 수는 있으나 예배에서 예배자의 취할 본분은 고백적으로 감당하겠다는 다짐과 신앙적 결단을 아뢰어야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따라서 인간의 몫은 예배 수행자의 필연적인 것으로 화답하면서 하나님의 몫을 간구해야 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예배의 시종(始終)을 “의탁” 한다는 말은 “예배시종 가운데 하나님의 동행”을 구할 것과 “큰 믿음으로 예배하게 해 달라”는 고백적 다짐과 간구가 옳을 것이며 기도의 심성적인 바른 자세가 될 것이다.

신앙원리에 불합치된 기도의 용어 선택은 기도의 사전 준비와 여과된 표현으로 기도의 격조(格調)를 갖추는 것이 기도자의 바른 자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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