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점기 기독교 신앙운동, 민족주의로 국한할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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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 기독교 신앙운동, 민족주의로 국한할 수 없어”
  • 정하라 기자
  • 승인 2014.06.13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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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협, 월례발표회 '기독교 신앙과 민족주의에 대한 바른 인식' 강조

민족(民族)이라는 말만큼 우리의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말은 흔치 않다. 이는 우리 민족이 오랜 기간 동안 일제 제국주의의 압제를 받았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역사학계에서는 일제강점기 기독교 신앙인들의 신사참배 반대 운동을 민족주의 운동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기독교 복음을 바탕으로 한 신앙적 동기와 민족애(愛)가 결코 ‘민족주의’라는 편협한 이름에 국한 될 수 없다는 사실이다.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한국복음주의협의회(대표회장:김명혁 목사)은 6월 발표회를 ‘기독교 신앙과 민족주의’를 주제로 13일 한신교회에서 열고 일제강점기 기독교 신앙인들의 삶과 신앙을 조명했다.

#민족애(愛)와 민족주의 무엇이 다른가

일제강점기의 우국지사나 독립운동가들은 한결같이 민족정신을 강조했다. 이런 역사적 상황 때문에 ‘민족주의’적 접근은 신뢰를 받았고, 민족을 말해야 탈 서구적인 선도적 지식인인 것처럼 이해되기도 했다. 심지어 ‘민족’에 대한 관심은 1970년대 이후 한국 교회와 신학계의 중요한 관심사이기도 했다.

‘민족교회론’이 신학자들의 지지를 받았고, ‘민족 신학’을 말하는 이들까지 등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학자들은 일제시대에 신사참배를 거부하며 싸웠던 이들에 대해서도 민족주의적 평가를 시도하기도 했다.

얼핏 이러한 평가는 긍정적인 것으로 보이지만 기독교 신앙 운동을 민족주의라는 이름으로 한정시키는 것에 대해서는 경계가 요청된다. ‘민족주의’적 관점은 긍정적인 면도 있겠지만, 대체적으로 배타성을 가지고 있어 타 민족에 대한 공격적 성격을 지닐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이상규 교수(고신대)는 “민족주의는 우리 모두에게 ‘정의’일 수 없으며, 민족을 이데올로기화 할 때는 폭력성을 동반한다”면서 “그 일례로 독일의 나치스, 이탈리아의 파시스트들, 일본의 군군주의자들이 민족을 이념화함으로서 타 민족에 대해 폭력을 정당화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18세기 이후 민족주의적 팽창은 양차대전의 원인이었고, 20세기의 민족주의는 이탈리아, 독일, 일본의 경우에서 보는 바처럼 전체주의적 파시즘체제로 굳어갔다”고 덧붙였다.

반면 기독교복음은 민족이나 민족주의 한계 안에 안주할 수 없고, 탈 민족적, 탈 인종적이며 보편적 성격을 가진다. 성경에서도 구원의 복음은 유대주의의 한계를 넘어 이방인에게로 확장됐다.

김영한 교수(기독교학술원장)는 “성경은 민족애(愛), 민족정신을 말하고 있으나 민족주의를 가르쳐주고 있지 않다”며 “민족애는 자기 민족을 사랑하듯 타민족도 존중할 수 있도록 하기 때문에 보편적 가치가 있을 수 있으나 민족주의는 그렇지 않다”며 민족주의와 민족애를 구분했다.

또한 그는 “기독교 신앙과 민족주의는 구분되어야 하는데 이것이 성경적이고 복음주의적 견해”라며 기독교 복음의 탈 민족성과 보편적 은혜에 대해 강조했다.

#신앙적 동기가 신사참배 반대운동으로 확대

이날 발표회에서는 이승훈·조만식 장로와 주기철·손양원·한경직·강원용 목사의 ‘기독교 신앙과 민족주의’의 삶을 조명하는 한편 신앙인의 신사참배 반대를 민족주의 운동으로 해석하는 것에 대해서는 경계할 것을 요청했다.

이상규 교수(고신대)는 “일제하에서 주기철은 민족에 대한 애정이 깊었지만, 민족 독립이 교회가 수행해야 할 주된 과제이거나 사명일 수 없다고 인식했다”며 “복음운동이 정치적으로 이용되거나 도덕 혹은 윤리운동으로 평가절하 되는 것을 거부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기독교 신앙인들은 구원받은 그리스도인과 교회의 일차적인 사명이 개개인이 복음과 그리스도에 충성하는 것이 민족의 현실을 타계하는 길이라고 믿었다.

이 교수는 “의도된(intended) 행동과 획득된(acquired) 결과는 다를 수 있다”며 “불의한 시대에 있어서의 신앙적 결단은 그 시대를 밝히는 도덕적 측면을 지니게 되고, 그 시대가 압제받는 시대였다면 민족적 의미를 지닐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신앙인들의 신사참배 반대는 인종적 민족주의(ethnic nationalism)를 넘어서는 보편적 의미를 지닌다”면서 “반일적 차원의 정치적인 동기에서가 아니라 하나님 말씀에 대한 순종과 계명에의 충성에 근거했다”고 설명했다.

한경직 목사의 기독교 신앙을 조명한 임희국 교수(장로회신학대)도 “한경직은 일제강점기에 신사참배를 강요받으면서도 신앙적 견지에서 이를 거부했다”며 “이는 신사참배가 조상신을 섬기는 일종의 신앙의식이라 보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경직 목사의 애국애족(愛國愛族) 정신은 기독교 신앙정신으로 민족을 사랑하며 그 사랑을 하나님 나라와 그의 의를 위하여 실천하도록 가르쳤다”며 배타적 민족주의가 아닌 복음에 기반한 사랑의 실천임을 강조했다.

그렇다고 이들이 민족과 국가의 이념을 등한시 했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복음 전도’라는 공동된 그리스도인의 사명 외에 민족의 과제를 이차적인 것으로 인식했다는 점이다. 또한 자연스러운 신앙의 실천적 동기가 민족을 위한 사랑의 행동으로 확대됐다고 보는 것이 합당하다.

#구원 민족의 의식 있어야

세계화 시대에서 민족이 자기의 뿌리이자 근간인 것을 기억하고 민족정신을 바탕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잊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더욱이 그리스도인은 자신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을 통해 복음의 능력이 이방인에게도 흘러간 것처럼 민족을 향한 사랑을 전(全) 인류애로 확대해나갈 필요가 있다. 그러나 나라를 단위로 민족의 정체성을 갖는 한편 하늘나라 시민권으로서의 민족의식이 요청된다.

발표회에 앞서 말씀을 전한 방지일 목사는 “창조주께서 아브람을 택하셔서 그 택하신 선민으로 구속의 예표를 삼으시고 마침내 아브라함과 다윗의 자손인 예수 그리스도를 보내주셨다”며 “우리는 택한 민족이요, 구원 받은 족속이라는 의식을 환기할 것”을 강조했다.

또한 방 목사는 “구원 받은 우리는 또한 택한 민족이요 구원받은 민족으로 주 예수께서 다시 강림하실 때까지 내 자신을 늘 갈고 닦으며, 열심히 전진하며 그 나라를 확장시키며, 창조주께서 주신 그 크신 주인의 권을 누리는 자들이 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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