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다 할로윈(Hello, Hallow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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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다 할로윈(Hello, Hallow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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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10.26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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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속축제에 당당한 선교적 마인드로 접근하라!
▲ 할로윈데이의 유래는 기독교와 무관하지 않다. 유럽에서 기독교 성인들의 축일이 11월 1일인데, 할로윈(Halloween)은 성인들의 축일 전야(10월 31일)라는 의미인 All Hallows’ Evening이 압축된 형태다.

종교개혁기념일인 10월의 마지막 날은 미국에서 크리스마스 다음으로 최대 규모의 상업 축제일인 할로윈데이(Halloween Day)다. 이 날 젊은이들은 마녀나 해골 같은 기괴한 코스튬을 하고 퍼레이드를 하며, 아이들도 애니메이션 캐릭터 분장을 하고 'Trick or Treat?'(“골탕 먹을래, 캔디 줄래?”라는 의미)이라는 장난을 치며 동네를 다닌다. 어떤 아이들은 캔디를 주지 않는 집에 돌을 던지는 등으로 해코지를 한다. 미국식 세계화가 맹위를 떨치는 오늘날에 할로윈데이는 전 세계에 급속도로 퍼져 간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오래전부터 이태원의 클럽들에서나 외국인들 중심으로 치러지던 할로윈데이 행사가 이제는 놀이동산들은 물론이고 영어학원, 유치원, 동호회모임에서도 크고 작은 파티 형태로 열리고 있다. 각종 문구류를 파는 상점에서도 할로윈데이의 상징물인 호박바구니가 가득하다. 아이들을 위한 공공 전시관에서도 ‘몬스터 할로윈 파티’를 무려 한 달이 넘도록 진행하고 있다.  

이 할로윈데이의 인기가 갈수록 높아지면서 크리스천들이 이 날을 어떻게 보고, 어떻게 보낼 것인지가 고민거리가 되었다. 아주 보수적인 그룹에서는 할로윈데이를 귀신 놀음 하는 불순한 날로 간주하고 두문불출하며, 교회에 모여서 기도회를 하기도 한다. 악마나 좀비 복장을 거리낌 없이 입고 한데 어울려 노는 세속적 크리스천들도 있다. 중도적 입장도 두 부류로 갈라진다. 한편으로 교회가 할로윈을 대체할 수 있는 행사를 기획한다. 아이들에게 할로윈파티에 참여하지 말라고 금지시키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의 한인교회들에서 많이 퍼진 할로윈 발음을 빗댄 ‘할렐루야 나잇’이 이에 해당된다. 이날 교회에서 아이들을 위한 파티와 게임을 열고, 코스튬을 입고 오는 것은 허용되지만 기괴하고 공포적인 종류는 안 된다. 또는 할로윈데이를 노골적인 복음전도의 기회로 삼는 이들도 있다. Trick or Truth?(거짓을, 아니면 진리를?)로 할로윈 유행어를 바꾸거나, 호박 등불 안에 예수님 그림을 넣는 시도를 하는 경우다. 복음을 전하겠다는 열정은 존중하지만, 아무래도 축제날 너무 센스 없는 아이디어가 아닐까? 

▲ 앞으로 할로윈데이가 더욱 대중화된다면, 교회들이 이날 이웃과 함께하는 동네 파티를 여는 것도 고려할만하다.

요즘은 할로윈데이를 위한 선교적(missional) 접근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제법 많이 등장한다. 여기서 ‘선교적’이라는 말은 전도지를 돌리는 차원이 아니라, 지역사회에 신실하고 친밀하게 현존하여 그곳으로 파송 받은 사명을 실천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아이디어들이 나오고 있다. 호박 바구니를 들고 캔디를 얻으러 동네를 활보하는 아이들에게 오히려 크고 좋은 캔디를 주자고 한다. 특히 어린 아이들은 부모와 함께 다니기 때문에 이웃과 교류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교회의 소그룹들을 선교적 공동체로 전환시킨 곳에서는 각 지역에 속한 공동체 멤버들이 주도해서 그 동네의 할로윈 파티를 열기도 한다. 할로윈데이는 평소 단절되고 은인자중하던 도시인들이 이웃과 교류하는 흔치않은 날이다. 따라서 낯선 이들에게 다가가는 복음적 환대를 실천하기에 아주 적합한 날이기도 하다. 

