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초대석] “사람이 바로 살면, 만물이 살아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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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초대석] “사람이 바로 살면, 만물이 살아납니다”
  • 이덕형 기자
  • 승인 2013.05.22 19: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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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립 40주년 맞은 가나안농군학교 교장 김범일 장로

▲ 가나안농군학교 교장 김범일 장로는 “이곳의 원동력은 십자가와 그리스도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올해 79세를 맞이한 김범일 장로는 이날 그리스도인으로서 가져야 할 올곧은 정신과 강단에 대해 설명했다.

십자가 하나로 지나온 가나안운동 여정
세상에서도 인정한 올곧은 정신과 강단

강원도 원주시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45분 정도 가면 만날 수 있는 신림면. 그 곳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다시 10여 분간 달리면 비탈진 언덕위로 가나안농군학교가 펼쳐진다. 많이 들어봤지만 오늘날 젊은이에게는 낯설기도 한 곳.

이곳에 펼쳐진 모든 것은 성경말씀 위에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학교를 오갈 때 곳곳에 눈에 띄게 쓰여진 성경말씀 뿐만 아니라 건물에도 어김없이 말씀이 새겨져 있다. 산 속 구국기도실을 비롯해 그 아래 위치한 가족 묘실도 하늘에서 내려다 보면 십자가 모양이다.

가나안농군학교는 일반인들에게 직접 선교를 하는 곳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나안 정신’은 한국 근대사의 중요한 축을 이루어왔으며 오늘날까지 인정받고 있다. 평소 13평 작은 공간에서 생활했던 일가 김용기 장로. 그 정신은 오늘날 후손으로 이어져 살아 숨 쉬고 있다. 개교 40주년을 맞아 ‘제2의 가나안농군운동’을 펼치는 가나안농군학교 교장 김범일 장로를 만났다.  <편집자 주>


가나안농군학교 40주년을 먼저 축하드립니다. 예배로 개교해 긴 세월 동안 이어온 감격과 기쁨 그리고 가나안 정신의 원동력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가나안농군학교에는 사실 십자가 외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원동력은 십자가와 그리스도, 그 안에 다 들어 있습니다. 성경 말씀대로 씨앗을 심으니 하나님께서 모든 것을 주셨습니다. 성경은 복음과 영생, 구원과 천국, 인간됨의 씨앗입니다. 복음의 씨앗을 심어 60배, 100배의 결실로 오늘에 이르게 됐습니다.

하지만 40년 여정을 돌이켜보면 참 힘든 일도 많았습니다. 준 고랭지라 눈도 더 왔고, 45도 경사진 이곳은 집도 물도, 전기나 도로도 아무것도 없는 곳이었습니다. 하루 운행하는 버스는 총 2대. 놓치면 자고 가야하는 육지 속 섬과 같은 곳이었죠. 그곳에서 그리스도로 말미암는 생활이 40년 지났고 지금까지 교육생 약 40만 명이 훈련을 받았습니다. 이제는 국내 문제를 넘어 아프리카, 남미 지역의 빈곤문제에도 접근하고 있습니다.

40년 전 버려진 땅, 문화와 단절된 곳에 왜 가냐는 질문을 받던 때도 있었지만 주님께서 인도하신 땅에서 하나님 말씀 붙들고 전 세계를 보며 달리다보니 주위에서 이제는 빈곤ㆍ농촌 문제를 논의할 때 가나안농군학교를 빼놓을 수 없다고 말합니다. 주님의 인도와 축복 외에는 설명이 안 됩니다.


● 가나안농군학교는 1962년에 설립돼 새마을운동의 열기와 함께 농민 및 사회지도자 양성의 중심을 이뤄 왔습니다. 가나안농군학교의 전인교육ㆍ공동체교육ㆍ지도자교육 메시지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주는지요.

- 예전에는 정부기관이나, 은행, 기업 할 것 없이 사람들이 감당 못할 정도로 왔습니다. 이제는 그 단계를 지났어요. 좀 더 현대화 되고 아카데믹한 것, 학문을 가르쳐야 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변함없는 사실은 이곳은 올곧은 정신과 이를 지켜나갈 강단을 가르치는 곳이라는 점입니다. 일예로 예전에 경기도 하남시 가나안농군학교에 박정희 대통령께서 방문해 식사로 고구마 국과 떡을 대접한 적이 있습니다.

