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연중의 문화칼럼] 크로스오버, 새로운 창조적 변형
상태바
[추연중의 문화칼럼] 크로스오버, 새로운 창조적 변형
  • 운영자
  • 승인 2013.08.01 11: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추연중의 CCM프리즘 (2)

크로스오버는 이질적인 음악 장르 간의 결합을 의미하는데 이는 퓨전(Fusion)이란 말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는 각 장르 간의 특징적 요소를 유연한 시각과 실험성을 바탕으로 만들어낸 창조적 변형물이라 할 수 있다. 하나의 예를 들자면 락음악의 전성기인 1970년대에, 재즈씬에서도 락을 표방한 재즈록, 일명 퓨전음악이 유행하기 시작한다. 재즈 퓨전화의 초기 움직임은 60년대 중반 영국의 락 그룹들로부터 시작됐지만 본격화되고 대중화된 것은 마일즈 데이비스(Miles Davis)의 69년작 [Bitches Brew]를 통해서였다. 이러한 탈 장르적 현상은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컨트리음악과 팝음악, 클래식과 락이나 팝과의 교배, 각 나라의 민속음악과 대중적인 사운드의 결합의 결과물들인 월드뮤직 등 다양한 장르 간에 활발한 교류들이 일어나면서 활성화 된다.

현대 크리스천 음악도 다양한 크로스오버를 통해 발전해 왔다. 블랙 가스펠을 시작으로 R&B, 소울, 락음악이 생겨났고 이후 락음악과 복음적 메시지가 결합되어 경배와 찬양(Praise & Worship)이 태동했듯이 크리스천 음악과 대중음악 간의 크로스오버는 세대와 세대를 지나며 지속적으로 발전, 진행되어왔다. 이중 블랙 가스펠은 다양한 흑인음악에 모티브를 제공하기도 하고 자유로운 음악적 특성을 통해 대중화되기도 했다. 일반 대중에게까지 친숙해진 가스펠은 상업화로 인한 부정적인 우려를 낳았지만 분명한 메시지를 통해 영적균형을 이루며 발전되어왔다. 이는 대중을 향해 현대적인 사운드로 무장된 열린 사역 속에 꼭 지향되어야 할 것이 영적구속을 통해 진정한 자유를 누리는 복음이 담은 본질적 메시지임을 인식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크로스오버는 이렇듯 서로 다른 이질적인 요소들이 충돌해 파생되는 창작 과정이면서 각각의 소재들이 갖는 특성을 극대화시키면서 이를 재발견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이는 세상을 선도해나가야 하는 ‘빛과 소금’으로의 역할과 다양한 시도와 변화의 기로에서 서 있다가 종국엔 교회 내 보수적 시선과의 충돌을 피해 결국 제자리에 머무르는 국내 크리스천 음악계와 이에 대한 최종적 소비자인 크리스천 대중들이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지난 10년을 돌아 볼 때 크리스천음악계와 대중음악계 사이의 크로스오버는 계속 진행되어 왔다. 기획앨범 [미라클]의 수록곡으로 가요 음원 차트를 석권한 ‘이재훈’의 ‘난 행복합니다’를 시작으로 ‘백지영’, ‘자두’ 등 크리스천 가수들이 함께 한 CCM 앨범 [心부름], 앨범에 항상 한 곡씩 찬양을 수록해 신앙을 고백해 온 R&B 보컬그룹 ‘브라운 아이드 소울’, 최근 자신의 정규 11집 엔딩 트랙에 CCM ‘소원’을 리메이크 한 ‘이승철’, 그리고 ‘인순이’, ‘양동근’ 등 대중가수들의 크로스오버 CCM 앨범이 꾸준히 발표되어왔다. 이와 반대로 힙합과 일렉트로닉을 예배음악과 접목하고 시도하고 있는 ‘히스팝’, 그리고 블랙 가스펠을 대중적으로 접근하며 음악성을 인정받은 ‘헤리티지’같은 젊은 CCM 아티스트들도 어려운 환경 가운데 대중적인 실험을 계속해 이어가고 있다. 이런 변화를 수용하는 교회들이 조금씩 늘어나는 사실은 고무적이긴 하지만 아직도 동시대적 문화 수용에 있어 교회 내 보수적 시선과 편견의 벽은 높기만 하다.

이제, 현대 음악에 복음이라는 본질적인 특성을 극대화 하면서 대중과의 새로운 접촉을 통해 세상을 선도해 나갈 창조적 변형의 산물들을 기대하려면, 유연하며 중심적 본질을 잃지 않는 비판적 수용이 더해진 진정한 ‘크로스오버’적 시선이 우리 안에 먼저 갖춰져 있는지 냉철한 자문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