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 '기타소득' 분류 정부나 교회 모두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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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 '기타소득' 분류 정부나 교회 모두 부담
  • 김동근 기자
  • 승인 2013.09.03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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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 과세 찬반논쟁 다시 불붙나
▲ 한국기독교언론포럼과 교회재정건강성운동은 지난 2일 '종교인 납세, 기타소득세법 문제점과 대안 설명회'를 주제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은 최호윤 회계사(교회재정건강성운동 실행위원장).

지난 8월 8일 발표된 2013년 새법개정안에 종교인 과세방침이 확정됨에 따라 교계에서도 종교인 과세문제로 인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조만간 열리는 각 교단의 총회에서도 종교인 과세 문제가 주 안건으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도 납세 자체에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목회자들도 있는 상황이지만, 전반적으로 교계는 ‘이제는 내야하지 않겠냐’는 입장을 밝히는 추세. 하지만 아직까지 받아들이기 어려운 문제는 목회자 과세가 ‘기타소득’으로 분류된 부분이다.

한국기독교언론포럼과 교회재정건강성운동은 지난 2일 ‘종교인 납세, 기타소득세법 문제점과 대안 설명회’를 개최했다. 찬반으로 나뉜 교계에서 해답을 찾아보자는 의도에서였다.

종교인 과세가 ‘기타소득’으로 분류된 원인은 종교계가 ‘종교인은 근로자가 아니다’라는 개념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도 이를 반영해 근로소득이 아닌 기타소득으로 절충안을 내놓았다는 추정도 뒤따랐다.

먼저 소득에 대한 세금은 두 가지로 개념으로 나뉜다. 개인의 자산에서 발생한 소득(이자, 배당)과 일을 하며 나온 소득(근로, 사업, 기타)이 그것이다.

최호윤 회계사는 “목회자의 소득은 기타소득의 범주에 들어갈 수 없는 반복적 소득”이라며 “기타소득은 보통 일시적 소득을 말하는 개념이다. 대학의 교수가 학교에 속해 강의를 해 받는 것은 근로소득으로 분류되지만, 책을 집필해 얻게 되는 것은 기타소득으로 분류된다”고 설명했다.

목회자의 소득, 소위 사례비는 반복적으로 주어지는 성격의 소득이기 때문에 기타소득으로 들어가기 애매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사례비’가 기타소득에 포함되어있기 때문에 기타소득으로 분류한 것으로 보인다.

종교인 과세가 기타소득으로 분류되었을 때 득과 실은 뭘까.

간단히 살펴보면 대다수의 목회자들이 기타소득으로 세금을 내게 될 경우에는 혜택을 보게 된다. 현재 기타소득에서는 80%를 필요경비로 인정해 주는데, 이 필요경비는 5월 원천징수 신고를 통해 보통 직장인들이 연말정산을 하듯 환급받을 수 있다. 물론 환급받을 것이 없다고 생각할 경우엔 신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지금은 사례비 3천만 원 정도까지는 원천징수 신고를 통해 거의 모두 환급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사례비 2천만 원을 받는 목회자가 4인 가족과 함께 살고 있다는 가정 하에 신고를 하기 전 납부해야 하는 세금은 8십만 원이지만, 원천징수 신고를 하면 모두 돌려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많은 사례비를 받는 목회자들의 경우엔 그 혜택이 더욱 크다. 사례비 1억을 받는 목회자가 4인 가족과 함께 사는 경우, 근로소득으로 분류되었을 때는 1천3백12만 원의 세금을 내야하지만, 기타소득으로 분류돼 원천징수 신고를 하지 않은 경우 4백만 원, 신고를 하면 1백2만 원의 세금을 내게 된다. 절세의 효과를 볼 수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최호윤 회계사는 “과세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종교인 과세를 외치던 이들이 현 상황을 보면 무엇이라고 할지 불을 보듯 뻔하다”며 “같은 금액의 연봉을 받는 일반인에 비해 10배 이상 혜택을 보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발생해 세금을 내고도 비난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기타소득으로 분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혜택이 어마어마하다는 것.

고소득 목회자에게는 혜택이라고 볼 수 있지만, 저소득 목회자들에게는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타났다. 원천징수 신고를 하는 절차에 대한 서식의 양만 20페이지 가량 되는 등 스스로 원천징수 신고를 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것. 결국 회계사나 세무사에게 맡겨야 하는데 거기서 발생하는 비용은 돌려받을 세금보다 큰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따라서 해당 세금을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 뿐만 아니라 기타소득으로 분류되면 교회에서 목회자에게 제공하는 학자금이나 교통비, 휴대폰 사용비, 복지 차원의 복리후생비용들도 소득으로 간주한다. 실질적으로 사례비는 크지 않은데, 부수적인 부분들이 소득으로 포함되기 때문에 자칫 목회자에게는 세금폭탄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기타소득으로 분류될 경우엔 근로소득자들이 국가에 받는 혜택들도 요구할 수 없게 된다.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은 지역에서 가입을 할 수는 있지만, 고용보험이나 산재보험에는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제외된다는 단점이 있다. 또 근로장려세제와 내년부터 도입 될 자녀장려세제의 대상에서도 빠지게 된다.

여러 부분 때문에 차라리 종교인세를 신설하자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이 부분도 탐탁치 않은 것이 사실.
최 회계사는 “종교인이라는 특정 직업의 소득을 따로 분류할 경우 다른 직업에서도 그런 요구가 있을 수 있고, 구분해야 할 관점과 이유가 타당하다면 신설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수 있지만 기존 체계를 무시하며 종교인 소득을 구분할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번 세제개편안은 고소득 목회자를 위한 세제개편이요, 대부분인 저소득 목회자들을 위한 세제개편은 아니다”라며 “장기적으로는 근로소득으로 가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세법에서의 근로소득은 ‘근로자’의 소득이 아니라 ‘근로계약’의 소득이며 직접적 근로관계가 없는 소득도 근로소득으로 구분될 수 있기 때문에 ‘우린 근로자가 아니다’라고 말하는 종교인들의 주장도 포괄할 수 있다는 것이 최호윤 회계사의 설명이다.

그는 “합의되지 않은 상황에 대해 정부가 밀어붙이니 기독교 내에서도 분파가 갈린다. 정부가 사회분열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라며 “기재부는 세제개편안 시행을 유보하고 충분한 대화를 나눠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한국교회연합, 미래목회포럼 등으로 구성된 한국교회목회자납세대책위원회는 정부의 종교인 과세 방침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한편, 교계 안에서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는 것이 먼저라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기획재정부는 종교계에 오는 23일까지 기한을 주고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최종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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