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안팎의 소외계층 보듬는 교단 정책 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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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안팎의 소외계층 보듬는 교단 정책 부실
  • 손동준 기자
  • 승인 2014.10.15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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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총회 후 교단 사업 살펴보니 … 약자 위한 정책 이대로 좋은가

지난 2월, 서울 송파구에 사는 세 모녀가 집세와 공과금 70만원을 남겨놓고 목숨을 끊은 ‘세 모녀 사건’. 생활고로 인한 자살을 사회 문제로 대두시킨 이 사건으로 당시 교회는 물론 나라 전체가 자성의 목소리로 떠들썩했다. 그러나 ‘세 모녀 사건’ 이후 8개월이 흐른 지금, 이 문제에 관심 갖는 이들은 많지 않다. 지난달 열린 각 교단 총회에서도 사회적 약자 관련 헌의는 임원선거와 교단 내 정치적 이슈 등에 밀려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최근 총회 참관활동 결과 발표에 나선 교회개혁실천연대도 대부분의 총회들이 세월호를 비롯해 사회적 이슈에 대해 미온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오랜 시간 한국 교회는 나라 안팎의 어려운 이웃들을 위한 사역에 힘을 쏟아 왔다. 그러나 개교회나 기관 주도 사업이 대부분이다. 주요 교단의 정책과 사회선교 예산만 살펴봐도 교단들이 교회의 대표 기구로서 소외계층 지원에 소극적으로 대처해왔음을 알 수 있다.

교회 밖으로 눈을 돌릴 것도 없이 교회 내 어려운 이들에 대한 지원도 매우 열악한 실정이다. 목사인 남편이 먼저 죽고 홀로된 사모를 일컫는 홀사모는 교회 안의 대표적인 소외계층이다. 홀사모선교회를 세운 이에스더 사모는 32년 전 남편을 먼저 하늘나라로 보내고 홀로 힘겹게 4남매를 키웠다. 이 사모는 홀사모에 대한 개념조차 낯설었던 당시 “하루 아침에 생활전선에 뛰어들어야 했던 막막함이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교단 차원의 지원은 꿈도 꿀 수 없었다는 그녀는 90년대 초반 자신과 같이 고통받는 홀사모들을 돕기 위해 초교파 지원단체인 홀사모선교회를 세웠다.

세월이 흐른 지금 ‘홀사모’라는 개념이 점차 알려지고 관심도 높아졌지만 여전히 이들을 위한 교단 차원의 구체적인 지원방안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 교단들의 방안은 홀사모들을 위한 자조모임을 운영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들을 위해 따로 예산을 마련했다는 교단을 찾는 것조차 쉽지 않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총회가 목회자유가족협의회를 통해 매년 500만원의 예산을 책정하고는 있지만 이 돈이 홀사모들에게 실제적인 도움이 되리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총회는 올해 총회에서 홀사모 관련 내용이 다뤄져 관련 정책을 연구하고 있다. 하지만 어떤 정책이 어떻게 운영될지는 11월 열리는 실행위원회가 지나봐야 할 수 있는 상황이다. 백석총회도 노회별로 매달 홀사모 지원금 1만원씩을 헌금하기로 했지만 구속력이 없어 이번 총회에서 노회비와 함께 납부하는 것으로 강제성을 부여했다.

대 사회적인 지원 정책은 찾아보기도 힘들뿐더러 대부분이 일회성 또는 이벤트성 지원이 많았다. 예장합동은 3년째 다문화가정과 관련된 사역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을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매년 1천만 원에 불과한 예산으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진행한 사업들을 보면 다문화가정 세미나 외에 경제적 지원과 관련된 내용은 찾기 힘들다. 예장통합과 기감은 매년 겨울 각각 ‘사랑으로 겨울나기’, ‘광화문 크리스마스’ 행사를 진행한다. 매년 노숙인들과 외국인 노동자, 장애인 등 차상위 계층을 위한 지원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겨울에 한정된 이벤트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또 다른 교회 내 소외계층인 은퇴 목회자 문제는 비교적 대책이 마련되고 있는 상황이다. 통합의 경우 연금 혜택을 받을 수 없는 미가입 은퇴목회자 1,600여 명을 대상으로 지원 사업을 벌이고 있다. 지금까지 195명의 목회자들을 경제적 여유가 있는 노회와 연결해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했고 한국기독교장로회도 연금을 내기 어려운 목회자들을 위해 일부 노회가 부족분을 감당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기장은 2015년까지 미자립교회 목회자를 위한 ‘생활보장 플러스알파’ 정책도 진행하고 있다. 기초 생활보장 액수 외에 교회가 자립할 때까지 일정 금액을 지원하는 정책이다. 기장은 2015년부터 교단 창립 100주년을 맞아 교단 내 어려운 교회와 목회자들을 위한 ‘개척 자립 선교센터’를 설립해 이를 통해 미자립 교회 목회자들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의 정재영 교수는 “교단이 교회를 대표하는 기구라면 일반 사회적인 약자들에 대한 관심을 더 키워야 하지 않겠냐”고 지적했다. 그는 교단이 가진 특성을 활용하면 제2의 세 모녀 사건을 방지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세 모녀 사건으로 ‘신고주의’적인 한국 복지의 한계가 드러난 만큼 구역이나 셀 단위로 이뤄진 교회들이 위험군의 이웃을 발굴하고, 교단이 이를 취합해 연결하는 ‘창구’가 된다면 기본적 사회 안전망의 역할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는 또 “교단마다 가지고 있는 다양한 사회 선교적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는 박람회를 개최하는 것도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한편 교단 차원의 대사회적 지원이 미온적이고 이벤트적 성격이 강하다는 평가에 대해 ‘어쩔 수 없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개교회 중심’인 한국교회에서 교단이 주도적인 정책을 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한국교회희망봉사단의 한 관계자는 “중앙에서 정책을 하달하는 가톨릭이나 불교와 달리 한국교회 안에서 교단은 총회의 결의사항들을 실행하는 조직이기 때문에 교단이 주도적으로 무언가를 진행하기에는 구조적 어려움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개교회 중심’ 구조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라며 “현재 많은 교회와 기관들이 교단의 손이 닿지 곳들을 잘 보완하고 있기 때문에 교단들은 재난구호 시 모금을 진행하고, 감시자로서 모금액이 투명하게 쓰였는지 밝히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 더 적합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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