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을 믿을 수 있는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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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을 믿을 수 있는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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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10.22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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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웅 목사 (동면교회)

홍천이라는 곳에서 20년 간 농촌 마을과 더불어 살아가다보니 이래저래 우리 마을이 알려졌습니다. 그중에서도 농사짓는 일을 하다 보니 농촌 생산 체험의 교회로 더 알려졌으며, 앞으로는 더 많아질 듯합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육은 흙과 물로 일구어졌지 않습니까? 가장 중요한 퍼센트를 차지한 흙, 물이 바로 우리의 마을이고 현장입니다. 그렇게 이런 마을에서 잘 살다가 마지막에는 그곳 바로 흙으로 돌아가는 것이지요. 이 단순한 진리를 안다면 우리가 서 있는 장소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됩니다.

사람이 어디에 서있느냐는 참으로 중요합니다. 그 서있는 곳의 현장에서 생각과 철학, 신학이 자리매김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현대의 세상은 그런 저런 것이 뒤죽박죽되었기는 합니다만 어쨌거나 공간의 장소는 참으로 중요합니다. 그러기에 여기 이렇게 서있습니다. 바로 땅의 흙을 딛고서 서있는 것이지요. 안타깝게도 도시의 문명은 생명의 흙을 없애고 있습니다. 흙을 숨 못 쉬게 하고, 흙을 없애고, 흙을 병들게 하고 있습니다. 아스팔트위에 편리성은 추구해 왔으나 생명력은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삼년 전부터 몇몇 도시교회에서 흙을 요청해 가져다 드렸습니다. 사료부대에 흙과 퇴비 그리고 생명의 양식인 벼를 담아 도시 교회로 옮겨 벼 심는 행사를 가졌습니다. 플라스틱 상자에 흙과 퇴비를 적당히 맞춰서 비빈 뒤 물을 넣고 거기에 볏모를 심는 것이지요. 그렇게 해서 물관리만 잘해주면 벼는 잘 자랍니다. 매 주일마다 예배를 마치고 나올 때면 어김없이 보게 되는 파란 벼, 한주마다 자라나는 벼를 보면 시간가는 것도 알 수 있습니다. 자라나는 벼를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거기에 바람이라도 살랑살랑 불어주면 벼들이 춤을 추는데 신비와 환상이 어우러져 기가 막힙니다.

이렇게 봄, 여름, 가을을 지나면 추수를 하게 되지요. 몇몇 교우 분들의 돌봄과 애씀의 덕분으로 수확을 하게 되고 수확되어진 쌀로 떡을 해 먹기도 혹은 성찬용으로 쓰여 집니다. 먹을 때 키워진 것을 생각하면 고마움이 절로 나옵니다. 이것이 바로 추수감사지요. 현대의 교회는 너무나도 쉽게 혹은 자본인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 한다 여기니 감사, 고마움이 그리 감동적일 수 없습니다. 교회가 교회되게 혹은 감동적이려면 교회는 이일을 한 선교의 방향으로 모색해야 합니다. 이러한 벼 심기의 행사를 한 것은 바로 아스팔트의 공간에 생명의 공간을 주고 싶어서였습니다.

지난 한 달간 도시의 다섯 교회에서 250여명 정도 다녀갔습니다. 모두의 한결같은 이야기는 아주 단순한 것들이었습니다. “공기가 너무 좋아요, 하늘이 파란 것 너무 예쁩니다. 새 소리도 여기서는 편안하게 들려옵니다. 맑은 물들 보니 다행이라는 생각입니다.” 장갑을 벗고, 어떤 분은 양말을 벗고서 흙을 만져보더니, “너무나도 보들 보들 합니다.” 또 어떤 분은 흙냄새를 맡으며 구수하다고까지 표현합니다. 땅을 이리저리 밟던 어떤 분 “신기하네요, 이 땅, 이 흙속에서 수 천년동안 생명의 먹을거리를 내어 놓는다는 것이 정말 신비 중 신비입니다”라고 말합니다. 제가 늘 농사를 지어 보아도 정말 신비입니다.

박상규 선생님의 흙에 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도시의 아이들이게 흙에 대한 시를 써보라 했더니 아이들 대부분이 “나는 흙이 싫다. 왜냐면 흙은 더럽기 때문이다. 혹은 나는 흙이 싫다. 왜냐면 비 오는 날 흙탕물이 튀겨져서 내 옷을 혹은 내 운동화를 버리게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흙이 싫다.”

반대로 시골의 아이에게 시를 쓰게 했습니다. 농촌의 아이들은 대다수가 이렇게 썼습니다.

“나는 흙이 좋다. 왜냐면 우리 어머니와 아버지가 흙에다 무언가를 심기만하면 그대로 무언가를 내어주고 그 나온 것으로 우리는 매일 맛있게 먹으며 살 수 있기에 나는 흙이 좋다. 또한 물과 흙을 잘 비벼놓으면 그 흙을 가지고 무언가를 만들면 만드는 대로 되어지는 것을 보면서 흙은 내게 있어서 마술 같은 존재이다. 그래서 나는 흙이 좋다.”

마지막으로 한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누구나 흙을 믿을 수 있는 교회가 있으면 다니고 싶다”

어디에 서있는가가 참으로 중요한 추수감사절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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