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태화의 문화칼럼] 상품화 시대의 성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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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태화의 문화칼럼] 상품화 시대의 성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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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12.19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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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태화의 종횡무진 문화읽기 (14)

지난 11월 말, 놀라운 체험을 했다. 기온은 차가웠지만 아직 눈도 크게 내리지 않았고, 곳곳에 단풍 기운이 있어서 늦가을인가 싶었다. 그러던 어느 날 상가 밀집지역을 걷다 쇼윈도우는 벌써 하얀 눈솜으로 장식되었고, 그 사이사이에 반짝이는 점멸등, 빠르고도 흥겨운 크리스마스 메들리 노랫소리가 쉬지 않고 흘러나오는 걸 느꼈다. 벌써 성탄절인가 하는 착각이 들었지만, 한 달이 더 있어야 성탄절이었고, 마침 그때는 대강절을 맞이하려는 때였다.

그렇다. 지금은 상품의 시대. 모든 것을 상품으로 만들고, 거리에 내다파는 그런 소비 시대이다. 현대의 파워는 이른바 마트, 백화점이 점유하고 있는 듯하다. 한 사회학자는 현대인들에게 백화점 증후군이 있다고 분석했다. 현대인들은 백화점에서 자신이 원하는 물건을 고르듯, 모든 것을 자의적으로 선택하고 돈으로 소유할 수 있다고 믿는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무의식적 습관이 정신적 가치, 종교적 영역으로 확대된다는 데에 있다. 사람도 물건 고르듯 자기 취향에 맞게 선택하고, 심지어는 신적 가치도 그러한 대상으로 여기게 된다는 말이다.

비극적인 것은 최근 기독교인들에게서 볼 수 있는 메뚜기 현상, 즉 교회를 자주 바꾸는 그런 행동이 백화점 증후군에서 기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내가 선택하고 결정하는데 뭐가 문제냐는 반론이다. 깊은 영성은 어디로 간 데 없고, 신앙의 성취와 실용주의가 자꾸 신앙인들을 유혹하고 있다. 신앙도 어쩌면 백화점에서 물건 고르듯 선택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아닌지….

성탄의 계절이다. 대강절이 깊어지고 하나님의 성육신이 그 절정을 향해가고 있다. 하나님은 먼 곳에 계시는 분이 아니라, 우리 곁에, 우리 안에 들어오시기를 원하신다. 지금은 하나님께서 인간의 마음 속으로 여행해 오시는 시간이다. 예수님의 구원 역사를 통해 하나님은 우리 안으로 들어오신다. 주 예수께서 육신이 되시고, 이 땅에 사시고, 십자가에서 생명으로 이끌어내신 구원을 이루시기 위해, 그 거룩한 역사를 시작하시는 시간이다. 왕이신 주께서 누추한 마굿간에 오시고, 전능하신 주께서 초라한 모습으로 오신, 이 역설(paradox)의 진실을 눈 있는 자는 볼지어다. 예수님 오실 때처럼, 세상은 소란하고, 먹고 마시고, 시집가고 장가가고, 바쁘게 떠들지라도, 믿음의 백성들은 진리 안에서 균형잡고, 영성의 자리를 지키고, 교회를 중심으로 아기 예수 탄생을 준비하고 경배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성탄의 그날에는 만백성을 위한 구원자의 탄생이 온 우주에 선포될 것이다. 오, 주여 어서 오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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