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현대예술을 열광시킨 신앙의 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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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현대예술을 열광시킨 신앙의 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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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10.20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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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예술과 하나님의 마음 (16)
▲ 안용준 목사

유럽에서는 파시즘이 도래하고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를 남긴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던 때였다. 밀라노에서 파시즘 조직한 무솔리니는 로마제국의 부활을 꿈꾸며 이탈리아를 공포의 전체주의 국가로 다스렸다. 독일의 히틀러는 보다 강력한 반자유주의적 국가주의의 분위기를 연출하였다. 전쟁으로 인한 경제 불황과 마비증세로 각국의 창조적 예술 활동은 자연히 위축되었으며 큰 혼란이 초래되었다.

예술 분야의 수많은 지도적 인물들이 경제대국이자 자유로운 활동이 가능한 미국으로 피난하였고 그 중에서도 뉴욕은 현대예술의 중심으로 등장하게 되었다. 1940년대부터 미국은 부요한 경제와 창조적 예술 활동을 배경으로 모더니즘 예술의 향방을 결정지을 만한 역량을 갖추기 시작했다.

나치의 탄압을 피해 미국으로 건너간 마르크 샤갈(Marc Chagall)은 유럽에서 망명한 화가들과 공동 작업을 하며 유명인사로 이름을 날렸다. 미국 와이오밍주 출신의 잭슨폴록(Jackson Pollock)은 유럽에서 이주한 초현실주의 화가들과 교류하면서 몸을 이용한 자유로운 액션과 붓질로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기도 했다. 특히 뉴욕의 현대미술관(The Museum of Modern Art, 이하 MoMA로 약칭)은 모더니즘 미술 형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유럽의 큐비즘과 미래주의, 구성주의를 거치면서 도달하게 된 모더니즘 미술의 역사적 측면을 집중적으로 조명하여 미국 모더니즘의 탄생을 예고하였다.

미국의 현대예술은 모마(MoMA)의 이러한 전시를 통해 유럽미술의 관습이나 역사로부터 독자적인 전통을 수립해 나갔다. 무엇을 어떻게 창작해 나가야 할 것인가? 당시 사회주의적 혁명과 이데올로기 투쟁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예술은 어떻게 의미를 획득할 것인가? 거장인 버넷 뉴먼(Barnett Newman)과 마크 로스코(Mark Rothko) 등 많은 예술가들은 고민했다. 이제 미술의 고유한 방식에 따라 독창적인 방법을 연구하고 결정해야 했다.

이러한 역사적 질문에 명쾌한 대답을 던지며 어눌한 현실에 생수를 공급하듯 미학이론을 전개한 사람이 비평가 그린버그(Clement Greenberg, 1909-1994)였다. 그는 상대성과 모순으로 가득한 영역으로부터 벗어난 조형의 순수 절대성의 영역으로 나아가는 길을 제시했다. 이것은 절박한 인간적 예술적 문제를 회피하려는 것이 아니었다. 현대예술은 그 형성 과정에서 다양한 요소가 유기적으로 융합되어 미학적 가치를 형성하기 때문에 이를 포용할 만한 순수하거나 심오한 의미를 전달하는 절대적 영역이 필요했을 것이다. 이 절대성의 영역은 어떤 외부의 임의적이고 우연적인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운 자기만의 고유의 세계가 될 만한 충분한 가치를 품고 있었다.

그린버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 세계는 우리가 사랑하고 모방할만한 신적 세계로 이해되기도 한다. 신과 같이 예술도 마찬가지다. 예술이 절대적 영역을 갈망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정당화될 수 있어야 한다. 예술 안에서도 신의 사랑과 진리를 요약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 그린버그가 신적 세계관을 소유하게 된 근원은 무엇인가? 그 자신이 유태인이라는 사실이다. 유태인이라는 조건은 예술의 틀 안으로 스며들어 내재하는 미학적 형식이 되는 것이다. 그는 바로 이 형식의 성격들 속에 불변하는 취지, 예술의 대세가 들어 있다고 강조한다. 이 예술의 세계로 스며드는 바로 이 차원이 영원과 순간이 융합되어 있는 차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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