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모녀 사건’을 통해 본 한국 교회의 역할 점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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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모녀 사건’을 통해 본 한국 교회의 역할 점검
  • 정하라 기자
  • 승인 2014.03.06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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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신도 리더가 소외계층 발굴하는 중간자 역할 해야”

최근 생활고를 비관해 목숨을 끊은 세 모녀 사건이 세간에 큰 충격을 준 가운데 한국 교회도 소외된 이웃을 돌보지 못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26일 단독주택의 한 지하방에서는 세 모녀가 차디찬 주검으로 발견됐다. 식당에서 일하며 생계를 책임지던 어머니 박 모(60)씨를 비롯해 당뇨병 투병을 포기한 큰 딸(35), 카드빚에 신용불량자가 된 둘째 딸(32)도 함께였다. 현장에서 발견된 현금 70만원이 동봉된 흰 봉투는 이들의 팍팍한 삶을 알게 했다. 겉면에는 ‘주인아주머니께 죄송합니다.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쓰여 있었다. 어려운 삶을 살았지만 조그만 빚조차 세상에 남기지 않으려는 세 모녀의 처절한 몸부림이었다.

세 모녀 자살이라는 이 비극적 사건을 놓고 많은 국민들은 안타까움과 함께 사회복지 시스템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데 마음을 같이하고 있다. 특히 공공부조제도가 ‘신청주의’에 기반해 있어 ‘발굴주의’로 바꾸어 사회복지사가 실질적인 도움이 필요한 대상을 적극적으로 찾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을 통해 사회의 돌봄 여부를 떠나 소외된 이웃의 진정한 안식처 역할을 해야 할 교회가 지역사회의 필요에 민감하게 대처하지 못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특히 선교의 사각지대에 빈민층과 사회적 약자가 놓여있다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과거 한국 교회는 노방전도를 비롯해 다양한 선교활동을 통해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일일이 가정을 방문하고 가장 낮은 곳에 위치해 섬김으로 소외된 이웃을 향한 따뜻한 나눔과 봉사를 통해 공격적인 선교 활동이 없이도 교회를 찾는 이들은 늘어갔다. 하지만 최근에 와서는 교회가 대형화되고 세속화 되면서 사회적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복음을 전하기보다 경제성장에만 몰두하는 교회가 많아지고 있다.

김종생 목사(전 한교봉 사무총장)는 “경기가 침체되면서 정말 모든 것을 체념하고 포기하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면서 “이들을 단지 동정적 대상으로 여길 것이 아닌, 소외된 이웃들의 필요에 반응하고 실질적인 액션을 취하는 교회가 늘어나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교회가 정부와 공공기관, 민간 사회복지기관 등과 네트워크를 구성해 케이스를 발굴하고 함께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정부가 근본적 제도를 구축한다면 교회는 소외된 이웃의 심리적, 정서적 안정을 돕는 중간다라이자 파수꾼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 목사는 공공기관에서 품지 못하는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을 위해서는 “개교회가 위기에 처한 이들을 긴급히 지원하는 복지시스템을 구축할 것”을 조언했다.

지원 대상을 파악하고 적절한 대처를 하기 위해서는 평신도 리더들의 교육에 대한 중요성도 강조된다. 평신도 지도자들이 교회와 차상위계층간 중간다리 역할을 할 것을 제안한 조성돈 교수(실천신대)는 “소그룹 모임을 통해 각 교인들의 삶과 고민을 듣는 평신도 리더들이 이들의 필요를 민감하게 파악하고 교역자들에게 즉각적으로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교역자들은 개개인의 필요를 발견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래서 평신도 리더들이 실질적인 방문이 필요한 성도들을 파악하고 자원을 연결해주는 중간다리 역할을 잘 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지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인적, 물적 자원이 풍부한 교회는 정부의 손길이 닿지 못하는 곳에도 다양한 사역을 펼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이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정부의 공공 정책에서 배재된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영세민들을 위한 교회의 ‘조건 없는’ 나눔이 확산될 필요가 있다. 개교회적으로는 활발한 복지 사업 및 활동을 벌이며 지역사회의 소외된 이웃을 섬기는 일에 앞장서고 있는 교회들이 있어 눈길을 끈다. 특히 긴급한 도움이 필요한 취약계층의 실정을 파악한 후 복잡한 절차 없이 즉각적으로 지원한다는 점에서 지역사회의 희망으로 다가서고 있다.

거룩한빛광성교회(정성진 목사) 산하의 해피월드복지재단(사무총장:정심원)에서는 ‘해피천사’와 ‘해피뱅크’라는 복지사업을 통해 지역사회에서 어려움을 돕고 있는 이들을 위한 지원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특히 ‘해피천사’는 정부가 제공하는 ‘무한돌봄 서비스’의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신용불량자나 경제적으로 고립된 계층을 위해 별도의 서류 없이 저소득층 생계비와 의료비 등의 생활안정 자금을 지원하는 서비스다. 또한 무보증 소액창업대출 사업인 ‘해피뱅크’는 재기의 기회를 주기 위해 창업을 위한 기금을 무이자, 무담보로 지원하고 있다. 정심원 사무총장은 “복잡한 서류와 절차를 생략하고 재정이 꼭 필요한 이들에게 우선적으로 자금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동사무소에서도 지원 대상을 문의할 정도”라고 전했다.

서울광염교회는 ‘무이자, 무독촉’으로 소외된 자를 돕는 미소금융 ‘SOS뱅크’를 실시하고 있다. 대출에 대한 부담을 없애기 위해 상환 기간이나 조건, 방법도 모두 사용자가 정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대출 신청은 객관적 입장에서 위기사항과 필요를 파악한 목회자나 사회복지사를 통해 가능하다. 서울광염교회 이경민 목사(대외구제)는 “신뢰할만한 목사와 사회복지자의 추천을 받아 위기 상황에 있는 이들을 어떻게 도울지 판단한다”며 “소액이지만 작은 돈이 없어 죽음까지도 생각하는 이들을 돕자는 취지에 따라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원천교회(문강원 목사)는 지역사회에 돈이 없어 당장 밥이 굶는 사람이 없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사랑의 쌀독’을 설치해 소외된 이웃을 섬기고 있다. 원천교회 성도들의 헌신으로 기부된 쌀을 쌀독에 넣어 긴급한 상황에 있는 이들이라면 언제든지 쌀을 가지고 갈 수 있도록 해 신변이 노출되는 것을 꺼려하는 이들을 배려했다. 현재는 김치냉장고도 함께 설치해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우선적으로 전달한다. 문강원 목사는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어려운 이웃을 위한 활동으로 사랑을 쌀독을 2년간 운영해 왔다”면서 “현재는 지역사회 내 소외계층을 파악해 집에 직접 가져다주기도 하는 등 적극적인 나눔활동을 실천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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