그 때 기꺼이 감사기도 식사규칙을 따랐던 박 대통령의 모습은 유명한 일화입니다. 6년 전 한나라당 대표로 함께했던 박근혜 대통령께서도 당시 똑같이 하셨습니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 생각해볼 때 아버지(김용기 장로)께서 기도 후 식사해야 한다는 모두의 규칙을 설명하지 않고 그냥 넘어 갔더라면 오히려 박 대통령께서 ‘가나안 정신’을 높이 평가하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예의는 지키되 사람이 가져야 할 절대 꺾이지 않는 정신을 보셨기 때문에 대통령께서도 기도에 응하셨을 거라 생각됩니다. 아마 그 질문에 특별한 부탁이나 다른 요청을 했다면 농군학교는 오늘과 같이 성장 못한 채 끝났을지도 모릅니다. 오셔서 보시고 그 정신을 인정해주신 것으로 기억합니다.
 

● 가나안농군학교에는 말씀과 함께 기독교정신이 깃들어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가나안농군학교에 있어 기독교신앙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 씨앗 하나에도 하나님의 사랑과 이웃사랑, 자연 사랑이 담겨 있습니다. 하나님 사랑은 우리의 존재 근거, 이웃사랑은 존재의 목적, 자연사랑은 존재의 방법으로 설명할 수 있겠죠. 하지만 영성과 지성, 감성의 씨앗은 땅에 심어야 나오지 그대로 버려두면 나무로 자라지 않습니다. 행함이 없으면 안 된다는 뜻입니다.

주님께서는 씨앗과 땅, 햇볕과 물, 바람 등 모두를 우리에게 주셨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우리는 이를 가꿔주고, 심어주고, 심지어는 입에 넣어달라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지금은 움직임이 필요할 때입니다. 빛 주위가 밝고, 난방기 옆이 따뜻하듯, 교회 주변은 밝고 따뜻해야 합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과연 그럴까요. 빛이 밝음을 잃으면 안 되듯 교회도 사랑을 잃으면 안 됩니다. 그런 뜻에서 이웃에게도 사랑을 인정받지 못하면서 세계복음화를 이룬다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기독교인은 가슴에는 성경을 품고, 손에는 괭이를 들고, 발에는 민족 개척자의 신을 신고, 눈은 세계를 바라보며 좌로나 우로 치우치지 않는 반듯한 십자가 인생을 살아야합니다. 그 길 만이 나와 가족, 사회가 모두 사는 길이라 생각됩니다.
 

● 한국 사회를 위해 지금까지 잘 이끌어 온 한국 기독교. 오늘날 많은 어려움 속에 처해 있기도 합니다. 가장 필요한 지혜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요.

- 한국 교회에는 뜨거운 영성과 차가운 지성, 따뜻한 감성 위에 행함이 있는 동성이 필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교계가 목회자와 장로, 집사, 신학자와 신학생 등 성도들의 가슴에 불을 지르는 계기가 필요합니다. 오늘날 교인들은 예배 따로, 사회생활 따로 하는 것이 문제인데 교회는 이기주의자들이 모인 곳이 아닙니다. 안타깝게도 기독교에 대해서는 장점보다는 단점만 이야기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더 분발해야 합니다. 한국 기독교에 꼭 전하고 싶은 말은 하나님 마음에 들면 된다는 것이 전부입니다. 하나님께서 책임지고 함께하시는데 무엇이 두렵겠습니까. 오히려 우리는 담대해질 수 있습니다.

성경에는 내가 너와 함께 한다는 말씀이 총 366번, 두려워 말고 안심하라는 말씀은 총 365번 나옵니다. 매일 읽어도 남을 만큼 두려워하지 말라는 말씀을 주셨는데 우리가 두려울 것이 뭐가 있겠습니까. 기독교가 조금 더 분발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 가나안농군학교 참가자의 영역이 내국인을 넘어 아시아와 아프리카, 남미 등 전 세계로 확대해 나가고 있습니다. 활발히 참여 중인 외국 참가자들이 가나안농군학교의 어떤 점을 중요하게 여기며, 본국에 돌아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요.

