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진권의 문화칼럼] 밀레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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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권의 문화칼럼] 밀레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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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4.09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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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권의 기독교미술 간파하기 (25)

어느덧 꽃샘추위가 지나고 화창한 봄이다. 유원지마다 활짝 터진 봄꽃 구경에 인파가 붐빈다.

필자가 이 코너에서 오래전 프랑스의 농민화가 장 프랑수아 밀레(1814∼1875)의 ‘이삭 줍는 여인들’을 소개한 바 있다. 필자의 눈에는 밀레가 마치 서양미술사에서 해의반박을 실천한 주인공 같은 화가로 보인다. 안정된 생활 속에서 잘 나가던 밀레, 자기 것을 찾아야 되겠다는 예술가로서의 진정한 고뇌, 그 방법으로 찾은 바르비종, 신화나 성서의 내용을 일정한 양식으로 그리던 틀을 버리고 실제 눈앞에 보이는 살아 움직이는 농민들을 그리며 성서를 살아 숨 쉬는 삶의 현장으로 재해석 등. 밀레의 작품 대부분은 성서의 한 장면을 자연스럽게 연상시킨다. 이번에는 밀레가 말년에 후원자로부터 주문 받아 제작한 ‘사계’중 하나이며 노아의 홍수 후 언약의 징표인 무지개를 연상시키는 ‘봄’을 소개한다.

봄은 가난하고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더없이 기다려지는 계절이다. 최소한 얼어 죽을 일은 없고 주린 배만 채우면 연명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봄은 정신적으로 무엇인가에 항거하는 사람들에게는 자유의 상징이다. 마치 새벽에 비유하듯 자신의 뜻을 관철하고자 하는 희망이다. 신앙적으로 볼 때 봄은 구원을 상징하는 계절이다.

▲ 밀레의 '봄', 86×111Cm, 캔버스에 유화, 1868-73년작, 오르세미술관.

밀레는 엷은 녹색을 주조색으로 사용해 매우 화사하고 영롱한 색채로 전원의 봄 풍경을 표현했다. 화면 우측에는 아주 밝은 빛을, 그리고 좌측에는 쌍무지개를 배치했다. 쌍무지개를 왼쪽에 배치함은 예수께서 부활 승천하신 후 하나님의 우편에 앉아계신다 하였으니, 우리들에게 은연중 인성과 신성을 상징하는 예수님으로 암시하고 있는 듯하다. 이렇게 보면 성부 하나님은 우측의 아주 밝은 빛으로, 성령을 상징하는 녹색으로 화면 전체를 고르게 덮고 있으니 삼위일체를 은연중 암시하고 있다면 필자의 지나친 비약일까.

이처럼 밀레의 작품들은 성서와 연결해 보면 시각적으로 보여지는 것 뿐만 아니라 또 다른 내면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밀레는 어린시절 마을에 있는 개신교 목사들로부터 성경을 비롯한 문학과 라틴어까지 공부했다. 이러한 경험이 있었기에 성서의 내용과 신앙심이 자신의 작품 세계에 모토가 되었다고 본다.

밀레는 ‘봄’을 제작함에 있어서 모연수처럼 빼어난 용모를 인위적으로 추하게 그리려하지 않았다. 또한 작가 개인의 개성보다 시대의 공통된 양식을 중요하게 여겼던 당시의 시대상을 과감하게 벗어던짐으로 해의반박을 실천해 구원을 자유롭게 표현한 작가였다. 이처럼 밀레는 이 땅에서 진정한 평화가 무엇인가를 보여준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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