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태화의 문화칼럼]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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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태화의 문화칼럼]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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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8.14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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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태화의 종횡무진 문화읽기 (19)

현 시대 상황이 요동치고 있다. 국제사회는 미국, 소련, 중국, 일본, 유럽연합 등의 갈등이 두드러지고 있는 신냉전시대를 예견하고 있다. 원자력의 위험도는 후쿠시마로 인해 다시 대두되었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준 전시체제, 우크라이나 내전 상황, 아프리카 무장 세력의 발흥 등은 지구촌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재독 철학자 한병철은 그간에 ‘피로사회’, ‘투명사회’에서 분석한 논지로 세계인들에게 경고하였고, 우리 시대의 논객 엄기호는 ‘단속사회’에서 현 시대의 위험지수를 폭로하고 있다.

이런 총체적 위기상황에서 한국 기독교는 어떻게 해야할까? 굳이 “예수라면 어떻게 할까?”라는 고전적 질문을 던지지 않더라도, 우리는 그 해법을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다. 한국 기독교의 체질 개선이 먼저 선행되어야 한다. 그동안 한국 교회는 하나님의 영광을 앞세워 “머리가 되며 꼬리 되지 말게 하옵시고”라는 기도를 주로 해왔다. 설교는 축복과 기복이 교묘하게 혼합된 상태로 강단을 오염시키기도 했다. 성도들에게는 “강권하여 데려다가 내 집을 채우라”고 가르쳤으며 세상을 향해서는 “와 보라”고 일갈했다. 그 결과 신축 교회당은 첨탑은 높아지고, 인테리어는 현대화 되었을지 몰라도, 어느새 ‘무례한 기독교’라는 괴물이 등장하는 빌미를 제공했다. 더불어 안티 기독교도 예사롭지 않게 활동하고 있다.

세상은 예나 지금이나 구원과 은총을 기다린다. 그런데 교회와 교인들이 시대 속에 있는 교회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휘황찬란한 불빛에 눈이 어두워져 엉뚱한 기도를 영혼의 호흡이라고 알고 있다. 혼란의 시대를 마감하고 세상을 다시 회복케 할 우리의 기도는 성전 건축도 아니고, 자녀의 학교 입학도 아니고, 취업과 진급이 우선이 아니고, 지금 무엇보다도 더 긴급하게 해야 할 기도는 주기도문이다. 그 가운데서 특히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시고”이다.

한국 기독교가 성경이 보여주는 교회 모습에서 점점 멀어져 가지 않으려면 기도를 회복해야 한다. 한국 기독교는 현재 주님을 중심으로한 거룩한 공동체를 추구하기 보다는, 집단이기주의를 추구하는 공동체같아 보인다. 하나님의 거룩을 옷입기 보다는 세상의 이익과 축복에 탐익하는 것 같은 인상을 준다. 주 예수께서 성전을 깨끗하게 하신 사건처럼, 교회 안의 온갖 탐욕을 제거해야 할 것같다. 한국 기독교가 지금 해야할 가장 긴박한 기도는 다름 아닌,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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