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당사자 각각 '동상이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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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당사자 각각 '동상이몽'
  • 승인 2003.03.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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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교착상태에 빠진 ‘대표 연합기구’ 구성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총무:백도웅목사)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길자연목사), 한국교회 연합을 위한 교단장협의회(상임회장:한명수목사, 최병곤목사, 김진호목사)가 오는 4월 11일 ‘대표 연합기구’ 구성을 위한 대화모임을 갖기 때문이다.

이번 모임에는 교단장협으로부터 대화위원 선출 요청을 받고 구성된 교회협과 한기총의 대화위원들이 참석한다.

지난 1월 교회협은 교단장협의 제안을 받고, 실행위원회를 통해 한기총과 기구통합 문제를 논의할 대화위원을 구성했다. 이에 자극을 받은 한기총도 지난 3월 교단장협의 요구를 전격 수용하여 대화위원을 구성했다.

두 기구의 대화위원 구성에는 최성규대표회장(교회협)과 길자연대표회장(한기총)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다시 말해서 두 기구의 대표회장이 ‘대표 연합기구’ 구성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모임은 대표회장을 제외한 나머지 위원들의 상견례 형식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각 기구 위원들의 입장을 듣고 앞으로의 일정을 확정하는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양측 관계자들도 만남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번 대화모임은 두 기구가 대화를 위한 ‘대화채널’을 만든 후 첫 모임이라는 역사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이런 의미에도 불구하고, 4월 11일 모임에 대한 각 기구의 입장은 분명한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한기총과 교단장협은 적극적인 반면 교회협은 ‘무리한 기구통합이 오히려 더 큰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그렇지만 교회협은 에큐메니칼정신을 훼손하지 않는 한 어떤 대화도 거부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현재 교단장협은 고무됐다. 교단장협은 한국교회 연합을 위해 2년 동안 노력한 결과로 평가하면서 “이번 대화모임이 새로운 연합운동을 열어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두 기구의 통합논의에 산파역할을 계속해서 감당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교단장협은 이번 모임을 지난해 12월 두 기구에 보낸 공문의 결과로 평가하고, 연합운동에 대한 구체적인 일정을 잡아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기총도 그동안 소극적인 입장을 버리고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는 계획. 이를 위해 한기총은 교단장협이 참여하는 3자 대화보다는 당사자간 직접 대화로 문제를 풀어 나겠다는 입장이다. 한기총 교회일치위원회 위원장인 손인웅목사도 “한기총과 교회협이 주도적으로 두 기구의 통합논의를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손목사는 “이번 대화모임은 상견례 형식으로 아주 기초적인 이야기만 나눌 계획”이라며 만남 자체를 중요하게 평가했다. 게다가 손목사는 “현재 두 기구의 통합은 시기상조이지만 하나의 큰 우산을 만드는데 큰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고 전망했다.

현재까지 소극적인 입장을 지키고 있는 교회협은 에큐메니칼정신의 관점에서 풀어나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교회협 한 관계자는 “새로운 연합에 대한 설명이 빈약하다”고 지적하면서 “시청앞 기도회를 통해 보여준 진보와 보수 간의 차이를 해결하지 않은 채 인위적인 기구 통합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이와 관련 최성규목사는 “내용과 장소에 대해 내부적으로 논의한 사실 없다”며 “정당한 논의 과정을 거쳐 일정과 장소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이번 모임은 서로의 입장을 듣는 자리가 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아무튼 이번 대화모임이 한국교회 내에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진보와 보수간의 신학적인 편차와 그로 인해 오랫동안 좋지 않은 이미지를 극복하는데 도움을 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송영락기자(ysong@uc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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