그러면 한국의 크리스천들은 이 할로윈데이의 확산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우선 서구인들에게는 오랫동안 익숙한 할로윈문화가 우리에게는 생소한 까닭에, 여전히 젊은이들과 아이들 모임의 파티로만 제한적으로 전해지고 있다. 호박바구니를 들고 동네를 다니며 행패를 부리는 아이들의 모습은 보기 힘들다. 아주 흉측한 코스튬들도 그리 많이 눈에 띄지는 않는다. 하지만 다문화에 더욱 수용적이 되어가는 사회 분위기상, 이색적이고 흥미로운 할로윈의 상징들은 급속도로 확장될 것은 분명하다. 우리나라 청년들의 70%가 할로윈파티에 참여하고 싶다고 한다. 

무엇보다 할로윈데이에 수세적이고 소심한 태도는 버리자. 기독교적 문화 참여의 관점에서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사실 할로윈데이의 유래는 기독교와 무관하지 않다. 유럽에서 기독교 성인들의 축일이 11월 1일인데, 할로윈(Halloween)은 성인들의 축일 전야(10월 31일)라는 의미인 All Hallows’ Evening이 압축된 형태다. 성인들의 축일은 기쁨과 축제의 날인데, 여기에 죽은 자들의 밤이라는 미신적 풍습이 결합된 것이다. 이때쯤이면 추운 겨울과 어둠으로 인한 염려와 공포가 극도로 높아진다. 할로윈은 명목상으로는 성인들의 축일 전야이지만, 그 이면에는 추위와 죽음에 대한 인간의 공포가 스며든 날이기도 하다. 따라서 크리스천들은 이 날을 감사와 기쁨의 날로 이웃들과 더불어 지낼 권리가 있다. 

아이들이 할로윈파티에 간다면 굳이 못 가게 할 필요는 없다. 할로윈데이의 유래를 설명하고, 악한 세력을 이기신 예수의 부활의 소망과 능력을 말하라. 다만, 크리스천 부모들은 학원이나 유치원에서 하는 할로윈파티가 재미와 상상력을 추구하는 놀이인지, 해로운 정령숭배나 신비주의 요소를 드러내고 있지 않은지 모니터링할 필요는 있다. 오히려 이날 고대의 이야기나 동화를 들려주고, 모험과 꿈을 키우며, 아이들이 스토리의 캐릭터를 재현하며 노는 것도 숨 막히게 규격화된 사회에서 숨통을 트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앞으로 할로윈데이가 더욱 대중화된다면, 교회들이 이날 이웃과 함께하는 동네 파티를 여는 것도 고려할만하다.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의 세계를 꿈꾸는 것 자체가 신앙의 초월적 내러티브를 공유할 수 있는 한 가지 통로이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이웃을 섬기고, 그들과 교제할 수 있는 더할 나위없는 계기가 된다. 세속적 문화라고 단속만 할 것이 아니라, ‘애굽의 물품을 취하여’(출12:36) 기독교적 문화를 증언하도록 안목의 전환을 도모해보자.

김선일 교수/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 실천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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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진 2015-10-28 11:35:56
기독교와 로마가톨릭은 엄현히 다른 종교이다. 로마가톨릭은 정확한 의미로 기독교가 아닙니다. 교수님께서 그것을 모르시지는 않으실 거라 생각합니다. 아니면 통합측의 일부목사님들 처럼 로마가톨릭과 직제일치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로마가톨릭이 큰집, 기독교(개혁교회)가 작은집이라고 생각하시고 계시는 겁니까? 우리교단에서 나올만한 글은 아닌것 같습니다. 교단의 정체성이 분명하지 않은 모습이 가끔씩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