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주를 열며-기념의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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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주를 열며-기념의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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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9.30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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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호 목사 / 춘천동부교회

저는 예전에 신장 결석으로 고생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당시 돌이 움직일 때 마다 찾아왔던 통증은 기억하고 싶지도 않을 정도로 고통스러운 것이었기에 그 일을 기억하고 스스로를 돌아보기 위해 당시 제 몸에서 나온 돌을 필름 통에 넣어 지금도 세면장에서 보관하고 있습니다. 세면장에 보관하는 이유는 매일 마다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세면을 하며 그것을 보며 당시의 고통을 떠올리며 지금의 건강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게 됩니다. 그리고 당시의 힘들었던 일들을 떠올리며 잘 마시지 않는 물도 더 마시게 됩니다.

궤를 맨 제사장들이 요단강에 들어서자마자 요단강은 약속처럼 갈라졌습니다. 그들의 눈앞에 새 길이 열린 것입니다. 얼마나 기뻤겠습니까? 아마도 새로운 직장을 얻게 된 기쁨이 그렇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생각하면 가슴이 벅차오르기도 했을 것입니다. 어렵게 생각되던 인터뷰를 잘 마치고 일자리를 받아냈다는 것이 자랑스럽기도 하고, 또 스스로가 대견하기도 했을 것입니다.

어떤 이들은 부족한 자신을 돌아보며, ‘하나님이 하셨구나’ 하는 감사의 눈물을 흘리며 주님 앞에 겸손히 무릎을 꿇고 기도도 하였을 것입니다. 힘든 학점이수, 연구, 연주 및 작품발표 등으로 마음 졸이며 밤을 새웠던 수많은 날들이 벌써 언제였나 아득히 멀게만 느껴지기도 할 것입니다.

새로운 진로의 두려움 때문에, 직장만 해결되면, 자녀의 진로만 결정되면, 질병만 낫게 해주면, 이러한 절체절명의 요단강만 건너게 해주시면 평생 하나님의 은혜를 잊지 않고 감사하며 살겠다고 수도 없이 다짐하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때의 감격도 감사도 시들해져 어느덧 멀어지고 맙니다.

어떤 이는 대학 입학이란 요단을 건넜고 어떤 이는 직장 취업의 요단을 건넜습니다. 광야와 같은 떠돌이 삶에서 이제 자리를 잡아 정착하게 된 것입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과거를 기억 못 하고 점점 그 감사를 잊어버리고 맙니다.

BC 760년경 아모스가 등장합니다. 신앙으로부터 벗어나 가나안 신을 섬기며 타락한 이스라엘을 가리켜 아모스는 “죄를 길갈에서 짓는다.”(아모스 4:4)고 지적합니다. 어째서 그렇게 되었을까요? 요단을 건너게 하신 하나님의 역사를 기념하는 12돌이 있는 길갈이 어찌하여 죄의 온상지가 된 것이라 한 것인가요? 하나님의 은혜를 떠올리며 감사하기 가장 좋은 환경인 길갈이 오히려 자녀들에게 죄악의 온상지가 되어버리고만 이유가 무엇이었을까요?

이는 시간이 지나며 눈에 보이는 12돌을 보며 그 돌 자체만을 기념할 뿐 그 속에 더 중요한 하나님을 잊어 버렸기 때문입니다. 세면장에 잘 보관하는 돌을 보며 얼마나 열심히 물을 마시며 고통의 시간을 기억하였겠습니까?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더 이상 기억도 못 하고 물도 잘 마시지 않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신앙도 이렇게 되어 가지는 않는지요? 하나님 없는 12개의 돌만 바라보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기념의 돌은 늘 그곳에 있는데, 제 눈에는 돌이 보이지 않습니다. 마음에서 잊혀져버린 것입니다.

청교도들이 미국 이민의 첫발을 내디뎠던 메사추세츠주의 플리머스에는 미국 이민의 첫발을 기념하는 역사적인 기념물이 많이 있는데, 그 중 ‘플리머스 락’이라는 돌이 있습니다. 대서양을 건넌 첫 이민선인 메이 플라워호에서 내린 청교도들이 1620년에 미 대륙에 첫발을 디딘 돌이라고 하여, 그 해를 기념하며 ‘1620’이라고 새겨놓았습니다. 별로 크지 않은 돌이지만, 미국 첫 이주를 기념하며, 신앙의 자유를 찾아온 그 믿음을 기억토록 하는 ‘증거의 돌’인 셈입니다. 후손들이 그 돌을 볼 때마다 여기에 담겨진 청교도들의 개척정신을 기억나도록 하기 위한 것입니다.

이렇듯 기념의 돌은 우리가 삶을 살아가면서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용기 주시고 도와주신 하나님의 은혜를 잊지 말고 기억하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다가올 세대를 위해 어떤 ‘기념의 돌’을 세우고 저들에게 살아계신 하나님을 믿는 신앙을 전수해야할지를 점검하고 돌아보아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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