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곳 어린이들에겐 빵이 곧 복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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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곳 어린이들에겐 빵이 곧 복음이에요"
  • 승인 2003.04.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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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본성은 그렇게 잔혹한 것일까. 아니면 전쟁이 그들을 피폐하게 만든 것일까. 그 어떤 것이라도 도저히 용납할 수 없고 납득할 수 없다. 과연 하나님은 어디 계신 것일까. 무슨 뜻으로 그런 고통이 이 땅에 존재하게 하는 것일까.

최근 월드비전 친선대사로 서아프리카 시에라리온을 다녀온 탤런트 김혜자권사(남대문교회)는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듯 격앙된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녀가 다녀온 시에라리온은 10여년간 내전이 일어났던 전쟁국가로 지난해 유엔의 개입으로 안정을 되찾은 곳이다.

지옥이 바로 그런 곳이 아닐까요. 게임을 하듯 사람을 죽이고 어린이와 여자들을 마구 성폭력한 그런 나라에요. 3개월된 여자아기를 성폭행하고, 어미가 보는 앞에서 아기를 강물에 던져 죽여버리는 죄악이 가득한 나라였어요.

어렵게 시작한 그의 이야기는 차마 다 들을 수 없을 정도로 비참했다. 서아프리카에 위치한 작은 나라 시에라리온은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참혹한 전쟁터였다. 정부군과 반군사이의 전쟁으로 13살난 소년들이 반군에 끌려가 총을 들고 살인을 일삼았다.

임산부가 지나가면 그 뱃속의 아기가 남아인지 여아인지 내기를 걸고 배를 갈라 확인하는 것은 반군 소년병들에겐 일종의 게임이었다.

업고 있던 아이가 강물에 던져져 죽는 것을 보고도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던 한 젊은 여인은 지금 그 강물을 길러 마시고 있는 자신을 저주했다.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작은 땅에서 그녀는 하나님을 원망할 수 밖에 없었다. 내가 그들과 같은 인간이라는 것이 싫었어요. 나에게도 악마같은 요소가 잠재되어 있다고 생각하니 몸서리가 쳐졌죠. 하나님 왜 이러세요. 어떻게 이런 곳이 있을 수 있나요. 하나님….

그녀는 절망했다. 그런데 하나님의 대답은 너무도 간단했다. 그래서 내가 너희를 보냈잖니….

보스니아, 캄보디아, 아프카니스탄 등 그녀가 다녀온 전쟁국가는 한 두 곳이 아니다. 하지만 시에라리온은 결코 잊혀지지도, 잊을 수도 없는 곳이다.

어쩌면 하나님의 말씀이 맞는지도 몰라요. 지금이라도 그들의 실상이 알려진다면 그래서 그들이 도움을 받아 다시 정상적인 삶을 되찾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감사한 일이죠.

김혜자권사는 학교도 집도 성한 건물이 하나도 없는 그곳 아이들은 전쟁의 잔혹함을 가슴에 안은 채 거리를 방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소년병으로 끌려갔다 다시 돌아온 아이들은 처음 사람을 죽일 땐 무서웠지만 자꾸 반복되다보니 별다른 느낌이 없었다.

다시 그런 상황에 처하면 또 사람을 죽이게 되지 않겠느냐고 말해 그들에 대한 정신과 치료가 시급하다는 생각이다.

그 아이들이 커서 나라를 지배할 때 그들의 상처입은 마음과 정신이 치료되지 않는다면 죄악은 다시 반복될 수 밖에 없겠죠. 정말 필요한 건 식량이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그들에 대한 치료에요.

그는 빵보다 앞선 복음은 없다고 단언한다. 하루에 한 끼도 제대로 먹지 못하는 현실 속에서 복음은 아무 소용도 없다. 다만 기독교인들이 그 아이들을 내자식처럼 후원하고 돌보면 그것이 곧 복음이다.

전쟁의 피해는 고스란히 여성과 아이들에게 돌아가죠. 전쟁은 사람을 미치게 만들어요. 어느 것 하나 성한 것이 없게 만들고 맙니다.

김혜자권사는 이라크에서 일어난 전쟁에 대해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지난해 아프카니스탄을 찾았을 때 만났던 아이들은 먹을 수 없는 풀을 뜯어 먹으며 허기를 채우고 있었다. 도저히 사람이 살 수 없는 돌짝밭에서 어린이들이 뛰어 놀고 있었다.

미국과의 전쟁으로 난민촌이 생기고 세계의 주목을 받은 것은 어쩌면 굶주리는 어린이들의 실상을 알리기 위한 하나님의 뜻일 수도 있다고 그녀는 믿고 있었다.

하나님은 곧 사랑이라고 생각해요. 우리는 전쟁과 굶주림으로 고통받는 이웃을 보며 같이 배고파해야 하고 아파해야 해요. 그것이 그리스도인의 할 일이죠.

김혜자권사는 전쟁이 끝난 이라크에 난민촌이 꾸려지면 곧 그곳으로 떠날 예정이다. 연기자로서 사랑을 받는 것은 나를 주목함으로써 어려운 사람들의 실상에 관심을 갖게 하려는 하나님의 뜻이라고 확신하는 김혜자권사.

그녀는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그녀의 커다란 눈망울은 아직도 시에라리온 어린이 주변을 맴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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