- 2007년부터 시작한 가나안 세계지도자센터는 전 세계 47개국을 대상으로 349명의 졸업생을 배출했습니다. 대부분 본국에 돌아가 지도자 역할을 감당하게 됩니다. 최근에는 아프리카 빈곤퇴치를 위해 가나안농군학교 관계자가 우간다를 24번 방문 했습니다. 대략 3년쯤 뒤면 본격적으로 아프리카 빈곤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제2의 가나안운동이 펼쳐지게 되는 셈인데요. 이를 위해 한국국제협력단(이하 코이카)과 함께해 우간다에서 교육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우간다 농촌지도자양성학교를 건립 중인데, 내년 초에 개교할 그곳에 가나안농군학교는 운영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한 우간다는 지리상, 주위에는 부룬디와 탄자니아, 르완다, 케냐 등의 국가가 있어 아프리카 빈곤문제 해결을 위한 중심 센터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6만평의 대지 위에 현재 작업이 많이 진척됐으며, 총 350만불, 한화로 40억 원에 달하는 대규모 프로젝트입니다.

현지 교관을 가나안농군학교에서 교육하고 프로그램, 교육장, 농장을 제공해 훈련과정을 거친 후 정착되면 현지 정부가 인수하기로 했습니다. 또한, 남미 콜롬비아 산토스 대통령과도 이와 관련 대담을 나눴고, 볼리비아 쪽에서도 도입의사를 보인 바 있습니다. 가나안운동의 세계화를 통해 세계 빈곤 극복을 위한 노력입니다.
 

● 가나안농군학교와 새마을운동의 관계에 대해 궁금해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 6년 전 쯤 박근혜 대통령께서 방문하셨을 때 “우리 아버지께서 농군학교에서 영감을 받아 새마을운동을 시작하셨다”는 말을 남긴 적이 있습니다. 이렇듯 농군학교는 새마을운동의 촉매제 역할을 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아버지(김용기 장로)께서 가나안농군학교를 계획하고 결심하게 된 것은 망국의 울분에 차있던 1931년부터였고 학교가 본격적으로 세워진 것은 1962년 11월의 일입니다.

새마을운동은 1970년부터 시작됐기 때문에 가나안농군학교가 새마을운동의 일부분을 감당했다는 것은 시기상 일치하지 않죠. 이렇게 볼 때 한국 근대화의 축이 된 새마을운동의 씨앗과 뿌리가 기독교정신에 근거한 단체로부터 영향을 받았다고 해석하셔도 됩니다. 그렇다고 새마을운동을 가나안농군학교가 만들었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박정희 대통령 방문 시 농촌개발에 대한 도전과 깊은 인상을 남겼다는 정도로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게 보면 1931년 일제시대 성경 말씀에서 시작 된 기독교인의 꿈이 새마을운동에 영감을 줬다는 설명도 가능해집니다. 그래서인지 대한민국 유수한 정ㆍ재계 지도자 및 인사들이 모두 이곳을 거쳐 갔습니다.
 

● 청소년 교육과 더불어 어린이 인성교육이 무너졌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무너진 교육 현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더불어 가나안농군학교를 통해 젊은이들이 배울 수 있는 점과 얻어갈 교훈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천금보다 소중한 목숨. 목숨을 주신 분은 하나님이십니다. 오늘의 나를 있게 한 부모님과 조부모님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아담이 있고, 하나님이 계십니다. 내가 세상에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하나님께서 살아계신다는 증거입니다.

하나님께서 부모님을 통해 보여주신 나. 과거, 미래, 현재에 하나밖에 없는 나. 이렇게 소중한 존재입니다. 요즘 자살문제가 심각한데, 자신의 소중함, 존재의 이유, 근거와 목적을 찾을 수 있길 바랍니다. 나는 어디 필요한 존재인지,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내가 먼저 일하고 섬기고 희생하는 것을 근로 봉사 및 실행의 생활화로 깨달았으면 합니다. 그러면 개인도 사회도 나아가 국가도 살게 됩니다.

소유를 목적으로 하면 늘 배고프기 마련이지만 나눔과 섬김은 반대로 점점 더 커지기 마련입니다. 사람이 썩으면 돈도, 권력도, 지식도 썩습니다. 사람이 먼저 바로서야 합니다. 사람이 살면 만물이 살아난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 가나안농군학교 곳곳에는 셩경말씀과 그 의미를 담은 글귀를 쉽게 만나 볼 수 있다. 사진은 가나안농군학교 입구의 모습. 팻말 뒤편에는 가나안농군학교의 뿌리가 된 성경 말씀 마태복음 6장 33절이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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